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민주노총 주최의 특수고용 노동자 결의대회를 앞두고 대리운전 노동자가 기고를 보내 왔다.


나는 대리운전 기사다. 사회적으로는 특수고용 노동자라 불린다.

노동자이면서 노동자가 아닌 우리 대리운전 기사는 회사와 근로계약서 대신 서비스제공계약서를 작성하고 한 회사에 속하지만 여러 업체의 오더(주문)을 받아 일한다.

대리운전 업체의 숫자는 2016년 12월 기준 전국 8000여 개(수도권 약 3000여 개)로, 시장 규모는 연간 3조 원에 이른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20만 명이나 되지만, 정부는 우리를 유령 취급을 해 왔다. 관련 법규도 없고 4대 보험이나 노동법의 적용도 받지 못한다.

심야노동과 위험한 업무 환경 속에서 다치거나 병 들어도 보상은 꿈도 못 꾼다. 음주운전 사고와 각종 심야 범죄의 위험에서 시민의 안전한 귀가를 책임지는 일을 담당하면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다.

우리는 지난해부터 정부를 향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가 단식, 노숙 농성을 하며 요구한 노동조합 인정은 끝내 거부했다. 이른바 ‘전속성’이 모호한 광역기사들이 조합원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다.

노동부는 넌지시 광역기사를 제외해 전속성 기준을 맞추면 설립신고를 내주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일부 노동자들을 배제한다면 단결이 방해를 받을 것이다. 광역기사는 대리운전 노동자 중 압도 다수이기도 하므로, 이들을 배제하면 노동조합이 쪼그라들거나 더 강력해지기도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이런 방식은 ‘전속성’ 기준과 ‘선별적’ 기본권 보장 정책에 반대하는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들과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다.

대리운전노조는 논의 끝에 이를 거부하기로 올바른 결정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1년이 지나도록 법 개정은 고사하고 노조 설립 신고를 받아들이는 행정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금 또 다시 사측과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며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 이러다가 다른 쟁점들처럼 국회로 떠넘길 형색이 되는 것은 아닐지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대리운전 노조를 인정하면 지금까지 ‘전속성’을 문제 삼아 권리를 부정해 왔던 건설기계, 화물,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빗장을 열어주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기업주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20년을 외쳐 왔는데 아직도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이 더 필요하다면, 이 정부도 이전 정부처럼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법 기준 타령 할 게 아니라, 대통령 권한으로 지금 당장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노동기본권 보장에 관한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가로막는 노동 적폐는 노동자의 힘으로 청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