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지배자들도 통제 못하는 체제다. 지배자들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영향력이 훨씬 크고 체제의 수혜자이지만, 그리고 체제의 형성에 기여하지만, 자본주의가 낳는 경제 위기 앞에서 쩔쩔맨다. 군사적 문제에서도 마찬가지고 오늘날 중동이 대표적이다.

몇 주 전 트럼프는 시리아에 미사일 100여 발을 퍼붓고 “임무 완수”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금 시리아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충돌과 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중동의 대표적 군사 강국들로 둘 사이의 전투는 지금보다도 더 끔찍한 지옥을 만들 것이다.

트럼프는 5월 14일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성대하게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을 한껏 고무하는 동시에 고립시켜 이스라엘의 군사력 사용을 부추길 것이다. ⓒ출처 백악관

얼마 전 이스라엘은 이란 병력이 자국 접경 지역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이스라엘-시리아 국경에서 3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던 시리아 내 이란 병력을 폭격했다. 2월에는 이스라엘 F-16 전투기가 시리아에서 이란 무인기를 쫓다 격추됐는데, 이스라엘 전투기가 격추되기는 1973년 4차 중동전쟁 이래 처음이다.

시리아 정부를 비호해 온 러시아는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제멋대로 날뛰는 것을 비판하며 대공 미사일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러시아군이든 누구든 우리 전투기를 공격하면 보복당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미국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는 ‘시리아에서 이란-이스라엘 전쟁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고 나아가 그것이 이란 탓이라며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나섰다.

트럼프 생각에 시리아는 미국이 개입하기 껄끄러운 전장이고, 시리아 확전은 자신의 인기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문제다. 

그러나 트럼프 자신도 이란-이스라엘 사이의 긴장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5월 14일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성대하게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을 한껏 고무하는 동시에 고립시켜 이스라엘의 군사력 사용을 부추길 것이다. 예고된 대로, 5월 12일 트럼프가 이란 핵합의를 정말로 파기한다면 이란도 더 공세로 나올 공산이 크다.

엄청난 모순이다. 그러나 이 모순은 트럼프의 럭비공 같은 성격보다는 십수 년 간 미국의 중동 전략이 실패한 것과 더 관련이 있다.

적어도 오바마 정부 때부터 미국 지배자들은 중동에서 현상 유지, 즉 ‘더 잃지는 말자’를 목표로 삼았다. 경제적·군사적 경쟁자로 빠르게 부상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미국 지배자들의 뜻과 다르게 2008년 세계경제 위기와 2011년 아랍 혁명, 2014년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 부상 등으로 미국의 중동 패권은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오바마처럼 트럼프도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가장 중시한다. 그러나 중동은 석유의 핵심 매장지이고 미국은 이 지역의 ‘질서 유지자’를 자임하며 수십 년 동안 세계 패권을 다져 왔다. 미국은 이런 지위가 요동치는 중동 정세 속에서 훼손되지 않길 바라면서도 직접 개입은 줄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오바마가 그랬듯 트럼프도 영국·프랑스·독일 같은 유럽 국가와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터키 같은 중동 국가가 나서 짐을 덜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을 대신할 능력이 되지 못한다. 그들 사이의 이해관계도 워낙 복잡하게 꼬여 있다. 그래서 미국 지배자들은 명쾌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분열돼 있다.

중동에서 미국은 ‘돈을 더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되레 더 많이 걸어야 하는’ 도박사의 처지와 비슷하다. 이는 미국이 동아시아 등지에 개입하는 데 상당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