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현대·기아차, 한국GM 사내하청 노동자 투쟁:
“문재인 정부는 즉각 불법파견 시정 명령을 내려라!”

현대·기아차,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부에 불법파견 시정 명령을 촉구하고 있다. 세 곳 노동자들은 3월 28일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이날 금속노조 주최로 열린 집회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진보정당, 단체 등 100여 명이 참가했다.

ⓒ기아차 화성 비정규직지회 제공

완성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00년대 초중반 노조를 결성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법을 개악한 2006년 이후 노동부를 상대로 불법파견 실태 조사, 시정 명령을 촉구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불법파견 노동자가 수천 명 존재하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실질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았고, 이명박근혜 정부는 파견법 개악까지 시도했다.

2010년 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에 대해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고, 그 뒤로도 하급심에서 거듭 불법파견 판결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사용자 측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소수 개별 노동자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이를 적용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에 압력을 받은 현대차와 기아차 사용자 측은 최근 몇 년 사이 신규 채용 방식으로 일부를 정규직화했지만, 기아차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 현대차 2차 하청 노동자 수천 명은 배제됐다. 식당·청소 등 생산 라인 밖의 노동자들은 아예 대상에서 제외됐고, 기아차에서는 생산 라인에서 일하더라도 여성 노동자들은 또 배제되고 있다. 신규 채용된 노동자들은 그동안의 근속, 체불 임금, 공정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을 때, 민간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기대가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사히 글라스, 파리바게트, 만도 헬라 등에서 잇따라 불법파견 판정이 나왔다. 노동부는 해당 사업주에 시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문재인 정부는 실제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자회사 고용과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인 양 포장한 것처럼, 파리바게트 사용자 측은 자회사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여전히 비정규직 신세로 고착시켰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행태는 완성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노동부는 지난해 말부터 한국GM 창원 공장의 불법파견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3월 말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한국GM 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 사태가 벌어지자, 돌연 발표를 연기해 버렸다.

기아차 화성공장에 대해서도 현장 실사가 있었는데, 조사가 끝난 뒤에도 노동부는 결과 발표나 시정 명령을 하지 않고 있다. 법원의 판결 발표도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 존중’, ‘비정규직 제로 시대’ 주장이 알맹이 없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기아차 화성 비정규직지회 제공

기자회견에서 지현민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 집행위원장은 노동부의 직무 유기를 규탄했다.

“15년 전에 노동부가 현대차 아산 공장 200여 명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었다. 그러나 사측에게 그 어떤 시정 명령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열사 두 명이 생겼고, 해고자 30여 명이 생겼다. 도대체 문재인 정부의 노동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김수억 기아차 화성 비정규직지회장은 말했다. “파리바게트, 만도 헬라, 아사히 글라스가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 시정 명령과 벌금을 받았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GM은 법원 판결도 있으니, 최소한 시정 명령은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조차 하지 않고 있다!”

김희근 한국GM 창원 사내하청지회장도 “노동부가 GM 자본의 대변인인가?” 하며 따져 물었다.

이날 집회에는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 수십 명이 참가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여성 조합원들은 온갖 차별의 현실을 개탄했다.

한 여성 조합원은 말했다. “노동부가 밥값도 못 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현장 조사를 한 지가 언제인데, 엄연한 불법파견 사실조차 발표를 안 하고 있는 겁니까?”

기아차 화성 비정규직지회 여성부장은 “여성들은 신규 채용 과정에서도 일절 배제되고 있다”면서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사내하청 노조들은 집회가 끝나고 문재인 정부에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이런 항의 행동을 작업장 내 투쟁으로도 발전시킨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