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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정권이 바뀌었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용기 있게 파업과 본사 점거에 나선 ‘탠디’ 제화 노동자 투쟁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밝히 드러냈다. 기업주가 이윤 회복을 위해 노동자들을 ‘개인 사업자’로, ‘소사장’으로 내몬 결과는 저임금과 성과 경쟁 강요였다.

한국에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250만여 명에 이른다.(노동계 추산) 전체 취업자 수의 10퍼센트에 육박하는 규모다. 건설기계(덤프, 굴삭기 등), 화물차 운전자, 택배기사, 대리운전 기사, 배달대행앱 음식 배달원 등 수많은 직종이 이에 해당한다.

이 노동자들은 각종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그 덕분에 기업주들은 해고 제한, 임단협 준수 등과 제도적 보호장치를 우회해 착취를 강화할 수 있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할 권리도 부정 당하기 일쑤다. 어렵게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사용자들은 법률로 인정받지 못한 ‘임의 단체’라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곤 한다.

화물연대는 결성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임의 단체’ 취급을 받으며 파업 때마다 “불법”이라고 협박을 받는다. 창립 11년이 된 건설노조도 덤프, 굴삭기 기사 등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법적 시비에 시달린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노조를 만들고 투쟁해 왔다. 그런 덕분에 사용자 측을 강제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정부를 압박해 권리 보장을 약속 받기도 했다.

“일률적” 보장은 없다? 약속 어기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도 지난 대선 때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돌려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전문가위원회 논의를 거쳐 안을 도출한 다음에, 노사 협의를 거치고, 그 뒤에야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정부가 이렇게 시간을 끌며 전문가위원회, 노사협의 등의 절차를 내세우는 것은 목적이 있다. 비슷한 절차를 밟았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파기, 최저임금 개악 추진 등이 이를 보여 준다. 즉, 온전한 노동기본권 보장에서 후퇴할 길을 닦고 있는 것이다.

약속 불이행 문재인 정부 규탄한다 5월 9일 열린 민주노총 특수고용 노동자 결의대회 ⓒ이윤선

실제로 지난해 말 청와대는 특수고용 노동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일률적” 대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기본권 보장은 일부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대리운전노조의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반려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대리운전 노동자의 ‘전속성’이 약하다는 이유를 댔다. ‘전속성’이란 하나의 사업자로부터 의뢰 받아 일하는 속성을 뜻하는 것으로, 건설기계·화물 등 수많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이 기준의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역대 정부들이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매우 제한한 근거도 바로 ‘전속성’이었다. 노무현·이명박근혜 정부가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늘렸지만, 현재 고작 9개 업종에만 적용되고 있다(2015년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조사한 특수고용 직종은 102개다!). 그조차 보험료의 절반을 노동자가 부담해야 해, 적용 대상자의 보험 가입률은 11.7퍼센트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은 싸울 힘이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직종이 무엇이든, 업무 지시를 하는 사용자가 하나이든 여럿이든 상관 없이 노동자는 누구나 노동기본권을 보장 받아야 마땅하다. 헌법이 그렇게 보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비준을 약속한 ILO 협약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더는 시간 끌며 꼼수 부리지 말고, 모든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즉각 온전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강제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투쟁이 관건이다.

건설노조, 화물연대 등 특수고용 노동자조직은 결코 허약하지 않다. ‘탠디’ 투쟁은 노동자들이 노조로 뭉칠 수 있고 단호하게 싸울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최근 사례일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대규모로 파업과 시위를 벌이며 정부와 사용자들에 맞서 왔고, 그런 힘으로 노동기본권을 쟁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