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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에게 한반도는 더 큰 장기판의 일부일 뿐

도널드 트럼프는 지금 “중국에 간 닉슨”*과 비슷한 일을 하려는 걸까? 상황을 보면 그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으로 북·미가 재앙적 전쟁으로 치닫는 대신 뜻밖의 외교적 성과를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이는 미국 안보 전문가들의 통념을 뒤집는 일이다. 그들은 트럼프가 북핵 폐기를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고집하지 않은 것이 실수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 반응을 보면, 미국이 한반도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는 게 위선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이지, 미국도 포기한다는 게 아니다. 냉전 기간 거의 내내 주한미군은 핵무기를 보유했었다. 오늘날까지도 주한미군 2만 8000명이 남한에 주둔해 있고, 미국은 인근 바다와 상공에서 광범한 핵역량으로 그들을 지원한다.

스티븐슨공과대학교의 [핵무기 역사가] 알렉스 웰러스틴은 〈옵서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흔히 북한더러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은 핵무기로 자신을 위협하는 적국을 앞에 두고 핵 억제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기업 간 국가 간 경쟁을 동력으로 삼는 자본주의 체제의 일그러진 합리성에도 적용될 수 있다. 동시에, 북한이 잔혹한 스탈린주의 독재 정권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목적이 생존이라는 것도 보여 준다. 그래서 김정은은 1990년대에 거의 몰락한 북한 경제를 살리려고 민간 교역 활성화를 허용하며 경제 성장을 도모했다.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는 김정은의 악명 높고 무자비한 행동이 당과 군부 내 고위급 인사를 겨냥해 왔다고 〈파이낸셜 타임스〉에 말했다. 김정은은 “오직 총을 든 사람들만 죽였다. … 경제 관리자는 단 한 명도 건드리지 않았다. 당신이 은행 경영자라면 안전한 것이다. 6년 동안 김정은은 국방장관[인민무력부장]을 7명이나 거느렸는데, 이는 그의 아버지와 그의 할아버지가 60년 동안 거느린 국방장관 수만큼 많다.”

그러나 김정은 자신의 잣대로 보더라도 경제 성장은 부족하고, 그가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트럼프는 집권한 이래 계속해서 중국이 나서서 북핵 포기를 압박하라고 요구했다. 냉전 종식 이후 중국은 소련을 대체해 북한 정권의 후견인 구실을 해 왔다. 2015년 중국은 북한 수입의 85퍼센트, 수출의 83퍼센트를 차지했다.

트럼프의 이런 요구가 성과를 거두는 듯하다. 무역 수치를 보면, 지난해 말까지 중국은 북한에 수출하던 석유·석탄·철강·차량 등 필수재 반입을 거의 차단했다. 동시에 북한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갑절로 커졌고 북한은 핵심 물품을 수입하려고 외환보유고를 써야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이면 외환보유고가 바닥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김정은은 먼저 베이징행 방탄열차를 타고서 중국의 후견인 시진핑의 의견을 청취한 뒤, 남한 대통령 문재인과 첫 대면을 하고 이후 트럼프를 만나기로 했다.

[북한과 미국] 양쪽 모두 이번 만남에 진지하다는 점은 CIA 국장이었다가 국무장관이 된 마이크 폼페이오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났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확인됐다.

이제 북한 지도자는 자신이 무엇을 양보할지 말하고 있다. 김정은은 주한미군 철수라는 북한의 오랜 요구를 포기한 듯 보인다. 왜 미군이 한국전쟁이 끝난 지 65년이 지나도록 여태 남아 있는 것인지 설명하기는커녕 아무도 묻지도 않는 실정이지만 말이다.

김정은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 한국전쟁을 끝내자고 한다. 4월 21일에는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의심 많은 이들은 북한이 더는 실험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핵·미사일 역량을 완성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재빨리 지적하고 나섰다.

하지만 북·미 대화가 진척되더라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다툼을 끝내지는 못할 것이다. 트럼프에게 남한과 북한은 훨씬 큰 그 장기판의 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