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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
문재인 정부가 교사 수를 줄이려 한다

지난 4월 30일 교육부가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의 학생 수 감소 추세를 반영하여 점진적으로 (교사) 선발 인원을 축소”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전 ‘교원 증원과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약속했다. 그런데 1년 새 말이 180도 바뀐 것이다. 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교원 증원을 통하여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를 바랐던 교육 주체들의 열망을 저버린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면서 “역대 최악의 교원 수급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초·중등 교원 신규채용 규모가 2018년 현재 8500여 명에서 2030년 6000여 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지난해에도 2000명 이상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10년 내 신규 교원 임용 규모는 반 토막 나게 생겼다.

게다가 현 정권 임기가 끝난 이후인 2023년부터는 임용 규모가 더욱 가파르게 감소해서 학생 수 감소 폭을 압도한다. 예로, 중등의 교원 선발 인원 감소율(32.5퍼센트)은 학생 수 감소율(12.1퍼센트)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임용 관문 확대를 기대한 예비교사들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역대 정부가 신규 교원을 충분히 선발하지 않아 임용 경쟁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중등의 경우 2014년 7.72에서 점점 높아져 2017년 10.73까지 치솟았다.

교육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예비교사들에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마치 그들을 배려하는 양 말이다. 그러나 예비교사들에게 이것은 ‘예측 가능한 절망’이다.

ⓒ조승진

교원 구조조정

신규 임용 교사 수 감소는 예비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년 평균 교원 1만여 명이 퇴직하는데, 신규 임용을 고작 6000~7000명으로 줄이면 전체 교사 정원은 점차 감소한다.

사실 교원 구조조정은 오래전에 시작됐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는 정규 교사 신규 임용을 줄이고 기간제 교사 임용을 대폭 늘려 왔다. 그 결과 10년 사이 중학교 정규 교원 수는 실제로 줄었다. 고등학교 정규 교원 수는 찔끔 증가한 반면 중·고등학교 기간제 교원은 같은 기간 3배로 늘었다(2005~2013년 교원 수급 통계). 2000년대 중반부터 교사들의 휴직과 퇴직이 급증(각각 3배와 2배)했음에도, 신규 교원 임용은 계속 정체해 왔다. 현재 기간제 교사는 4만 7000여 명에 이른다. 정부가 장기적인 교원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기간제 교사를 주로 채용해 온 탓이다.

정부가 정규 교사 임용을 억제해 온 결과, 법정 정원 확보율은 김대중 정부 때 84퍼센트, 노무현 정부 때 82퍼센트, 이명박 정부 때 78퍼센트로 계속 감소해 왔다.

박근혜 정부는 ‘지방교육재정 효율화’ 정책으로 학급 수와 교사 정원을 줄였다. 교원 정원 산정 기준도 학급 수에서 학생 수로 바꿨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교사 정원도 자동으로 줄이려 한 것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신규 임용을 과감하게 줄이지는 못했다. 청년 실업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기준으로 4000여 명의 임용 적체(합격하고도 발령을 못 받는 상태)가 발생했다. 지난해 ‘임용 대란’은 이 시한폭탄이 터진 결과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적폐를 청산하기는커녕 오히려 한술 더 뜨고 있다. 이번 교육부의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싶었지만 저항을 의식해 밀어붙이지 못했던 실질적인 교원 구조조정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

정부는 이번 교원 수급 계획이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것인 양 포장했다. “정부 임기 내(2022년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국가 평균(2015년 기준)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학령인구 ‘자연 감소’로 인한 결과다. 2015년 평균을 7년이 지난 2022년에서야 달성하겠다는 것도 자랑은 아니다.

게다가 정부는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이는 학급 당 학생 수 지표와는 달리 교육 여건을 잘 보여 주지 못한다. 학교에는 수업을 (거의 또는 전혀) 담당하지 않는 교장, 교감, 비교과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물론 상담, 영양, 보건, 사서 등에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교과교사들의 증원도 시급하다). 따라서 교육 여건을 가늠하려면 ‘학급 당 학생 수’를 따져 봐야 한다.

학급 당 학생 수 기준으로 보면 우리 나라 교실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2017년 OECD 통계를 보면, 2015년 초등 평균이 21.1명, 중등 23.3명인데 반해, 우리 나라는 각각 23.4명, 30명으로 격차가 상당하다. 학생 수가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콩나물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학급 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에 맞추려면, 교사를 대거 늘려야 한다.

게다가 우리 나라 교육 여건이 꼭 OECD 평균을 목표로 해야 할 까닭도 없다. 정부가 교육의 질 향상에 의지가 있다면, 학생 수 감소를 OECD 최상위 수준으로 학급 당 학생 수를 감축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학생 수 감소를 핑계로 오히려 교사를 대폭 감축할 작정이다. 정부의 우선순위가 교육의 질이 아니라 재정 효율화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다.

2013년 기준 GDP 대비 우리 나라의 정부 부담 공교육비 비율(4.0퍼센트)은 OECD 평균(4.5퍼센트)에 한참 못 미친다. 재정 여력이 결코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은 지난해 국방비 규모를 임기 내에 GDP 대비 2.4퍼센트(약 43조 원)를 2.9퍼센트 수준(약 60조 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17조 원을 교육에 투자한다면, 교사 수십만 명을 채용할 수 있다!

정부는 ‘중장기 교원 감축 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교원을 대폭 확충하라!

교원 양성 규모 감축

정부는 교원 증원은 하지 않고서, 교원 양성 규모를 줄여서 임용 적체를 해소하겠다고 한다. 사실상 진입 장벽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교사 자격증 남발’이 문제라는 생각으로 양성 규모 감축을 교원 수급의 대안으로 지지하고 있다. 전교조는 지난 4월 30일자 성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년 2만여 장의 교원자격증을 계속해서 남발하는 문제를 방치하는 한, 평균 10대 1의 임용적체는 해소될 수 없다.”

더 나아가 지난 3월 27일 전교조 등이 발표한 ‘OECD 상위 수준의 학급 당 학생 수 감축과 교원 증원 촉구 교육주체 의견서’에는 “사범대학 정원 축소, 교직이수과정 제한, 교육대학원 자격증 발급 폐지”를 통해 “양성 인원 9000명 미만 유지”를 중등교사 수급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런 태도로는 교사가 ‘많아서’(!) 문제라는, 정부의 주장에 일관되게 맞서기 어렵다. 실제로 교육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질 낮은 교원양성기관의 정원 감축과 교원양성체제 개편”을 예고했다. 또한 이런 접근은 예비교사들을 사범계와 비사범계로 분열시켜 단결 투쟁을 어렵게 만든다.

기간제 교사 해고

정부는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하면서, 교사가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가 예비교사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양 이간질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초등 교사들의 신규 임용 교사 수를 30퍼센트나 줄여 ‘임용 절벽’을 만든 장본인은 바로 정부였다.

당시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하면서 “정원 외 기간제 교원의 해소를 위해 정규 교원의 정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간제 교사를 해고하고 그 자리에 정규 교원을 확충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기간제 교사의 해고는 현실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교육부의 교원 감축 계획을 보면 “정규 교원 확충”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조승진

기간제 교사든, 정규 교사든 전체 교사 정원을 줄이는 것이 정부의 진정한 속셈이다. 이에 대한 교사들의 저항을 줄이려고 서로 이간질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지난해 전교조 지도부는 정부가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하고 심지어 감축(해고)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이를 비판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칼끝이 결국에는 정규직을 겨누기 마련이다. GM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험은 가장 최근 사례 중 하나이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투쟁은 비정규 교사들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교원 구조조정(정원 감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거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는 그만큼 정규직 임용 교사 수를 늘리기 때문에, 예비교사들에게도 장기적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만일 지난해 전교조가 정부의 이간질에 맞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를 지지하고 함께 투쟁했다면, ‘기간제 정규직 전환과 교원 확충’을 함께 요구하며 정부를 상대로 진지하게 투쟁을 건설했다면, 정부가 교원 감축 계획을 대놓고 추진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정규직 교사들이 비정규직 교사들의 해고에 반대하고 그들의 정규직 전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이것은 자신들의 조건과 교육의 질을 방어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