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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탈북민에게 직접 들은 남한 생활과 탈북민 차별

우리 사회에 사는 탈북민은 3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탈북민의 진짜 사정은 언론에서 찾아 보기가 어렵다.

2007년에 탈북해 12년째 남한 생활 중인 탈북민 김복주 씨를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들었다. 김복주 씨는 지난해 경기이주공대위가 출간한 인터뷰집 《담을 허물다》의 인터뷰 대상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김복주 씨 ⓒ강철구

어떻게 탈북을 결심했나요?

먹고살려고 중국에 갔고, 중국에 있을 때 한국 사람을 알게 됐는데 정말 따뜻한 거예요. ‘아, 내가 생각했던 한 민족이 맞구나’ 하고 생각했죠. 가진 돈은 다 썼지, 북한에 돌아가도 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지… ‘발전된 한국에 가서 먼저 배워야지’ 하는 단순한 생각을 했어요.

탈북 과정과 그 이후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중국 단속에 잡혀서 북한으로 가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고] 온 가족이 역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약을 가지고 떠났어요. 그럴 경우에 자살하려고.

[남한에 오기 전에 거쳐 온] 태국 난민 감옥은 그야말로 지옥이었어요. 좁은 감방 안에 300명이 있었어요. 매일 그 안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거기에 3개월 넘게 있었죠.

한국 와서는 울 새도 없었어요. 정부가 준 300만 원은 다 브로커 비용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임대 아파트에 섀시 값을 내야 된다는 거예요. 맨 몸뚱이밖에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내라는 건지... 그냥 떼 가라고 했는데 안 된대요. 지인이 보다 못해 돈을 빌려 줘서 냈어요. 마이너스 인생으로 시작한 거죠. 탈북민들이 사기도 많이 당해요. 나도 한 번 당해서 그 빚을 아직도 갚고 있어요.

내 삶이 힘들 때, 보호 담당 형사한테서 전화가 와서 ‘어디 갔었느냐’ 이런 걸 물어보더라고요. 내가 전화에 대고 욕을 했어요. 감시하려면 알아서 하든가, 물어보지 말라고. 보호 담당이라면서 우리가 위험에 노출됐을 때 보호해 준 적 있냐고. 나는 지금도 ‘조사하려면 알아서, 몰래 해라. 가뜩이나 살기 힘든 사람들 속 뒤집지 말고’ 그렇게 생각해요.

남한에 와 보니 생각하던 것과 다른 점이 있었나요?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인종차별 하는 것도 아니고… 남북 관계에 나쁜 일 하나 터졌다 하면 탈북민들한테 제일 먼저 피해가 와요.

일 나가다가 애 아빠[김복주 씨는 남한 사람과 결혼했다]를 만났는데, 시집에서 북한 사람이라고 무시를 했어요. 요새는 많이 좋아져서 우리 시어머니한테 ‘그때 왜 그랬어요’ 하고 물으니 이래요. “아가야, 말도 말아라. 사람들이 뒤에서 ‘어쩌다 북한 며느리를 얻었어’ 하고 수군수군하더라.”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거예요. 충격이었어요.

그때 가슴 아팠던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요. 3년 동안 매일 달 보고 별 보고 울었어요. 매일 베개를 적시면서 피눈물 흘렸어요. 상상도 안 했던 가족과의 생이별을 하고 소식이 끊기고 보러갈 수 없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아프죠. 그걸 잊으려고 일에 미쳐서 산 거죠.

5년 전만 해도 자살 시도를 3번이나 했어요. 목숨이 질겨서 죽지는 않았지만, 내 주위 탈북민들은 자살 시도 몇 번을 해요. 나는 어쩌다가 자꾸 발견돼서 살았지만, 방치되면 그냥 죽는 거예요.

탈북민은 한국 정부도, 북한 정부도 돌봐 주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북에서 잘살면 여기서도 잘살고, 북에서도 힘들면 여기서도 밑바닥 인생이에요. 북에서 잘살던 사람들은 다 돈 갖고 왔기 때문에 잘살아요. 돈이 돈을 낳잖아요. 북에서 정보를 가지고 오면 정보료(보로금)를 주잖아요. 그러니까 또 잘살아요.

북한에서 진짜 서민으로 살던 사람들은 여기 와서도 서민이에요, 그냥. 밑바닥 쓰레기 인생으로 가는 거예요.

한국이 자살률 1위인데, 그중에서도 탈북자가 1위인 거 아세요? 탈북민들은 가족이 없어서 혼자서 죽어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집에서 혼자 썩어 가고. 솔직한 말로 돌아간다고 해서 더 나은 삶이냐, 그것도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이 사는 거예요.

실제로 북한 돌아갔다가 다시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먹고살기가 어려워서 다시 왔다는 거예요. 그렇게 갔다가 가족 데리고 오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이 돼요. 대한민국 국적 받아 놓고 북한 갔다고.

최근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솔직히 탈북민들은 다 울었을 거예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그런데 지금은 [탈북민에 관한] 아무 언급이 없으니까 탈북민들이 불안에 휩싸였어요. 그날은 ‘이제 고향 가는 날 정말 오려나’ 했는데 뭔가 확 날아가는 느낌이에요. 정치인들을 어떻게 믿어요. 안 믿어요. 이해관계에 따라 작은 거[탈북민 문제]는 얼마든지 희생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악화되는 대로 온갖 차별에 시달리고, 관계가 좋아지면 북한 정권에게 탈북민 문제가 껄끄러우니까... 항상 불안에 시달려요.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되면 안되는 대로.

남한에는 모든 탈북민이 우파라는 오해와 편견이 있습니다.

‘정치가 나 밥 먹여 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자유한국당에서 탈북 문제를 굉장히 부각하지만, 그 사람들[탈북민들]이 좋아서 그러는[동원되는] 게 아니에요. 돈 주니까. 탈북민들은 취업도 힘들고 돈 벌기가 쉽지 않잖아요.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탈북민도 많아요. ‘전쟁, 전쟁’ 하는 것보다 화해 무드가 낫잖아요. 물론 이런 기대가 실망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북한 인권 운운하기 전에 탈북민들 인권부터 챙겨 줬으면 좋겠어요.

탈북민에게 연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당부의 한마디.

탈북민과 한국 사람들은 물과 기름 같이 서로 어울리지 않으려 해요. 탈북민들도 마음을 열고 한국 사람을 받아들여야 하고, 한국 사람들도 탈북민들을 편견 없이 대해야 해요. 서로 동등하게 바라볼 때,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