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모든 이들의 눈 앞에서 침몰했다. 배 침몰뿐 아니라 구조 실패, 박근혜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진실 은폐 등은 대중적 공분을 자아냈다. 사고와 그 후속 조처를 보면, 세월호 참사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자본주의 이윤 체제가 낳은 비극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물론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은 똑같지 않다. 자판기에 깔린 친구를 차마 구하지 못하고 빠져 나온 한 단원고 학생은 그 친구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날은 생존자들의 가슴 속에 평생 남을 상흔이다. 자식을 잃은 단원고 유가족들, 희생된 기간제 교사의 유가족들,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 한 민간 잠수사들, 진실의 조각을 찾으며 살고 있는 이들 모두 각자의 아픔을 안고 세월호를 기억한다.

《세월호 참사, 자본주의와 국가를 묻다》 김승주 지음 | 책갈피 | 2018년 | 196쪽 | 9000원

이들 모두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바랐다. 이를 위해 운동을 벌였다. 많은 이들이 급진화했고 ‘세월호 세대’가 됐다. 세월호 운동은 끝내 박근혜 퇴진 운동과 만났고, 참사의 중요한 원인이자 진상 규명을 방해해 온 박근혜와 핵심 측근들을 구속시키는 성과를 냈다. 온전치는 않지만 큰 틀에서 참사의 실체를 밝혀냈다.

한편, 박근혜 퇴진·구속과 세월호 인양, 4년 만에 합동 영결식 거행, 416재단과 추모공원 설립 추진 등 세월호 운동의 한 국면이 끝나고 있다. 이제 지난 4년의 경험을 일반화해 운동의 성과와 약점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파생한 수많은 쟁점과 안전 사회를 위한 근본적 대안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쉽고 명쾌한

세월호를 다룬 수많은 책이 나왔다. 여러 진보적 언론과 논문이 세월호 참사를 신자유주의 정책, 한국 자본주의의 후진성, 박근혜의 무능과 부패 등과 관련지어 설명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와 연관 짓고 마르크스주의로 분석한 책은 없었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참사, 자본주의와 국가를 묻다》의 출판은 값진 일이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이에 대한 대안을 마르크스주의로 쉽고 명쾌하게 분석·주장했다. 신자유주의는 왜 등장했는지, 선진국인 미국·독일·영국·일본 등지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대형 참사가 왜 반복되는지, 참사 대응에서 국가가 보인 무능과 부패는 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지 등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무엇보다 저자인 김승주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후 동료 학생, 활동가들과 대학과 거리에서 세월호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애쓴 ‘세월호 세대’이자, 세월호 운동의 주요 고비마다 운동의 전진을 위해 의견을 내놓은 혁명적 좌파 활동가다. 그래서 세월호 운동 안에서 벌어진 주요 논쟁들과 개혁주의자들의 전략·전술의 문제점 등도 다룬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순식간에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전반부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항의 운동 돌아보기를 다룬다. 저자는 방대한 세월호 참사 관련 자료를 읽고 분석해 독자들에게 2014년 4월 16일 참사의 실체와 문제점 등을 쉽게 설명한다.

“상시적 과적과 그에 따른 복원성 악화 탓에 언제 침몰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천만한 배”를 운행한 것은 비용 절감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해상운송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기존 20년이던 여객선 선령 제한을 최대 30년으로 변경했다.” 세월호 참사는 “미국 패권 돕기의 일환인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철근의 과적과 부실한 고박이 맞물려 [일어난] 사상 최악의 대형 참사”였다. 이는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배경이 자본주의의 이윤 지상주의 논리와 제국주의 협조 정책에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책은 세월호 운동 안에서 지금도 제기되고 있는 음모론의 문제점도 다룬다. “음모론에 매료되는 사람들의 다수가 온건한 자유주의적 개혁주의자들(대부분 친노무현 또는 친민주당)이다. 이들은 운동이 신자유주의 정책 등을 문제 삼아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의 책임까지 끄집어내는 것을 마뜩잖아 한다.” 결국 음모론은 박근혜와 그 소수 측근만 비난하며 사실상 정부와 자본에게 면죄부를 준다.

후반부는 세월호 참사와 다른 참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세월호 운동의 성과와 약점, 안전 사회를 위한 근본적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분석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등장했지만 세월호 적폐의 핵심인 규제 완화와 공공 투자 삭감 문제는 그대로인 지금, 근본적 대안을 치열하게 고민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또 반갑다. ‘안방의 세월호’라 불린 가습기 살균제가 정부 허가를 받고 출시된 시기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였다.

민주당 정부 시절에도 대형 참사는 끊이지 않았고, 정부는 무능하게 대처했다. 민주당도 자본주의 체제를 수호하기에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는 지난 4년간 세월호 운동 안에서 민주당이 여러 차례 뒤통수를 친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호 운동을 폭넓은 정치 운동과 연결시키려 하기보다 개혁입법 운동으로 한정시키려 한 NGO의 개혁주의 전략도 운동을 전진시키는 데 장애물로 작용했다.

세월호 참사는 “무한 이윤 경쟁 체제인 자본주의와 그 체제를 지키고자 하는 국가 시스템이 만들어” 낸 것이기에 “자본가들의 이윤 지향과 투쟁하고 그것을 수호하고 대변하려는 국가권력과 투쟁하는 운동, 특히 노동자 운동과 연계돼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안전 사회를 위한 근본적 대안으로 노동계급이 발휘할 수 있는 결정적 힘을 강조한다.  

일부 독자들은 ‘마르크스주의’라는 용어를 보고 책이 어렵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저자는 세월호 운동 한복판에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써 왔다. 이 책은 바로 옆에서 구술을 듣는 것처럼 순식간에 읽어 나갈 수 있다.

이 책은 “지난 4년의 진정한 교훈을 기억하고 실천해 나가려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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