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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2020》, 로날도 뭉크 지음, 팬덤북스, 2018.:
여러 쟁점을 소개하지만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을 흐리는 책

《마르크스2020》 로날도 뭉크 지음 | 김한슬기 엮음 | 팬덤북스 | 2018년 | 372쪽 |16000원

로날도 뭉크가 마르크스의 사상이 다시 한 번 세상의 이목을 끌기를 기대하면서 《마르크스2020》의 신판을 내놓았다. 이 책의 구판은 ‘한 세기의 끝’을 마주하고 20세기의 종결이 곧 ‘역사의 종말’이라는 분위기에서 출판됐는데,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나 1991년 소련의 해체가 마르크스주의의 치명적 위기로 인식되던 때였다.

신판인 이 책은 구판보다는 좋은 조건에서 출판된 듯하다. 2007년 시작된 경제 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마르크스가 제시한 자본주의 발전 이론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지난 세기말에 소련의 붕괴로 승리감에 도취됐던 경제적 자유주의는 한계에 봉착했으며 정치적 자유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다.

로날드 뭉크는 “오직 마르크스만이 여기에 합리적인 해설을 내놓”았다고 지적하지만 정작 “전 세계적으로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을 기저에 두고 실행에 옮긴 정치적 세력은 매우 드물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가 도그마로 전락하는 것에 반발해 카를 마르크스가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취지에서 자신도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의 이 말이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쟁점에 대한 저자의 입장이 혁명적 사상임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주요 쟁점에 대해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가 어떤 입장이었고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간략히 소개한다는 점이다. 계급이나 여성 쟁점 외에도 생태학, 종교, 심지어 다루기 까다로운 국가 문제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수많은 인물과 논쟁이 자세한 설명 없이 불쑥불쑥 등장한다. 그 인물들의 주된 주장이나 논쟁의 맥락을 알지 못하면 이 책을 읽기가 거북할 수 있다.

필자는 과거의 융통성 없는 마르크스주의나 논란을 일으켰던 급진적 공산주의자들이 내세운 이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오늘날 제기되는 쟁점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소개하지만 그 입장들에 대한 서술 자체가 오히려 잘못된 게 많다.

예를 들어 저자는 마르크스가 비생산적 노동자들을 프롤레타리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하고, 분석마르크스주의자 G A 코헨이 마르크스가 말한 계급의 분류와 활동에 관한 객관적 기준을 이어 오고 있다고 한다.

또, 저자는 마르크스주의 유럽 중심주의의 한계가 있고 민족 문제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고 보는 듯하다. 오스트리아 마르크스주의자인 오토 바우어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이런 이유들로 이 책은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내용을 오해하게 만들거나 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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