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사측이 복수노조 제도를 이용해 민주노조 조합원들에게 임금 차별 등을 벌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5월 24일 오후 2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복수노조 시행 7년 ‘한 기업·두 노조·두 임금’ 세종호텔 성과연봉제 폐단 등 부당노동행위 사례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회는 해고·강제전보 철회!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 주최로 열렸다. 공투본 소속의 서비스연맹, 노동자연대, 불안정노동철폐연대, 힐튼호텔 노조,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회원들을 비롯해 20여 명이 참가했다.

2011년 복수노조 제도 시행 후, 세종호텔에는 매우 온건한 성향의 노조(연합노조)가 새로 생겨나 단체교섭 대표 노조가 됐다. 이후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강제 전보, 해고, 연봉 삭감 등이 벌어졌다. 민주노조 탈퇴 압력이었다. 세종호텔은 “노동탄압 백화점”이라고도 불린다.

세종호텔노조는 소수 노조임에도 꿋꿋이 투쟁을 이어 왔다. 민주노총은 대표 장기투쟁 사업장으로 세종호텔을 선정하기도 했다. 최근 노조는 고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로 사측을 고소했고, 6월 1일 김상진 전 위원장에 대한 부당해고 인정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발표된 연구는 세종호텔노조 투쟁의 정당성을 다시금 입증한 셈이었다. 부경대 경제학부 황선웅 교수는 통계 연구를 통해, 두 노조 사이에 현격한 임금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런 결과를 담은 논문은 조만간 한국산업학회 학술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5월 24일 열린 ‘복수노조 시행 7년 ‘한 기업∙두 노조∙두 임금’ 세종호텔 성과연봉제 폐단 등 부당노동행위 사례 발표회’ ⓒ고은이

황선웅 교수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통계 수치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은 친사측 성향의 노조 조합원에 견줘 큰 폭으로 연봉이 삭감돼 왔다. 복수노조 제도 시행 후 세종호텔노조 조합원 12명 중 8명이 연봉이 삭감됐는데, 평균 삭감률은 3.83퍼센트다. 반면에 친사측 성향 노조 조합원 평균 연봉은 0.25퍼센트 인상돼 큰 격차를 보였다. 세종호텔노조는 조합원 중 66퍼센트가 연봉이 삭감됐지만, 친사측 노조 조합원 중 연봉이 인상되거나 동결된 비율은 83퍼센트에 이른다. 두 노조 조합원 간 임금 인상률 격차는 평균 4퍼센트가 넘는다. 황 교수는 이 연구의 통계학 신뢰도가 거의 100퍼센트에 가깝다는 점도 소개했다. 또한 사측이 문제 삼은 요소들(근속연수, 직종 차이 등)을 감안한 연구에서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사측이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에 내놓은 자료를 제대로 분석하면 오히려 노조의 주장이 입증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사측의 손을 들어 줬다. 황선웅 교수는 노동위가 차별 문제에 대해 전문성과 적극성이 없다며 노동위가 사측의 엉터리, 부실 분석에 대해 어떤 통제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세종호텔 사례는 노동위의 민낯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비스연맹법률원의 조세화 변호사는 현재 세종호텔의 성과연봉제가 구조조정의 일환일 뿐 아니라 자신에 우호적 노조를 육성하려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퇴출 프로그램”이자 “특정 노조 파괴 기획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연봉 산정의 근거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연봉 삭감 범위나 인사고과 기준도 교섭 과정에서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한다.

승진·보직자 비율을 보더라도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은 매년 낮은 평가를 받아 거의 해당 사항이 없을 정도다. 사측이 법정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사고과 평가에서 세종호텔노조 조합원 대부분은 임금 삭감에 해당하는 C등급이고 최고등급 S등급은 한 명도 없었다.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은 강제 전보도 잦다. 또한, 조세화 변호사는 부당노동행위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방식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두 노조 간 연봉 인상률 격차 4퍼센트”

허지희 조합원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탄압에 대해 생생히 증언했다. 20년 동안 호텔 대표전화를 받는 일을 해 온 허지희 조합원은 하루아침에 룸메이드로 발령이 났다. 그 후에도 사측은 연합노조 조합원들과 세종호텔노조를 차별하며 스트레스와 모욕감을 줬다고 한다.

“룸메이드 일을 배우자마자 연합노조와 세종노조 업무 차별은 일상적이었습니다. 당시 관리팀장은 고객 불만이 없어도 경위서 내라고 계속 요구했습니다. 전화 교환실에 있을 때는 경위서를 한 번도 쓴 적이 없는데 룸메이드가 되고서는 1년 동안 매달 한두 장씩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발령 난 연합노조 조합원이 그랬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거울 닦는 방식까지 정해 줘서 과로로 목 디스크 수술을 하고 어깨 미세 근육이 파열되기도 했습니다.

“인스펙터 제도가 신설됐습니다. 원래 인스펙터는 청소한 방을 따라가서 미비한 부분을 채우는 룸메이드를 돕는 구실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스펙터로 선정된 연합노조 조합원 2명은 청소한 곳에서 흠집을 찾아내 사진을 찍고 채점을 했습니다. 성과연봉제 임금 삭감을 위한 증거 수집용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파트를 신설해 용역이 하던 일로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을 발령냈습니다.”

그는 이것이 세종호텔노조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메이드 부분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일 것이라 주장했다.   

“첫해에 연봉 335만 원 정도가 삭감(9퍼센트)됐는데 파업 때 조금 인상된 이후로는 줄곧 동결됐습니다. 실질임금으로 따지면 사실상 삭감된 것입니다. 연합노조 조합원도 3퍼센트 삭감됐는데 형평성 있어 보이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제 노동자들은 동결이거나 상대적으로 삭감률이 낮으면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계장급에서는 성과연봉제가 더 빨리 도입돼 30퍼센트 삭감도 가능했고 여기에 해당하는 우리 조합원들이 있었죠. 투쟁 안 하고 말 잘 들으면 덜 삭감된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겁니다. 직원들을 길들이는 데에 세종호텔노조를 이용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결국 사측의 이런 차별 대우가 노동자들을 이간질할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조건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데에 활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자 이성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국제적 기준으로는 하루에 청소하는 객실은 12개가 적정하다고 하는데 세종호텔에서는 15개까지 맡기고 있다며 높은 노동 강도를 지적했다. 세종호텔에서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한 문제 등에 대해 서비스연맹이 국제노동기구(ILO)에 세종호텔을 제소한 사실도 알렸다.

박춘자 세종호텔노조 위원장은 맺음말에서 오늘의 토론회가 힘을 줬다고 평가했다.

“세종호텔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는 것입니다. 잘못을 했으니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하라는 것입니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쉬웠던 투쟁은 없었습니다. 안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우리를 좋아합니다. 우리가 먼저 임금도 삭감되고 (청중 웃음) 따질 것은 따지기 때문입니다. [사측이] 반드시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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