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는 북한과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비핵화가 이뤄진 후의 일이다. 그 전에는 대북 제재조차 풀어 주려 하지 않는다.

어찌어찌해서 비핵화에 성공하더라도,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 문제는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주한미군 문제다.

물론 지금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고집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게 주둔 성격이 바뀐다면 주한미군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 정부 견해가 그렇다고 해도, 남북한 사람들의 다수는 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맺기로 했는데, 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하지? 평화협정 체결이 가능한지도 불확실한 이 시점에, 우익들이 주한미군 문제에 예민하게 나오는 까닭이다.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는 미국 외교전문잡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평화협정이 조인되면 “주한미군의 계속적 주둔이 정당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고 썼다. 그러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우익들은 문 특보가 ‘주한미군 철수론’을 주장했다고 거품을 물었다.

글 전체를 보면, 문 특보는 결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게 아니다. 평화협정 체결 이후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문제에서 딜레마에 처할 수 있다고 솔직하게 말한 것일 뿐이다.

실망스럽게도 5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문정인 특보와 즉시 선을 그었다.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은 별개 문제라는 것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해도 주한미군은 중국·일본 등 강대국 사이에서 ‘중재자’ 구실을 해야 할 것이기에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한미군 주둔이 유지되는 종류의 평화협정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할 수 있을까? 동아시아의 제국주의적 갈등 속에서 주한미군은 중국 같은 미국의 경쟁자를 향한 미국의 최전방 군사력이다. 중재자가 아니라 평화 위협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전략자산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약속 하에 평화협정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주둔을 용인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냉전 시절 미국은 일본의 ‘비핵 3원칙’ 하에서도 일본 오키나와에 핵무기를 반입한 바 있다.

제국주의적 경쟁이 점증하는 가운데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은 영구적 평화 실현을 요원하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