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범

제주 4·3항쟁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기념 특별전 ‘제주 4·3 이젠 우리의 역사’가 열렸다.

이번 특별전에는 4·3과 관련된 국가기록물, 사료, 희생자 유품, 예술작품 등 약 200여 점이 전시됐다. 특히 그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국가기록물 원본 일부도 볼 수 있다.(원본은 오는 4월 10일까지만 전시하고 그 이후로는 복제본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이 기록물 중에는 이승만과 국무위원 전원(조봉암이 포함된)의 친필 서명으로 군대의 진압 작전을 사실상 승인한 ‘제주도지구 계엄선포에 관한 건’(1948년 11월) 서류가 특히 눈에 띈다. 민간인들을 군법회의에 회부하고 정작 재판 절차도 없이 육지의 형무소로 보낸 증거인 ‘군법회의 명령’, ‘마산형무소 수용자 신분장’도 있다.

‘모스크바 삼상 회의 진보적: 조선공산당 지지 표명’ 담화문(해방 정국에서 좌익이 영향력을 잃게 된 계기 중 하나인)도 볼 수 있다.

주민들을 폭도로 몰려고 오라리 방화 사건에 대한 일종의 가짜뉴스로 미군이 만든 영화 ‘제주도에서의 메이데이’도 틀어 준다. 이런 영화를 만들 만큼 미군은 학살의 주범이었다.

전시물 중에는 예술 작품도 다수 있다. 특히  1층 전시실의 슬라이드 영상 ‘동백꽃 지다’는 ‘아리랑 콘체르탄테’를 배경 음악으로 제주 출신 강요배 화백이 그린 그림들을 엮은 것이다. 4·3항쟁 당시와 그 전후 상황을 역동적으로 묘사한다.

“행여 우리 여기 영영 머물지 몰라”라는 코너에서 상영하는 짧은 크로키 영상은 경찰과 우익들이 제주 주민들을 어떻게 학살했는지 구체적으로 그린다. 경찰 토벌대가 다른 용건 때문인 것처럼 과자와 사탕을 주며 아이들을 속여서 아버지와 삼촌, 형/오빠가 숨어 있는 곳을 지목하게 한 얘기를 보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4·3 생존자 김인근 할머니가 심리 미술 치료를 받으며 그린 그림들도 전시돼 있다. 그중에 경비대에 끌려가 총을 일곱 발이나 맞고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어머니가 한쪽 발에 버선이 벗어진 채로 피를 흘리고 있는 그림이 있다. 당시 13세였던 생존자에게 4·3이 얼마나 참혹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지 그림 하나하나마다 보는 사람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그 외에도 제주 4·3항쟁과 관련해 더 찾아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도 다수 소개하고 있다.

아쉬움과 한계

아쉬움과 한계도 있다. 일부 사료는 해설이 다소 부족해 4·3항쟁을 처음 접하는 관람객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일례로, “일치단결(一致團結)하야 모리행동(謀利行動)을 타파(打破)하자”라는 미군정청 포스터(1945년)에는 “군정청”과 “애국자”들이 “모리배”의 손에서 조선을 떼어 내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정작 “모리배”는 누구인지, 이것이 무슨 목적의 포스터인지는 설명이 없다.

실체적 진실을 옳지 않게 그린 문제도 있다.

전체적으로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잔학함을 보여 주는 전시물들이 다수다. 그런데 전시 중 한 꼭지에서는 우익과 군경의 무지막지한 학살과 무장대의 살상을 마치 비슷한 문제인 양 다루기도 한다.

그러나 항쟁은 경찰과 서북청년단 등의 무차별 체포, 고문, 살인에 맞서 일어난 저항이었다. 1947년부터 ‘토벌’ 작전이 사실상 종료된 1954년(한라산 금족령 해제)까지 희생자의 압도 다수는 군경의 총칼에 희생됐다.

따라서 그 둘을 등치시키는 것은 사건의 인과 전도이고 본질 왜곡이다. “양민에 대한 학살은 … (중략) … 범죄”이고 “무장대에 대한 진압은 정당한 행위”(박명림 인터뷰, 중앙일보 4월 3일치)라는 식의 프레임은 당시 대다수 제주 주민들이 4·3항쟁에 보낸 지지를 무시하는 것이고, 여전히 반공주의 프레임을 수용하는 것일 뿐이다.(좌익이 아닌 양민을 학살한 게 문제라는 프레임은 여전히 좌파의 시민권을 배제하는 것으로 기존의 주류적 해석과 근본에서 다르기 힘들다.)

제주 4·3항쟁 진압은 남한에 반공 국가 수립을 목적으로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이 벌인 대량 학살이었다. 여기에는 제주도의 지정학적 중요성도 한몫했다. 지금도 해군기지 문제 등으로 제주민을 괴롭히는 이유다.

항쟁 70주년을 맞아 4·3항쟁 재조명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국립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제주 4·3항쟁 특별전을 연 것은 시사적이다. 승리한 촛불의 여파라고 생각한다.

아쉬움과 한계는 있지만, 양민 학살 프레임 4·3항쟁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접해보지 못했을 젊은 세대에게는 당시 시대상과 실상을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특별전은 6월 10일까지다. 입장료는 무료다.(자세한 행사 정보 보기))

다만, 앞서 지적한 한계를 감안할 때, 더 풍부한 역사서와 자료들도 함께 살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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