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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한부모가족의 날:
한부모가족에게 필요한 건 보편적 복지의 대폭 증진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5월 10일 ‘한부모가족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다. 문재인 정부는 “어떠한 형태의 가족이든 자녀를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이혼 증가 등으로 한부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부모가족은 2017년 213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10.9퍼센트를 차지한다.

한부모가구 중 약 42퍼센트가 저소득층이다. 또한 한부모의 절반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하다 보니 한부모의 아이들은 “안정적 양육 환경”은커녕 위험에 방치돼 있는 경우가 흔하다. 2015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를 보면, 초등학생 자녀의 약 55퍼센트가 방과 후에 돌봐 주는 어른 없이 혼자 지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한부모들의 조건 개선을 위해 내놓은 것은 보잘것없다. 올해 초 한부모가족 양육비 지급 기간을 1년 늘리고(자녀 나이 만 13세까지에서 만 14세까지로), 지원금은 자녀 1인당 고작 1만 원 인상했다.(중위소득 52퍼센트 이하(2인 가족 기준 약 148만 원)의 한부모 지원금은 월 12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중위소득 60퍼센트 이하 청소년한부모의 지원금은 월 17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이런 찔끔 인상으로는 생계와 양육에 허덕이는 한부모가족의 빈곤을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증평 모녀 자살 사건의 비극

최근 발생한 증평 모녀 자살 사건은 생활고로 고통받는 한부모가족의 현실을 비극적으로 보여 줬다.

4년 전에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엄마가 팔을 다쳐서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자살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사회적 충격을 일으킨 바 있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복지 사각지대 운운하며 떠들어 댔지만, 한부모가족의 열악한 처지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현재 한부모가족 지원은 일정 소득 이하일 때만 받을 수 있다. 가구원의 모든 소득을 합산하고, 각종 재산과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하여 선정하다 보니 조건도 매우 까다롭다.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계급여를 지원받는 경우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부모가족 중 정부 지원금을 받는 가족은 고작 8퍼센트 수준이다.

가난을 입증해야 쥐꼬리만 한 지원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 보니, 한부모가족 지원 단체에서는 정부 기관 상담을 받을 때, ‘허름한 옷을 입고 불쌍하게 보여야 한다’고 조언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이 조금 늘자,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했다. 저소득 한부모가족들은 ‘지원금 몇 푼 받으려고 계속 가난하게 살아야 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런 제한적이고 선별적인 지원 정책은 한부모가족들에게 모멸감을 안겨 준다. 또한 세금을 축내는 능력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부추기는 자양분이 된다.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가 대폭 확대돼야 한다.

돌봄과 양육의 사회화

한국의 아동·가족 복지 공공지출 비중은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인 GDP 대비 1.1퍼센트에 불과하다. 보육 지출을 제외하면 고작 0.2퍼센트이다.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7, 보건복지부)

자본주의에서 대다수 가족은 자본가들에게 필요한 노동력 재생산을 거의 무료로 제공하는 구실을 한다. 지배자들은 양육·가사 등 노동력 재생산 부담을 개별 노동계급 가족에게 떠넘겨 이득을 취해 왔다.

어떤 가족이든 노동자들은 높은 양육비 부담에 짓눌린다. 가정에서 소비하는 한 달 평균 육아비용은 107만 원 수준으로 가계 지출의 31퍼센트를 차지한다. 10명 중 9명의 부모가 육아비가 부담된다고 했다. (2016 육아문화 인식조사, 여성가족부)

문재인 정부는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 정책을 20대 국정전략 과제로 선정했지만, 실효성 있는 복지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운운하는 것은 위선적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히트 앤 런 방지법’ 국민 청원에 호응해 양육비 선지급제도 도입을 검토한다지만, 이 역시 대안이 될 수 없다. 일부 미혼모들에게는 개선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양육의 책임을 개인에게 부과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기만적이게도 가족 생계에 직결되는 고용과 임금 개혁 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눈곱만큼 실행하고,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심지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독소조항인 부양의무제 폐지 공약을 뒤집고 단계적 부양의무 완화 정책을 내놔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 부모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크게 늘어나야 한다. 안정적인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양육비, 주거비 등 여러 복지가 보편적으로 대폭 확대돼야 하고 노동조건 후퇴 없이 노동시간이 대폭 단축돼야 한다.

여성의 날 집회에 참가한 한국한부모연합 회원들 국가가 아이를 돌보는 게 모든 부모와 아이들에게 이롭다. ⓒ출처 한국한부모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