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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주 52시간제 시행:
노동조건 후퇴 말고 인력 충원하라

오는 7월 1일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공공기관 곳곳에서 노동조건 후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중 무휴 공공·민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가스·철도·공항·방역 등 공공기관들에서는 장시간 노동이 만연하다.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해 대다수 노동자들이 교대제 근무, 대체근무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곳들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효과를 내려면 인력이 대폭 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공공부문 사측은 교대제 개편 등으로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는 방식으로 인력 충원 없이 주당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최근 인천공항 승객보안검색 분야 협력업체들은 현행 3조 2교대제를 12조 8교대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해 노동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자 1900여 명이 속한 승객보안검색 하청업체 세 곳이 모두 이를 추진하고 있는데, 두 업체는 5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인천공항 승객보안검색 분야 협력업체들이 노동자들의 동의도 없이 현행 3조 2교대제를 12조 8교대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해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이번 개편으로 주당 노동시간은 약간 줄어든다. 그러나 그것이 노동자들에게 여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조건을 크게 악화시킨다.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 내로 맞추되, 1일 노동시간을 대폭 늘리는 꼼수를 부렸다.

12조 8교대가 시행되면, 노동자들은 기존의 야간 장시간 근무에 더해 주간근무에서도 이틀 연속으로 무려 13시간씩을 꼬박 일하게 된다(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게다가 노동자들이 오전 6시까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영종도로 출근하려면 새벽길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어렵다.

훨씬 복잡해진 교대제로 인해 출·퇴근 시간도 매일 달라진다. 이는 노동자들의 생활·신체 리듬을 깨뜨리고 안정적으로 삶을 계획하기가 어렵게 만들 것이다. 기존에 주간근무만 하던 일부 노동자들은 새롭게 야간근무에 투입되게 생겼다.

인력 충원 없는 교대제 개편은 사용자들이 비용은 절감하며 노동 시간을 줄이는 데 선호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서울지하철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4조 2교대 시범 실시도 그런 사례다. 3조 2교대와 비교해 야간 노동일이 줄었지만, 인력 충원 없이 교대제를 변경해 노동강도가 강화됐다.

임금 삭감

정부는 인력 충원을 해야 한다며 탄력정원제를 도입해 임금도 삭감하려 한다.

탄력정원제는 기존 직원들의 시간외 노동을 억제하고 연차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그렇게 줄어든 노동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깎고, 그 재원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외 노동 억제와 연차 촉진으로 266개 공공기관에서 충원 가능한 인력 규모는 1만 8105명~1만 3903명 수준이다(정부의 일자리위원회 기획단이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 단순 계산했을 때, 개별 공공기관 평균 고작 50~60명이 충원되는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상당히 억제돼 왔는데, 또다시 임금을 줄이라는 것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키울 것이다.

공공부문 노조들은 제대로 된 노동시단 단축을 위해 인력이 대폭 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강도 강화, 유연근무제 확대 등으로 조건이 후퇴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옳게 요구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시도되는 노동조건 악화를 막기 위한 투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운동 내 논란을 빚어 온 쟁점들에 원칙 있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일부 노조 지도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어느 정도의 임금 삭감은 수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나, 임금 삭감이 목적인 탄력근무제를 일부 용인해 온 것은 부적절하다. 이렇게 해서는 노동자들을 투쟁으로 결집시키기 어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