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한일 외교장관회담 ⓒ출처 외교부

한일 ‘위안부’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생긴 피해를 보상받으려고 2016년 8월부터 시작한 소송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일본에게 법적 책임과 공식 배상을 회피할 명분을 줬고, 단돈 10억 엔에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선언했다.

이 합의에 추악한 이면 합의까지 있었다는 것이 2017년 말 드러났다.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성노예’ 용어 자제,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관련 단체 설득 등.

이 합의는 피해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방식으로 문제를 종결시키려는 시도였으므로, 당연하게도 피해자들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과 피해를 입었다. 그 고통에 공감하고 분노했던 많은 사람들이 2016~2017년 박근혜 퇴진 운동의 자양분이 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명백한 것을 모르는 척 했다. “(위안부 합의에) 부족한 게 많은 건 사실이지만 … 외교적 행위는 국가 간 관계에서 폭넓은 재량권이 허용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대변하지는 못할망정, 피해자로 하여금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 없이 일본의 전쟁 범죄를 용서하도록 강요하는 게 ‘재량’(자기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함)으로 허용될 수 있는 일인가?

2011년 헌법재판소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이래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문제에 대해 구체적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의 기본권 침해이자 “국가가 국민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부작위”라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이번에 재판부는 “이러한 합의로 원고들 개인의 일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해결을 선언하고 피해자들을 내팽개친 상황에서 피해자들 개인이 일본 정부에 맞서 싸우라는 것은 하나마나한 소리다.

따라서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박근혜의 적폐는 좋게 해석해 주면서, 고령에 절박하게 싸우고 있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외면한 것이다.

줄타기

합의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결국 피해자들의 손을 뿌리친 이번 판결은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이중적인 태도와 맥을 같이 한다.

2017년 말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이면 합의 등을 공개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이슈화했다.

그러나 기껏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심어놓고는, 결론은 보잘것없었다.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문재인)이라면서도, “이 합의가 일본과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고(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미 벌어진 일을 애써 뒤집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외교부는 합의 폐기는커녕 재협상도 없을 거라고 못 박았다.

이러한 줄타기의 배경에는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화하고자 하는 미국 제국주의의 압력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전통 우파들보다 덜 노골적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미동맹을 근본적으로 중시하고, 미국과 일본의 압력에 결국 순응해 왔다.

이번 패소 결과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 사이에서 공분이 일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취임 1주년이었던 18일 “국제 사회에서 위안부 문제가 심각한 인권 문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국제 사회에서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하기로 한 한일 위안부 합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외교부는 유약하게도 “특정 국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며 재빠르게 발을 뺐다.

문재인 정부는 화해시킬 수 없는 두 길(“역사 문제와 외교·안보의 투 트랙”)을 동시에 가려 한다. 이 때문에 여전히 줄 위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 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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