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성남 중원구 재선에서 민주노동당 정형주 후보가 27.4퍼센트(16,120표)를 얻어 아쉽게 2위로 낙선했다. 29.1퍼센트라는 낮은 투표율에 비춰본다면 상당한 선전이었다.

수도권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했다면 당과 운동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강화됐을 것이다. 이 점에서 성남 선거 패배는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당은 내부적으로 “첫째, 젊은 층의 투표율이 너무 낮았다. 둘째 열린우리당의 구태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표가 민주노동당보다는 한나라당으로 많이 쏠렸다”고 평가하고 있다(5월 2일치 〈한겨레〉). 왜 열린우리당 이탈표가 한나라당으로 쏠렸을까?

정형주 선본은 열린우리당 비판을 삼가고 한나라당 견제에 초점을 두었다. 정형주 후보는 자신이 당선하면 “개혁과 진보세력이 힘을 모아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개혁 진보정치를 수행할 힘을 얻게”(4월 28일 “민주개혁층의 총결집을 호소하며” 기자회견문)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집권 여당의 2년 실정에 대한 심판”을 전면에 내세웠고 정부 여당에 대한 대중적인 환멸 덕에 확실한 반사이익을 챙겼다.

정형주 선본과 일부 당 지도자들이 이런 우파의 득세를 우려한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우파 견제론이 좌파 강화로 이어지려면 ‘한나라 혐오 증후군’만으로 부족하다. 실패한 자유주의 개혁 정부 하에서 좌파적 비판자가 없으면 기존의 정부 지지자들이 우파 지지나 기권으로 돌아서기 때문에 오히려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는다.

또한, 최근 과거사법을 비롯한 4대 개혁입법의 후퇴와 유시민 발언, 원조를 가리기 힘든 부패 추문 경쟁에서 드러난 두 자본가 정당의 근친성은 열우당 비판을 삼가며 “개혁과 진보세력의 연합”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진보세력’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정형주 선본과 일부 당 지도자들은 이런 점들을 간과했다.

예를 들어, 정치적 양극화를 촉진시켜 모든 자본가 정당들 대 민주노동당 구도를 형성할 수도 있었던 비정규직 문제는 선거에서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다. 인권위원회 발표로 노무현 정부의 위선이 밝히 드러난 시점에서도 이 쟁점을 부각시키려는 시도는 없었다.

지역 공약도 예외가 아니다. 당의 판교개발이익 환수 공약은 노무현 정부가 공약한 “개발이익 환수제”의 실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당이 대다수 시민단체들이 환영한 이 공약의 입법화를 미루며 내용을 퇴색시키는데도 비판을 삼간 것은 제 얼굴에 먹칠하기였다.

이런 모호한 태도 때문에 정형주 후보는 열린우리당의 개혁 배신에 실망하고 기성 정당들의 구태와 협잡에 환멸을 느끼며 기권한 평범한 다수의 지지를 끌어올 수 없었던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반우파 동맹을 고려하는 당 지도자들은 “빈곤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갈등 이슈로 부각되고, 특히 열린우리당의 개혁주의가 급속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의 공간은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4월 13일치 〈경향신문〉 사설)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