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갈등으로 국회가 파행되는 상황에도 지난주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는 전면 중단됐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관련 당사자 의견청취를 재개했다.

국회 논의가 재개되고, 2019년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5월이 다가오자 보수 언론들은 이른바 ‘최저임금 부작용’을 지적하는 기사들을 연일 쏟아 내고 있다. 특히 4월 초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 동향을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이 ‘고용쇼크’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의 취업자 수가 지난해 3월보다 각각 9만 6000명, 2만 명 감소한 것을 근거로 댄다. 지난 2월 이후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 취업자가 각각 6만 3000명과 8만 4000명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부작용?

그러나 숙박음식업 취업자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이미 10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돼 왔다. 최근에는 오히려 감소세가 완화되고 있다.

도소매업 취업자 수 감소는 경기 부진 속에 더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밀려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어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중소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3퍼센트가 전년 동기 대비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올해의 절반 수준이었던 2016년 2월과 3월에도 도·소매업 취업자는 각각 11만 8000명, 14만 2000명이나 줄었다.

자영업자나 무급가족종사자 감소도 최저임금을 탓하는 것은 억지다. 정작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언론은 각종 생활물가 인상도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해외에서 진행된 관련 연구 대부분은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에서도 최저임금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그림 참고) 

이런 현실 때문에 경제부총리 김동연도 “고용쇼크가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4월 국회 개악 추진 가능성 경계해야 

그럼에도 사용자들과 보수 언론이 ‘최저임금 부작용’을 강조하는 것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인상률 완화 등 기업주들의 부담을 더는 조처들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 쌓기다.

이미 정부는 기업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각종 보완대책에 5조 원을 쏟아붓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액을 연간 7조 16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기업들은 이미 연간 임금 인상액의 70퍼센트 수준을 지원받으면서도 엄살을 떨면서 산입범위 확대와 같은 제도 개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회 일정을 보면, 이번 주 내에 최저임금 개악을 위한 환노위 일정이 재개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5월에 시작될 것으로 보이고, 6월 지방선거 때문에 5월에는 국회의 정상적 개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4월 중에 제도 개악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1개월 단위 상여금을 포함하고 숙식비는 제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1개월을 넘겨 지급하는 상여금을 월할 지급할 경우 이것도 포함할지는 말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상여금에 더해 숙식비까지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신보라의 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노위 내에서 유일하게 정의당만이 산입범위 확대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줄 피해를 지적하며 논의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산입범위 확대는 투쟁 성과 허물기”

4월 13일 국회 의견 청취에 앞서 양대노총은 공동 요구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구절이 포함됐다. 3월 민주노총 중집에서 통과된 최저임금 관련 민주노총의 법 개정 요구안에도 이 구절이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저임금층 노동자들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도 포함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양대노총이 논의의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닌지 염려한다. 4월 6일 열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점 및 피해사례 집담회’(이하 최저임금 집담회)에서 한 학교비정규직 활동가가 이 같은 물음을 던졌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4월 국회 논의 저지, 제도 개선은 내년도 인상률과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 민주노총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에 반대한다고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취지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것으로 통상임금과는 개념과 기준이 다르다. 저임금층 노동자들은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상쇄하고, 그동안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들을 없애는 것이라며 논의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저임금층 노동자들은 산입범위 확대 논의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출처 마트노조

최저임금 집담회에서 마트 노동자 김진숙 씨는 말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에 묶여 있어, 매년 근속수당 인상을 요구했다. 그나마 있는 상여금을 지키기 위해 추운 겨울 길바닥에서 파업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투쟁의 상징인 수당, 상여금을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그동안의 투쟁 성과를 하루아침에 백지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여성연맹 소속의 철도 고양차량기지청사 이관호 지회장은 말했다.

“고양KTX 차량 기지를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상여금 12만 원, 연차수당 8만 원을 모두 합해도 월 임금이 180만 원이 되지 않는다. 상여금마저 산입범위에 포함되면 저임금에서 벗어나는 꿈은 다시 요원해진다.”

교육공무직본부 안명자 본부장은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이 조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6~7월에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을 배치하고 있는데, 법으로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이런 투쟁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우리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최저임금 개악을 막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지금 이 투쟁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

정의당이 최저임금 논의에 회의적이더라도 여기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사용자들과 자유한국당 같은 우파 정당, 그리고 정부·여당이 개악을 밀어붙이려는 상황에서 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국회 밖의 노동자 투쟁뿐이다. 민주노총은 일시적인 논의 지연 요행을 기대하기보다 최저임금 제도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진지하게 조직해야 한다.

📱 스마트폰 앱으로 〈노동자 연대〉를 만나 보세요!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아이폰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