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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이집트 청년들의 거리 홍보전:
이집트 독재 정권의 탄압을 알리며 관심을 호소하다

6월 18일 월요일 저녁, 시청역 한 켠에서 “재한 이집트 민주주의 청년(Egyptian Democratic Youth in Korea)” 소속 이집트인들이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모였다. 이집트에서 정치 활동을 하다가 탄압을 피해 한국에 난민으로 왔다는 이 청년들은 이집트 독재 정권의 상황을 알리는 한글 유인물을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나눠 줬다.

그들이 들고 온 사진 속의 인물들은 감옥에 수감된 활동가들과 언론인들이었다. 노동자연대의 이집트 자매단체 ‘혁명적 사회주의자들 단체(RS)’의 지도적 활동가 하이탐 모함메딘의 사진도 있었다(현수막 하단 가운데 사진).

독재 정권 하에서 수감된 비판적 언론인, 정치 활동가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라 앗잠(재한이집트민주주의청년)

퇴근 중이거나 광화문과 시청에서 월드컵 경기를 응원하려고 모이던 사람들은 이집트인들이 전시해 놓은 사진에 관심을 보이며 유인물을 받아 갔다.

이 청년들은 이집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리고자 했다. 2013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대통령 엘시시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 반정부 및 노동조합 활동가들에 대한 대대적 탄압을 가하고 있다. 최근에만도 수천여 명이 체포되고 언론과 출판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이제 정부는 언론사 웹사이트를 차단하거나 허가를 취소하고, 아예 폐쇄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이집트 독재 정권은 또한 전기, 수도요금과 연료 가격을 최근 인상했다. 생필품에 지급하던 정부 보조금을 삭감하고 지하철 요금도 몇 갑절로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차관을 받는 대가로 정부 지출을 줄이기 위해 민중들의 삶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탐 모함메딘은 이 지하철 요금 인상 반대 시위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이렇듯 이집트에서는 정부가 공안 분위기 조성, 반정부 활동 탄압, 표현의 자유 억압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최대한 억누르고 있다.

이집트 청년들은 시청에서 한국인들에게 이집트 정권의 탄압을 알리며 관심을 호소하고 한국이 이집트 독재 정권과 협력하는 것을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다.(하단 유인물을 보라.) 또한 한국의 시민사회 단체들의 연대를 바랐다. 수 년 전 ‘아랍의 봄’의 중심에 있었던 이집트, 30년 동안 독재 권력을 휘둘렀던 무바라크를 쫓아냈던 이집트 민중의 저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존재한다.

재한 이집트 청년들의 유인물

이집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우선 한국과 한국인 여러분께 이집트와 중동 전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기에 저희가 이곳에 지낼 수 있게 받아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집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간단히 말해서, 이집트에서는 독재라면 떠오르는 모든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입막음, 반정부 활동가 및 야당 당원들에 대한 체포, 굶주림·빈곤을 확산시키는 수많은 정책 등은 세계 곳곳에서 민중들이 독재 하에서 겪었던 일들입니다.

하지만 이집트의 독재가 다른 독재와 특별히 구분되는 점은 바로 그것이 반동적인 독재라는 것입니다. 이집트의 반동적인 독재는 사람을 경시하고 노인과 병든 이들을 살해하며, 동성애자들을 억압하고 어린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체포합니다.

자유언론은 이집트의 억압을 표현할 수 있는 우리의 수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이집트 정권은 비판적 언론인들을 체계적으로 체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서 이들에 대해 얘기하고, 모두에게 이 언론인들에 대해 알리고자 합니다.

한국인 여러분, 한국의 언론사들은 중동의 언론사를 통해 이집트 정권과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이 언론사들 간 협력의 본질을 재고해 주시기를 요청 드립니다. 한국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사회 내의 모든 종교와 집단에게 공정한 정책을 펼치는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나라가 이집트인들에게 절망과 고통을 안겨주는 억압적인 독재 정권과 협력을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집트 정권에 비판적인 블로거 알라 압델 파타의 석방을 요구하는 사진을 들고 있다 ⓒ사라 앗잠(재한이집트민주주의청년)
필자(오른쪽에서 셋째)도 이들의 활동을 지지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라 앗잠(재한이집트민주주의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