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정부가 프룬디 균이 어떻고 분주[주사액 나눠 쓰기]가 어떻고 하는 건 뭔가 밝혀 낸 것 같아도 사실은 하나마나한 얘기를 한 겁니다. 미리 예방을 했어야죠. 그런 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건 이미 모든 의사들이 알고 있어요. 어떻게 그 가능성을 최소화할지도 두꺼운 병원 평가 인증 매뉴얼에 빼곡히 적혀 있고요. 문제는 병원이 그 매뉴얼을 지킬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는 겁니다. 이런 병원에 정부가 ‘인증’을 해 주고 취약한 아기들을 맡겨 놓은 게 진정한 문제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알기로 이런 병원이 이대 목동병원만은 아닙니다.”

2016년까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10여 년을 근무한 소아과 전문의(47세)의 말이다.

신생아 중환자실은 임신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미숙아들이 스스로 숨을 쉬고 엄마 젖을 먹을 수 있을 때까지 키우는 곳이다. 이 아이들은 면역 체계는 물론이고 각종 장기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내버려 두면 많은 경우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이번에 사망한 아기들도 임신 25~34주에 태어난 아기들로 그중 한 명은 아직 폐가 발달하지 않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소화기 발달이 안 돼 젖을 먹어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혈관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해야 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스모프리피드는 지방 성분을 공급하는 영양제다. 신생아 중환자실 아기들은 이 외에도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각종 약물에 의존한다. 머리카락만큼 가는 주사바늘이 그만큼 가는 혈관에 연결돼 있다.

그러다 보니 각종 병균에 감염되기 쉽다. 실제로 당시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아기들 중 3분의 1가량은 혈관을 통해 영양제와 항생제를 동시에 투여받고 있었다. 그만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감염 예방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문제는 이 병원의 감염 예방 조처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는 것이다.

“신생아 중환자실을 운영하려면 인증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요. 인증 평가 매뉴얼을 보면 신생아 영양제는 ‘무균실에서, 다른 근무를 하지 않는, 약제 전담 인력이 다루도록’ 돼 있어요. 따라서 약물을 나누든, 섞든, 더하든 마지막에 주사놓는 것을 제외하고 어떤 식으로든 신생아 중환자실 안에서 약물을 다루려면 첫째, 신생아 중환자실 안에 무균실이 있어야 하고요. 둘째, 담당 인력이 있어야 하죠. 이대 목동병원이 어떻게 평가를 받았는지는 몰라도 당시 사건 보도를 보면 둘 다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는 국내 대학병원들 중에 신생아 중환자실 내에 무균실을 갖춘 곳은 극소수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대부분 특별 조제실에서 약물을 다루고 무균 상태로 밀봉한 채 신생아 중환자실로 운반해 와서 아이들에게 주사한다. 그러려면 평일에는 물론이고 주말이나 휴일에도 조제를 담당할 약사를 고용해야 하는데, 많은 병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이를 회피해 왔다.

그러다 보니 주말 동안 쓸 약제를 토요일에 미리 조제해 놓고 이틀 동안 쓰거나 근무 중인 간호사들에게 대신하도록 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주사제 ‘분주 관행’은 원인이라기보다 인력 부족이 낳은 결과인 셈이다. 병원 경영진이 인력은 늘리지 않으면서도 진료 공백을 막으려고 땜질 처방을 해 온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인력 부족 ‘관행’

“2000년대부터 병원 인증평가라는 게 생겼어요. 그 전까지 대학병원의 감염 관리는 정말 형편없었는데요. 이 인증평가가 생긴 뒤로는 그나마 좀 나아졌죠. 실제 인증평가는 두꺼운 책 여러 권으로 된 기준을 갖고 있고요. 평가 기간에는 의사든 간호사든 완전 벌벌 떨어요. 진료 중에도 막무가내로 소환해서 질문 던지는데 제대로 답을 못 하면 인증 못 받고 그러면 병원 수익이 수십억~수백억 원씩 날아가거든요.”

그러나 인증 평가에 가까스로 맞춰 놓은 시스템은 평소에는 작동하지 않는다. 인력도 적고 훈련도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이 인증 평가 기간에만 환자 수를 줄이고, 근무 시간을 늘려 눈속임을 해 온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부 산하의 인증기관이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관행은 지속돼 왔다.

정부가 민간 병원들에 의료를 맡겨두고 감시하기는커녕 이들의 이윤 추구를 장려해 왔기 때문이다. 정권에 따라 양적 차이는 있었을지라도 근본 방향은 여전하다. 중대한 안전 조처가 병원의 수익성에 우선 순위를 내어 주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 대학병원에서는 교수들도 돈 못 벌면 얼마 못 버텨요. 수익 못 내면 불려가서 사람들 많은 데에서 망신당하고요. 공간은 고사하고 장비 하나 필요하다고 해도 일단 돈이나 벌어 놓고 그런 얘기를 하라는 식이에요. 그러니 무균실도 그렇고 전담 약제 인력이 없는 대학병원이 부지기수에요.

“단지 구조 문제만 얘기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의료진 개인의 숙련도도 마찬가지에요. 훈련 기간에도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요.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해요. 굉장히 숙련된 상태가 아니면 어렵거든요. 무엇보다 아무리 숙련되도 애당초 사람 손이 부족하면 다 헛수고에요. 필요한 조처를 시간 내에 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인력 기준은 제3세계처럼 만들어놓고 평가 기준은 선진국 것을 가져오니 노동강도만 높아지고 효과는 없는 거죠.”

그런데 왜 그동안에는 이런 사고가 많지 않았을까? 혹은 문제가 안 됐을까?

하루에 

“이번에는 한 번에 네 명이 죽었으니까 부모들이 알기라도 했죠. 일주일에, 혹은 한 달에 한 명씩 패혈증으로 죽었다면 문제가 됐을까요? 부모들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슬퍼했을 거예요.

“사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사망하는 미숙아의 상당수는 패혈증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경로가 무엇이든 병원 안에서 세균에 감염되서 죽는 아기들이 적잖이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그 때마다 감염 경로를 조사하지는 않아요. 이번 사건에서 보듯 그 경로를 찾아내려면 국가가 나서도 몇 달씩 걸리잖아요. 그러니 어떻게 매번 감염 경로를 확인하겠어요. 그러면 신생아 중환자실이 가동되지 않겠죠.

“보통 의료진은 부모들에게 ‘최선을 다 했지만 미숙아들이 워낙 취약한 상황에 있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패혈증에 걸렸다’고만 알려요. 부모들은 대부분 의료진의 태도 등을 보고 이 설명을 납득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거나 해요. 후자라면 소송에 들어가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증거를 찾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니 보호자가 승소하는 경우는 드물죠.”

패혈증이 늘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내 빅3 병원 정도 되면 신생아 중환자만 보는 세부전문의가 충분해요. 펠로우라고 하는데요. 교수 밑에서 일하면서 배워, 장차 교수가 되려고 하는 전문의들을 말해요. 이런 곳에서는 오히려 전공의보다 이 펠로우들이 더 많죠. 여기서 몇 년 구르고 나면 모교로 돌아가서 교수 자리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런 병원들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여러 명이 패혈증에 걸렸어도 어느 정도 대처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심각한 상태에 빠지기 전에 아기들 몸과 그 몸에 연결된 장치들이 미리 신호를 보내거든요.”

빅3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은 사건 당시 전문의 겨우 3명이 미숙아 16명을 24시간 맡고 있었다. 3교대로 근무하더도 24시간 아기들을 살피는 게 불가능한 상태다. 심지어 사고가 나던 날에는 당직을 서는 전문의가 없었다. 전공의가 대신해도 되도록 허용돼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대 소아청소년과에는 전공의가 열 네 명 있었다. 그런데 그중 가장 경험 많은 4년차 세 명은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느라 당직에서 제외돼 있었다. 다섯 명은 고된 노동을 견디지 못해 도망간 상태였다. 남은 여섯 명이 돌아가며 당직을 섰으니 피로는 극에 달했고 사고 전날인 15일에는 세 명, 16일에는 두 명이 밤새 아이들을 돌봤다. 신생아 중환자실만이 아니라 소아병동·소아응급실도 이들의 업무 범위였다. 신생아 4명이 아니라 2명만 쇼크가 왔어도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간호사들이 공백의 일부를 메우고 있었다. 이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 등급은 1등급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1등급’의 기준 자체가 너무 낮아 별 의미가 없다. 간호사 한 명이 신생아 중환자 3~4명을 돌봐야 하는 수준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간호사 1인당 1~2명을 넘지 않는다.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기 네 명이 심정지가 일어났다면 아마도 당시 일했던 전공의와 간호사들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거예요. 이쪽에서는 나름 사명감 같은 게 없으면 신생아 중환자실 근무를 하려고 하지 않거든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가 필요할 것 같아요.”

감염 예방 조처도 제대로 안 돼 있고, 아이들을 돌볼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니 그동안 사고가 안 난 게 기적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신생아 중환자실이 대학병원 내에서도 업무가 가장 어려운 곳의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일을 맡은 의료진의 헌신이 그동안 사고를 막아 왔으리라는 추측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많은 의사, 간호사들이 당시 의료진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며 분노와 억울함을 느끼는 까닭이다.

물론 여기서 의료진이 한 ‘헌신’이 어떤 것인지 물어볼 필요는 있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 조건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가장 잘 아는 의료진이 그 조건에 이의 제기를 하기하며 도전하기를 바라는 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더욱 이런 문제에 도전해야 한다. 이런 도전은 집단적으로 이뤄질 때 가장 효과적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와 경찰 수사 결과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완전히 누락돼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는 순전히 어떤 약이 언제 오염됐는지만 다루는데 심지어 그조차 납득하기 어렵다. 사망한 네 명의 아기에게서는 부검 결과 모두 같은 프룬디 균이 발견됐지만, 네 명에게 각각 주사한 약물(남은 것) 중에 실제로 프룬디 균이 발견된 건 하나밖에 없다. 분주한 주사액 중 하나를 맞은 아기 한 명은 패혈증에 걸리지 않았다. 주사가 실제 감염 경로는 아니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와 병원 측의 책임을 덜어 주려고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 하려다보니 이처럼 부실한 결과를 내놓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혹은 조사 자체가 부실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정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인증평가가 제대로 될 필요가 있어요. 그걸 가능하게 하려면 병원들에 맡겨 둬서는 죽었다 깨도 못 할 겁니다. 안 지켜도 별 탈이 없는데 왜 투자하겠어요.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자하고 공공병원을 대폭 지어야 합니다.

“사실 제가 알기로는 15년쯤 전에 실제로 그런 논의가 있었어요. 아무리 봐도 대학병원들에 신생아 중환자실 맡겨 놨다가는 애기들 죽어 나갈 것 같으니 차라리 정부가 거점마다 미숙아만 담당하는 전문 병원들을 짓는 게 낫겠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했죠. 그런데 이런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에 각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들이 참가하고 있으니 결론이 어떻게 됐겠어요. 그냥 병원별로 두고 정부가 지원하자는 방향으로 나갔어요. 그 결과가 이런 거죠.”

의사와 간호사를 대폭 늘리고 병원이 수익과 상관없이 운영되도록 정부가 지원·통제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 논리에 근본에서 맞서야 한다. 경제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영국 같은 ‘복지국가’에서도 무상의료 제도가 후퇴하고, 이 탓에 환자 사망률이 높아지는 일들은 이윤과 안전, 이윤과 건강이 근본에서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관계임을 잘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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