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야만적 단속 강화하는 문재인 정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실업의 책임 전가 말라

문재인 정부는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월 법무부는 특별 단속 지역, 합동 단속 기간, 단속 인원을 모두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5월 16일에는 국정원, 법무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10개 부처가 ‘불법체류외국인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실제 상반기 정부 합동단속(2월 26일 ~ 5월 11일, 11주)에서 8351명을 단속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퍼센트가 증가했다.

안타깝게도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크게 다치는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4월 25일 경북 영천에서 25명이 단속되는 과정에서 태국 출신 여성 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려 도망치다 무릎을 심하게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 단속반은 다친 이주노동자에게 진통제 한 알만 주고 방치했다가 다음 날 오후에야 병원에 데려갔다.

6월 4일 대구에서도 경찰을 피해 3층에서 뛰어내린 베트남 이주노동자 4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7년 7월까지 단속 과정에서 8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중 9명은 목숨을 잃었다.

책임 전가

문재인 정부는 이렇게 위험천만하고 끔찍한 단속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부의 단속 강화는 나빠지고 있는 한국 경제 상황을 의식한 것이다. 체감 실업률을 보여 주는 확장 실업률 지표는 올해 4월 11.5퍼센트로 최근 13개월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이렇게 실업률이 높아진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으로 일자리에서 노동자들을 내몰았기 때문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되레 일자리를 줄여 온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줬다 빼앗는 최저임금 삭감법도 밀어붙였다. 당연히 노동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일자리 도둑’으로 모는 것은 높아지는 실업률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불만을 이주노동자에게 돌리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저소득층 취업 선호도가 높은 업종’, ‘서민의 대표적인 일자리 잠식 분야’라며 건설업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부터 건설 투자가 부진하고 하락하기 시작하는 등 건설업 경기 전망이 나빠지고 있어 건설 노동자들이 일자리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것을 겨냥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월에 낸 ‘KDI 경제전망’에서 건설투자가 올해 0.2퍼센트, 내년 2.6퍼센트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미 정부는 올해 상반기 합동 단속 때 건설현장에서만 1297명을 단속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4퍼센트가 증가한 수치다.

아마도 건설노조 지도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 인력 문제 해결을 요구해 온 것도 정부가 이런 공격을 강화하는 명분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이주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곳에서 부족한 일손을 채우며 한국 경제에 기여해 왔다는 것이다.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라 내국인 인력이 부족한 건설 현장에서도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주노동자 단속은 결코 내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길이 될 수 없다. 이주노동자를 탓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사용자들이 경제 위기 상황에서 사용자들의 이윤 보호를 위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없애는 것을 막는 것이 대안이다.

차별

한편 정부는 이주노동자 유입을 늘리면서도 차별과 규제를 강화해 왔다. 저임금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는 고용주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 추방은 이런 차별과 규제를 유지하는 구실을 한다.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고 체류 기간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가 대표적이다. 이주노동자는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사업장을 옮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고용주는 ‘불법’으로 만들겠다는 위협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할 수 있다.

최근 수년 동안 단기체류 비자로 들어와 일하는 이주노동자도 늘어 왔다. 그 결과 체류 기한을 넘겨 일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계속 늘고 있다. 고용허가제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더 유연하고 값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단기간만 취업을 허용하는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를 시행하는 등 고용허가제보다 유연한 인력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더 쉽게 쓰다 버릴 유연한 노동력을 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2014년부터 “내수 활성화”를 위해 “외래관광객 유치”를 강조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처럼 사용자들의 필요와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의 산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를 단속해 추방하는 것은 책임 전가다. 사용자들은 이주노동자의 체류자격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그들의 노동으로부터 이득을 얻고 있다.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한국 정부와 사용자들은 이주노동자들의 체류와 권리를 마땅히 보장해야 한다.

또한 단속 위협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전체 이주노동자를 통제하고 나아가 내국인 노동자에게도 노동조건 하향 압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는 건설업을 포함해 일자리 개선이나 확대에 악영향을 끼친다.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일관되게 반대하며 위선을 폭로하고, 단결을 통해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때에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지킬 수 있는 진정한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