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조희연 교육감은 ‘민주·진보 단일 후보’로 출마해 당선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와 교육 개혁 염원이 그의 당선에서 중요한 배경이 됐다.

그러나 임기 종료가 몇 달 안 남은 지금, 조 교육감에게 기대를 품었던 상당수는 실망을 느끼고 있다. 주요 쟁점에서 동요하다 결국 후퇴한 탓이다. ‘도대체 달라진 게 무엇인가?’ 하는 냉소와 비난이 만만찮다. 지난해 9월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 교육감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약 39퍼센트만이 여전히 그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조 교육감에게 투표했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의 당선 후에도 차별과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조 교육감은 여느 사용자처럼 노동자들을 대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체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농성과 단식을 거듭했다. 지난해 말에는 시급 산정 시간을 축소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 한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에 항의하며 농성도 했다. 퇴진 촛불이 한창 타오르던 지난해 1월에는 전문상담사 노동자들이 집단 해고에 맞서 투쟁을 벌였다. 조 교육감은 기간제 교사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정규직화에는 선을 그었다.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스포츠강사들은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무기계약직 전환에서마저 제외됐다.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를 공격했다.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만든 이후, 조 교육감은 법원 판결 결과를 봐야 한다면서 전교조와의 단협을 미뤘다.(시간을 질질 끌다 마지못해 단협을 체결했다.) 정부가 전임자들에 대한 직권면직을 강행할 때도, 이 눈치 저 눈치를 봤다. 전교조는 크게 반발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해 3월에야 노조 전임자 휴직을 인정했다.

2016년에는 서울시 교육청 산하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이 세월호 집회에 참가했다가 일반도로교통방해죄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한 교사를 징계했다. 조 교육감은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일반도로교통방해죄가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공격하기 위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즐겨 쓴 꼼수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전교조 서울지부와 4·16연대는 징계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후퇴

조 교육감의 대표 공약은 “일반고 전성시대”였다. 그는 후보 시절에 국제중, 자사고 같은 ‘특권학교’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가장 기대를 모았던 이 공약은 “말 잔치”(전교조 서울지부)로 끝났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유지 쪽으로 마무리했다. 2014년 서울교육청은 자사고 6곳 지정 취소를 발표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나서서 제동을 걸었다. 자사고 전부도 아니고 겨우 6곳에 대해서만 지정 취소하는 부분적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일찌감치 후퇴했는데, 박근혜는 이조차 반대한 것이었다. 

2015년 평가에서는 서울 소재 자사고 25곳 중 24곳이 살아남았다. 기준 미달인 학교들을 2년 후 재평가 대상으로 지정해 준 덕분이다. 지난해 재평가 대상인 특목고·자사고·국제중 5곳이 지위를 유지했다.여기에는 입학 과정에서 수천만 원이 오가고 성적 조작이 있었다고 밝혀진 영훈국제중도 포함됐다. 

조 교육감은 권한 부족과 행정적 한계 등을 탓했다. 민감한 쟁점마다 중앙정부 탓을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조 교육감은 중앙정부의 압박에 저항하면서 대중 운동이 중앙정부를 압박하도록 호소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 대신 조 교육감은 개혁 속도를 늦추는 방향을 선택했다. 머뭇거리고 주저하기를 반복하면서 오른쪽의 눈치를 봤다. 그러는 사이 우파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압력을 넣을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조 교육감을 사찰하고 선거법 위반을 앞세워 공격하자 1만 명이 탄원에 참가하는 등 힘을 모았다. 박근혜의 악행을 두고볼 수는 없다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결국 조 교육감은 교육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조 교육감의 행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4년의 행보를 보면 조 교육감을 진보 교육감이라고 부르는 것이 남우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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