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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중국 모두와 무역전쟁 하겠다는 트럼프

6월 8~9일 열리는 G7 정상회의는 불화를 감추기 어려울 듯하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정상회담 직전에 대대적으로 깽판을 놓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정상회의를 일주일 남짓 앞두고 나머지 6개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 모두에 고율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했다. 한 달여 동안 이들 국가의 주요 지도자들은 백악관을 찾아 관세 대상국에서 빼달라고 설득했지만 돌아온 것은 핀잔과 굴욕이었다. 한국 정부는 철강 수출 총량을 제한하기로 약속하고서 관세를 부분적으로 면제받았는데, 그런 식의 양보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더 험악하다. 양국은 서로 수입 물품 50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두 달째 대치 중이다. 군사적으로도 대치 중이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상대로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고, 미 군함을 대만해협으로 출동시킬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와 중국이 발칵 뒤집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트럼프 정부는 세계 자본주의 세 중심지(북아메리카, 유럽, 동아시아)의 주요 지배자들 모두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일 기세다.

마르크스의 다음 말은 마치 오늘날 상황을 두고 쓴 말인 듯하다.

“만사가 순조로운 동안에 … 경쟁은 자본가 계급의 우애로운 실천으로 작용한다. … 그러나 이윤의 분배가 아니라 손실의 분배가 문제가 되기 시작하자마자, 모두들 자기 손실은 줄이고 타인의 손실은 키우려 서로 책임을 전가한다. … 자본가들 각자가 얼마를 부담해야 하느냐는 힘과 술책으로 정해지고 그러면 경쟁은 이제는 반목하는 형제들 사이의 싸움이 된다.”

실제로 이번 갈등은 세계경제가 오랜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 지배자들은 미국 경제력의 ‘상대적 쇠퇴’를 방치했다간 안보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 우려해 왔다. 트럼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 시장(2위인 중국보다 몇 배 크다)에 접근하길 원하는 국가는 새로 무역 협상을 해야 한다고 전방위로 압박하는 방식으로 이에 대처하려 한다.

트럼프는 경제적으로 G2로 부상했고 군사적으로도 힘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핵심 위협이라고 여긴다. “중국은 우리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자금으로 유능한 군대를 건설하고 있다.”(2018년 〈국가안보전략〉) 그래서 중국의 산업고도화 정책인 ‘중국제조2025’ 관련 물품에 집중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려 하고, 인도·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 같은 아시아 국가의 지배자들이 중국과 협력하기보다는 미국 편에서 견제에 나서도록 부추긴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무역 전쟁, 이란 핵 협정, 기후변화 등에서 트럼프에 대항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도모하고, 막대한 자금으로 이웃 나라를 회유하거나 압박하고, 필요할 때는 군사적 충돌도 불사할 수 있음을 보이려 한다. 최근에는 영국·프랑스가 미국의 남중국해 무력 시위에 동참한다고 밝히자 “영국 군함을 시범 케이스로 삼아 심각한 좌절을 맛보도록 하겠다”며 경고했다.

오늘날 인도부터 태평양까지 아시아 곳곳에서 불안정이 커지는 핵심 배경에 중국과 미국 간의 갈등이 있다. 68년 전 두 국가가 전쟁까지 벌였던 한반도가 예외일 리 없다.

한편 트럼프는 경제적으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독일·일본 등 우방국도 경계한다. 특히 독일의 무역 흑자를 뒷받침하는 유럽연합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트럼프는 자신의 정책에 대해 동맹국들이 불쾌해 하면서도 미국의 뜻을 거스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유럽은 냉전 이래로 군사력을 미국에 의존해 왔고 무엇보다 여러 국가로 나뉜 탓에 일치된 대응을 하지 못해 왔다. 특히 2008년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추진한 긴축 정책은 유럽 각국에서 불평등을 한껏 키웠고, 이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정당한 반감 탓에 유럽 지배자들은 통합을 유지하는 데도 만만찮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의 지배자들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단독으로 견제할 역량이 못 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미국의 전략에 복무했다. 그래서 유럽보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자제해 왔지만 최근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자 다른 G7 국가들과 함께 미국 비판에 동참했다.

이런 최강대국 지배자들의 갈등은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여길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 위계서열의 상층 지배자들은 그보다 약한 국가의 지배자들과 수천 갈래로 연결돼 있는 만큼, 각국에서 벌어지는 주요한 갈등과 위기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배자들은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의존하면서도 수출은 중국에 훨씬 더 많이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중미 갈등이 불거질수록 한국 자본주의의 전망도 어두워질 것이라 우려한다. 그래서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문제에서 노동자들에게 한사코 양보하지 않으려 하고, 문재인 정부도 이런 인식을 공유해 사용자들을 편들고 있다. 또한 문재인이 한반도 평화를 말하면서도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한미군사훈련을 챙기는 것도 열강 간 경쟁에서 미국을 확고하게 지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반도 문제가 열강 간 다차원적 갈등의 일부라는 점은 실천적으로도 중요하다. 우리가 지배자들 사이의 회담이 잘되도록 응원하는 것보다 제국주의 체제 자체에 반대할 노동계급의 힘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