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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최저임금 개악 임박:
벼룩의 간을 빼먹으려는 문재인 정부와 기업주
민주노총: “정기상여금+급식·통근비 포함하면 삭감율 50퍼센트 넘어”

5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악 논의를 재개했다. 파행을 겪던 국회가 재가동되자마자, 최저임금 개악부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최저임금에 정기 상여금을 포함하는 것과 5월 내 처리를 합의했다고 한다. 현금성 숙박비 포함에도 공감대를 이뤘다는 보도도 있다. 노동계 출신 경력을 팔아 왔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는 고용노동소위를 직접 방문해 강행 처리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이날 소위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반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2일 새벽에 마무리됐지만, 24일에 회의를 재개한다. 이날은 표결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통속

홍영표는 산입범위 확대를 압박하면서, “전체 노동자가 1900만 명인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200만”이라며 제도 개악에 반대하는 양대노총을 비난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23일에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정기 상여금과 급식·통근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 최저임금 인상분의 50퍼센트 이상 삭감 효과가 난다. 정기 상여금만 포함시켜도 삭감율이 10퍼센트가 넘는다.

산입범위 확대의 목적은 (홍영표가 밝혀 왔던 바대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 줄이기다.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상여금·수당 등을 다시 빼앗으려는 것이다.

기업주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대폭 확대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 완화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경총이 21일에 국회 처리에 반대한 것은 개악 폭이 성에 차지 않아서일 뿐이다. 23일에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는 국회에서 개악하라는 입장에 합의했다.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함께 최저임금 개악에 나서자 노동자들은 ‘더불어자한당’이라고 야유했다 ⓒ이미진

진보정당을 제외한 여야 의원들은 기업 이익을 방어하는 데 한통속이다.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5월 17일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시작되는 자리에서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하루빨리 처리해 주기 바란다”며 압박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중소기업·상공인의 표를 얻기 위해 반드시 5월 국회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악을 처리하려 한다. 어차피 기존 지지층은 달리 갈 데가 없을 거라고 계산하면서 말이다.

저항

그러나 노동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개악 시도에 반발하고 있다. 5월 21일 국회 앞에서 항의 행동을 벌였다. 학교비정규직, 마트, 청소 노동자들은 국회를 규탄하며 새벽 1시까지 장장 10시간 동안 집회를 이어 갔고, 국회 진입도 시도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연행을 무릅쓰고 기습시위를 벌였고, 여성 노동자들도 경찰과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왜 우리만 양보하라고 그러냐!”며 분노했다.

노동자들은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같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 개악하려는 것을 두고 ‘더불어자한당’이라며 야유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실망감도 감추지 않았다. 8년차 급식 조리원인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총액임금 올리지 않는 최저임금 인상이 무슨 소용 있습니까? 상여금, 급식비, 교통비 다 포함시키면 이게 무슨 최저임금 인상입니까? 이렇게 꼼수를 부리다니 문재인 정권에 실망이 너무 큽니다.”

민주노총은 5월 22일 ‘사회적 대화에 참여를 중단하고, 노동자들의 의제를 투쟁으로 쟁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 관련 개악이 일방 강행될 경우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여를 재논의’하겠다고 해 온 만큼, 지당한 결정이다.

그러나 이런 점에서 보면 21일 밤에 민주노총이 경총과 함께 국회 논의를 최저임금위원회로 넘기라고 한 것은 대안이 못 된다. 경제 상황과 기업주들의 이해를 보면, 최저임금위원회로 가도 사회적 대화라는 형식만 다를 뿐 노동계에 가해지는 압박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대화 중단 ‘선언’에 머물지 말고, 그것의 진정한 의의를 구현해야 한다. 그것은 최저임금 제도 개악 저지와 대폭 인상을 위한 대대적인 투쟁을 건설하는 일이다. 기업주들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물러서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