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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특검 여야 갈등의 진정한 성격

드루킹 특검 문제를 놓고 국회가 마비되면서 여권 내에서는 심지어 국회 해산 얘기까지 나온다. 물론 실현 가능성 없는 얘기이다. 문재인 지지가 높은 여론 지형을 이용한 선거용 주장이자 보수 야당 압박용 주장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는 특검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하다가, 자기 당 지지자였을지 모르는 사람에게 폭행을 당했다.

드루킹 특검 실시 문제만 보면 지지 여론이 높다. 하지만 지방선거 여론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현 여권 지지로 확 쏠렸다. 보수 야당들은 뭘 해도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대다수가 홍준표의 우익적 남북 정상회담 비판에 “내 생각은 다르다”, “칭찬할 건 칭찬해야 한다”며 거리를 뒀다.

결국 자유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당대표 홍준표를 비난하며 현역 국회의원이 탈당했다. 탈당한 강길부(울산 울주군)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와 당선했던 자다. 민주당 입당설이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 안철수는 심지어 지난 대선이 “부정 선거”였다는 공세까지 벌인다.

그러나 온라인 댓글이 아무리 영향력이 크더라도 수백만 명의 의견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과장이다. 안철수는 그저 지난해 대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인 촛불 운동의 기준에 한참 모자랐을 뿐이다.

지금의 보수 야당들이 냉전 우익적 논조로 정상회담을 비난하자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것은 촛불이 형성시킨 반(反)우파 정서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가능성에 도박을 거는 것 같다. 남북 화해가 제국주의적 미·중 갈등 구조 위에서 위태롭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익들이 해 볼 만한 도박으로 여길 법하다.

또한 우익과 보수 야당들이 드루킹 건을 부각시키는 의도는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의 정당성을 훼손시켜 우파 결집에 활용하려는 것인 듯하다.

그들은 2008년 광우병 위험 소고기 수입 문제로 촛발된 반(反)이명박 촛불 운동을 좌파가 ‘광우병 괴담’(가짜 뉴스)으로 ‘선동’하고 우매한 대중이 속아 넘어간 일이라고 폄훼했고 지금도 폄훼한다.

돌아보면, 우파 정권의 시작과 끝을 모두 대규모 촛불 운동이 장식했으니, 우익들로서는 촛불의 의의를 조금이라도 폄하하는 데에 사활을 걸 만하다.

현 여권은 지방선거까지 지금의 여론 지형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시간을 벌려는 것 같다. 여야가 특검에 합의하더라도, 법안을 통과시키고 특검을 출범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 김경수가 경남도지사에 당선하면 차(차)기 대선 주자로 부상할 것이고, 특검도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음 이상을 밝혀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여야가 서로 다른 속셈으로 드루킹 문제로 대치하고 있지만,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있다. 모두 네이버의 댓글 기능 등을 문제 삼는데,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현재의 여야 모두 여론 공작 행위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정치적 경쟁자들은 물론이고 아래로부터 저항하는 노동자들과 좌파 노동단체들을 조직적으로 음해하는 짓을 해 왔다. 국가기관이 했느냐 사설 조직이 했느냐 하고 형식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둘 다 지배계급 정당들이 벌인 공작 행위이다.

그래 놓고 여야 모두 이제 와서 경기장(포털 사이트)이 반칙을 가능케 했다는 핑계를 대며 행위 주체로서 져야 할 책임을 피하려 한다.

경찰의 드루킹 수사가 부실한 이 와중에도, 이명박근혜 하에서 국가기관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일상적으로 활용해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드루킹 그룹도 올해 1월 중 이틀 동안 작업한 댓글만 2만 개가 넘고, 관련 건으로 입건된 피의자가 30명이다. 계획과 실행만이 아니라 그 규모도 ‘조직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근혜의 여론 공작(대국민 심리전)에도 민간인들이 참여했다. 2008년 촛불 때 활약한 국정원 알파팀, 2012년 대선 때 움직인 친박 ‘십자군알바단(십알단)’ 등은 민간인들로 구성됐다.

금전 등 거래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이들의 범죄는 정부와 연관된 것으로 비난받았다. 돈 거래가 부차적 문제라는 점은 십알단 단장 윤정훈이 2013년 재판에서 새누리당의 연루와 돈 거래 여부가 인정되지 않고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에서도 드러난다(불법선거운동 혐의). 물론 우익 조직들이 국정원에게서 돈을 받았음이 최근 드러났다.

그런데 부정한 청탁과 거래가 오간 점에서도 드루킹과 김경수 의원 측은 자유롭지 않다.(일각의 폄훼와 달리 드루킹은 2002년 대선 때부터 노사모의 주 ‘논객’이었다.)

최초 해명과 달리,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을 적어도 7~8번이나 만났다는 사실(심지어 두 번은 김경수가 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 둘 사이에 홍보 대상이 된 기사 목록이 오간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김경수가 드루킹을 만난 시점, 청와대가 드루킹이 추천한 인물을 만난 시점 모두 인사 청탁 대상이던 일본 오사카 총영사 직을 청와대가 공식 임명하기 전이었다.

사실상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이 드러난 것인데도 경찰은 이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지 않았다.

검찰도 경찰 못지않게 소극적이다. 검찰은 지난해 선관위가 의뢰한 드루킹 관련 다른 사건(불법선거운동 혐의)을 불기소 처분했는데, 이번에도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드루킹 의혹은 점점 국가기관이 비호하는 스캔들이 돼 가고 있다.

이처럼 드루킹 사건의 성격이 권력형 추문임이 드러나는데도 여야 모두에게 음해를 당하고 정권의 탄압을 받던 좌파 노동단체들은 드루킹 의혹에 거의 침묵하고 있다.

아마 우파를 이롭게 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싶지 않아서이거나, 국가기관과 사설단체의 행위는 다르다고 보는 게 아닐까 싶다. 이는 앞서 살펴 봤듯이 형식주의적인 사고의 발로일 뿐이다. 또한 이번 의혹이 밝혀질수록 민주당·친문 진영과 노동자 운동의 계급적 차이를 밝혀야 할 필요는 오히려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