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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ㆍ정부, 고려대 학생 꾸짖을 자격 있나

지난 2일 고려대에서 발생한 삼성 이건희 회장 측과 학생들간의 충돌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학생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학내 소동에 대해 청와대를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잇달아 논평을 내놓는 일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보는 장면이며,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삼성 재벌에서 재직한 바 있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노조없이도 잘하는 기업도 있다”,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봐야하지 않겠나”며 정통부 장관의 직분에 어울리지 않는 적극적인 감싸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청와대와 정부 고위 관료들이 학생들의 행위를 꾸짖을 만큼 공정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업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잘하는 것은 칭찬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어두운 면이 있다면 이 역시 공정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가 삼성의 어두운 면에 대해 얼마만큼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의 합법적 조사활동을 방해하거나, 노조건설을 추진하는 노동자에 대한 핸드폰 위치추적을 통한 사찰이 버젓이 자행되었다. 또한 하청업체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성 재벌 내에서 발생한 상당한 양의 비상식적인 사례가 여전히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당국이 이러한 삼성 그룹의 행태에 대한 태도는 감싸주기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나아가 현 정부와 삼성간의 밀월에 대한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의 “학생 때리기”가 학생들에게 설득력있고 공정한 비판으로 들릴지 의문이다.
삼성의 뛰어난 경영성과는 총수 개인의 몫이 아니다.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이 지적한 대로 삼성의 하청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은 심각한 수준이다.

청와대와 정부 관료의 잇단 삼성 감싸기, 학생 때리기가 자칫 재벌 경영에 비판적인 사회 여론에 대한 이지메로 나아가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