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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댓글 조작과 자본주의 언론

드루킹 사건으로 네이버의 뉴스 배치 조작과 댓글 조작이 도마에 오르자, 네이버는 앞으로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핵심은 인링크 방식으로 제공되는 뉴스를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꾸고 첫 페이지에(모바일) 뉴스를 노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스스로 뉴스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대신 다른 언론사들로부터 뉴스를 공급받아 자신의 시스템 안에서(인링크) 사용자들에게 보여 준다. 그런데 광고주들은 사용자들이 실제로 뉴스를 보는 페이지에 광고를 싣는다. 따라서 뉴스를 생산한 언론사가 아니라 네이버에게 광고비를 지급한다. 네이버는 이렇게 얻은 수익 중 일부로 언론사에게서 뉴스를 산다.

독점 완화 자체가 노동계급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기존에 광고주-언론사로 이어지던 돈의 흐름에 네이버가 끼어들어 뉴스 도매상 구실을 하는 것이다. 그 도매상의 시장 점유율이 50퍼센트에 이르니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구글 같은 기업은 뉴스 검색 결과를 자신의 시스템 바깥(아웃링크) 즉, 언론사 자체의 웹사이트에서 보도록 연결한다. 대신 뉴스 페이지로 연결하는 검색 결과 화면에 광고를 실어 수입을 얻는다. 네이버에 비하면 광고비 독식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전체 광고비 수익은 훨씬 크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의 의견을 물어 아웃링크로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70여개 언론사 중 단 한 곳만이 아웃링크로 전환하겠다고 답했다. 스스로 광고를 얻으러 다니는 것보다 네이버에 뉴스를 판매하고 얻는 수익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즉, 단순히 네이버가 언론사를 쥐어짜는 구조가 아니라 ‘공생’ 관계라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재벌과 그 하청기업들의 관계와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이런 언론사들의 입장을 공개하며 벌써부터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16년 4사분기를 기준으로 네이버의 수익 중 광고 매출은 75.8퍼센트에 이르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뉴스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언론이 편파 왜곡 보도를 일삼고 일상적으로 지배자들의 편에 서는 것은 단지 네이버만의 탓이 아니다. 네이버가 뉴스 배치 조작 등 노골적으로 여론을 왜곡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에서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현대 언론은 자본가와 권력자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뉴스 판매 외에도 언론사를 운영하려면 각종 설비와 기자재 운용, 고용 등에서 시장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으므로 규모(영향력)이 커질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

물론 jtbc 같은 사례에서 보듯 경쟁하는 자본가들 사이에서 나름 중립을 지키려 하거나, 상대적으로 열세인 자본가들의 편에 서는 언론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논리 자체에 정면 도전하지는 않는다.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5월 28일 jtbc 뉴스룸은 이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이런 언론에 대한 불신은 커져 왔고, 특히 종이신문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 네이버 같은 온라인 매체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오히려 그 결과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그게 더 나은 선택인 것도 아니다.

계급으로 나뉜 사회에서 정치의 핵심 수단 중 하나인 언론은 중립적일 수 없다. 철저히 노동계급의 편(관점과 이해관계)에 서서 그들의 재정과 인력으로 만들어지는 언론만이 일관되게 노동계급의 편에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