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문재인 정부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초등돌봄교실과 지역 내 공공시설을 활용한 ‘마을돌봄’을 각각 10만 명씩 총 20만 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초등돌봄교실의 대상은 저학년에서 모든 학년으로, 돌봄 시간도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까지로 늘어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초등돌봄을 확대하려는 까닭은 더 많은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내는 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여성의 대량 노동시장 진출이 미래의 노동력 재생산 위기를 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처이기도 하다.

한편, 초등돌봄 확대는 노동계급의 대중적 요구이기도 하다. 교육부가 전수조사한 초등돌봄교실의 학부모 만족도는 늘 95%가 넘게 호평이 나올 만큼 수요가 많다. 맞벌이, 한부모 가정이 늘어나면서 초등돌봄 지원 여론이 높아졌다. 그런데도 돌봄교실의 공급이 적어서 ‘돌봄 로또’란 말이 생길 정도로 돌봄교실 대기자가 넘친다. 돌봄 로또에 당첨되어도 학교에서의 돌봄이 오후 5시 이전에 끝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 자녀들은 부모의 퇴근 전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기도 한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에 의하면 초등 1~3학년 자녀를 둔 여성 1만 5841명이 새학기를 전후로(2~3월) 회사를 그만 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평등한 사회 진출을 보장하려면 국가가 양육을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이는 여성해방의 필수적 조건이다.

돌봄의 사회화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에도 필수적이다. 이것은 특히 노동계급의 자녀들에게 중요하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계급 가정의 아이들은 사회적 지원이 없다면 방치되거나 열악한 돌봄을 받기 쉽다. 초등돌봄의 대부분은 미래의 노동계급을 키우는 것이므로 마땅히 국가와 자본가들이 비용을 대며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초등돌봄교실과 서비스 제공 시간을 늘리려 하지만 양질의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 마련에는 진지하지 않다. 재정 지원이 충분하지 않고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박근혜 정부 때처럼 돌봄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게 될 공산이 크다. 

2014년 박근혜 정부는 “일과 양육의 병행”을 위해 초등 1~2학년의 돌봄교실 확대를 추진했지만, 최소한의 비용만 투자하려 했다. 정부의 시간제 여성 일자리 확대 정책 기조 속에서 교육청들은 시간제 초등돌봄교실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근로기준법도 적용 받지 못하고, 생계유지도 어려운 단시간제 돌봄노동자들이 대거 양산됐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발표를 보면, 2014년에 초등돌봄교실 확대 계획 발표 뒤 늘어난 돌봄전담사 중 3천명 이상이 초단시간 근로였다. 

문재인 정부의 초등돌봄 확대책에는 단시간 노동자를 양산했던 적폐에 대한 개선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 계획 발표에 맞추어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은 2022년까지 돌봄교실 500개를 확대하겠다면서도, 고작 4시간제 돌봄전담사 50명만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그대로 계승하는 꼴이다. 

시간제 초등돌봄 일자리

지난 2017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있어 초단시간 돌봄전담사들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컸다. 정부는 상시지속 업무를 맡은 초단시간 근로계약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 지침을 냈고, 노동자들은 지침이 실제화되도록 여러 투쟁을 했다.

돌봄전담사들은 다행히 무기계약 전환을 쟁취했지만, 이것 말고는 노동조건이 개선된 게 아무것도 없다. 여전히 전일제 무기계약직과 처우에서 큰 차이가 있고, 시간제 노동이라는 굴레 속에서 힘겹게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하루 2.8시간만으로는 돌봄 운영은 불가능합니다.” “교육청 사람들이 3시간 동안 아이들 관리하면서 간식 준비, 서류 작성, 청소 체험들 해봤으면 좋겠네요.”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은 3시간 미만(주 15시간 미만) 또는 4시간만 가지고는 도저히 해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행정업무는 아동들이 있는 시간에 할 수도 없다. 때문에 실제 시간제 전담사가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마저도 예산을 이유로 초과근무수당 신청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돌봄전담사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시간제 고용 형태는 돌봄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4시간이나 3시간 미만 초단시간제로는 도저히 아동에 대한 제대로 된 케어를 하기란 불가능해서 대개 아동은 중간에 8시간 전일제 돌봄전담사가 있는 교실로 이동하도록 한다. 이런 경우 합반으로 돌보는 아동 수가 증가해 돌봄의 질이 저하된다. 아동의 교실 이동으로 복잡한 상황이 되면서 아동이 사라지는 등 아동의 안전이 방치되는 일도 있다.

현재 초등돌봄전담사의 30%가 초단시간 노동자다. 질 높은 초등돌봄을 보장하려면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중단하고 초단시간 돌봄노동자들을 8시간 전일제로 전환해야 한다. 

돌봄전담사의 정규직화와 정규직 교사의 노동조건

또한 정부의 초등돌봄 정책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돌봄전담사 등 노동자들 사이에서 갈등을 낳고 있다. 실제 돌봄은 돌봄전담사들이 하는데, 이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권한과 책임은 정규직 교사에게 있다.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근무시간이 부족해 전일제 전담사나 정규직 교사가 행정업무나 돌봄을 떠맡는 일이 생긴다. 아동이 학교 안에 있는 동안은 정규직 교사가 아동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지침이 있어, 이런 운영 방식은 정규직 교사에게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정규직 교사가 돌봄전담사의 업무를 관리하게 만드는 방식은 정규직 교사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을 주는 한편, 국가가 정규직 교사와 돌봄전담사 모두를 쥐어짜면서 노동자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돌봄전담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정규직 교사의 노동조건 악화와도 직결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초등돌봄교실의 실질적 운영을 돌봄전담사들이 전담하는 만큼, 돌봄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돌봄전담사가 가지도록 해야 한다. 또, 무기계약직, 시간제, 민간위탁 등 다양한 형태로 고용된 돌봄전담사들이 온전한 전일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새로 뽑을 돌봄전담사들도 온전한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 현재 돌봄전담사들이 사회적 지지 여론 등을 고려해 전일제 무기계약직과 처우 개선 정도만 요구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은 아동이 받을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초등돌봄교실 시설과 운영에 충분한 투자를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초등돌봄을 확대할 때 비용 최소화를 위해 학교 기반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서 지금도 학교에서는 일반 교실과 돌봄 교실을 겸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4년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전국 초등돌봄교실 중 일반 교실과 겸용하는 경우가 25%였다. 아동의 정서·사회적 발달을 도모하고 편안한 돌봄을 누리기에는 너무나 형편없는 시설이다. 방과후에 수업을 준비하고,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교사들의 활동에도 큰 지장을 줬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계획은 단순히 온종일 돌봄교실 확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공약에서 후퇴하여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려 한다. ‘공단’은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가 책임제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사회서비스 시설들 중에 초등돌봄교실이 들어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국공립 시설 외에 민간 시설을 지원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사회서비스에 대한 사업 범위나 종류를 지자체 재량에 맡기고 있어 지자체 재정 부족을 이유로 사회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돌봄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하거나 노동조건 개선이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심지어 사회서비스원 소속 시설들을 ‘독립채산제’로 운영하거나 ‘경영평가’를 실시하려 한다.

물론, 초등돌봄교실이 초등학교 내에 있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노동조건이 개선되거나 돌봄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관반민(半官半民) 기구인 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의 경영평가를 통한 효율성과 수익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언제든 초등돌봄을 시장에 맡길 위험성도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돌봄전담사들은 학교 밖 지자체로 초등돌봄을 이관하는 것에 대해 우려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초등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을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은 또 하나의 외주 용역, 파견 근로 형태로 초등돌봄전담사들의 고용이 불안해질 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초등돌봄을 노동계급이 제약없이 누릴 수 있도록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충분한 예산을 투자해 돌봄의 질을 책임져야 한다.

즉, 문재인 정부는 겸용교실 문제를 해결하고, 돌봄교실 1개 당 수용 가능한 아동의 인원을 대폭 낮춤으로써 돌봄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돌봄교실 시설도 충분히 확대해야 하고, 이에 충분한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현재는 초등돌봄교실의 식사 및 간식 비용을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하고 있다.(한 달에 3만 원~9만 원 정도) 그러나 가장 좋기로는 국가가 돌봄서비스를 보편적 복지로서 무상 제공함으로써 돌봄의 체계를 잡아가는 것이다. 돌봄은 미래의 노동계급을 키우는 것이므로, 이에 필요한 재원은 수익자가 부담하기보다는 당연히 부유층과 기업주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충당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노동계급 학부모와 그 자녀, 돌봄 노동자, 초등 교사 모두를 단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아동의 전면적 인간발달과 돌봄

집 밖에서 부모가 아닌 남의 손에서 돌봄이 이루어지는 것은 자녀의 정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견해들이 있지만, 이런 보수적 견해는 소수인 것 같다. 그보다는 돌봄은 교육이 아니라며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돌봄은 아동의 전면적 인간 발달을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이다. 교실에 앉아 하는 수업만이 교육이 아니다. 아동을 둘러싼 모든 환경은 교육적 요소이고, 아동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물며 방과후 저녁까지의 일상을 보내야 할 환경은 오죽할까?

노동계급 자녀들이 누릴 제대로 된 돌봄을 위해, 아이들의 전면적 발달을 도모하는 교육을 위해서도 정규직 교사들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국가에 (국방비 증액 같은 데 돈을 쓸 게 아니라) 돌봄과 교육에 충분히 투자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단결하여 투쟁해야 한다. 그래야 이를 관철시킬 힘이 생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온종일 초등돌봄 확대 정책은 값싼 노동력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 자명하다. 서울교육청이 벌써 시간제 고용으로 돌봄 확대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가 자동으로 양질의 돌봄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므로 학교 안의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싸워야 한다.

그런데 전교조 내에서는 초등돌봄에 대한 지자체 이관 요구가 있다. (전교조 전국초등위원회는 문재인정부가 후퇴한 안인 사회서비스원으로의 이관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워낙 학교 안의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형태로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규직 교사에게 과중한 업무를 떠안기고 교육과정 운영을 어렵게 만들었다. 즉, 국가가 초등돌봄에 충분한 예산을 투자하지 않은 채 시간제 노동과 기존의 정규직 교사의 노동을 쥐어짠 것이 진정한 문제였다.

따라서 정규직 교사들은 초등돌봄의 지자체 이관 요구보다는 공동 사용자인 정부에 맞서 초등돌봄에 충분한 예산을 투자하고, 돌봄전담사가 안정적으로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그들의 고용을 전일제 정규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함께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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