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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한 전교조 조합원의 최후진술문:
노동개악 반대는 정당했다

2015년 9월 23일 전교조 조합원들 수십 명이 국회 본청 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경찰이 이를 불법 집회로 몰아 강제 연행했고, 이 교사들은 집시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다. 조수진 전교조 조합원도 그날 행동에 참가했다 몇 년간 재판을 받았고, 최근(2018년 6월 8일) 추가로 재판을 받았다. 아래 글은 당일 법정에서 한 최후변론이다. 
한편, 지난 5월 31일 헌법재판소는 국회 앞 집회금지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7월 6일에 1심 선고가 있을 예정인 조수진 전교조 조합원과 동료들에게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

오늘 하교하는 학생들을 보며 법정에 왔습니다. 무거운 교과서와 문제집이 한가득 실린 책가방에 어깨가 축쳐진 우리 학생들은, 장래 희망을 적어 내라고 하면 정규직을 써냅니다.

2015년 9월 23일, 우리가 국회 앞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이유입니다.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 한, 노동시장 구조개악안에 항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임금피크제와 저성과자 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항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교사로서 정부에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후 역사는 당시 항의했던 사람들이 옳았음을 보여 줬습니다.

차가운 아스팔트와 뜨거운 땡볕에도, 눈과 비에도 촛불 들고 거리로 쏟아져 온 사람들이 사회를 바꿔냈습니다. 그 덕으로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습니다. 새 정부 들어 박근혜의 노동개악 양대지침이 폐기됐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철회됐습니다.

그런데 몇 년 앞서 국회 앞 기자회견을 하고 팻말과 구호로 항의한 우리 교사들은 왜 여전히 단죄의 대상이어야 합니까. 우리에게 단돈 1원도 ‘죗값’을 물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죗값을 물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처럼 청와대 권력의 뒤를 봐주는데 사법권력을 휘둘러온 세력이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부당한 판결로 34명 교사가 무고하게 해고됐고 오늘 법정에도 그 피해자 중 한 분이 계십니다. 부당한 판결로 KTX승무원과 쌍용차 노동자들과 그 가족 등 30여 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끊었습니다.

실수로 2400원 입금을 누락한 버스 운전 노동자는 횡령으로 해고되는 게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지고, 고통전가 정책에 맞서 거리 시위를 주도했다고 한상균 민주노총 전 위원장은 모욕적으로 구속됐다가 3년 넘게 감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현재 구속돼 수감 중입니다.

이 재판에 오기 전 구치소에 수감된 이영주 전 사무총장 면회를 다녀오면서 나는 사법정의를 떠올렸습니다. 400억 원대 뇌물을 갖다바친 기업 총수 이재용은 풀려났습니다. 갑질을 일삼던 한진 재벌가에 대한 사법 대응이 온건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판결과는 다른 사법정의를 바랍니다. 그리고 사법부 안에도 그것을 구현하는 정의로운 판결이 있기를 바랍니다. 단지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로, 우리는 낮과 밤이 구별되지 않는 유치장에서 2박 3일간 씻지도 못한 채 보내야 했습니다. 해산하려는 찰나에 경찰에 사지가 붙들려 잡혀가고 이후 재판에 불려 다니는 고충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것이 정의입니까.

기울어진 세상에서, 조금치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조차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탄압을 감내해야 함을 다시 느낍니다. 그러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법정에서 만큼은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