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노동자연대 교사모임이 2018년 6월 25일 발표한 성명이다.


6월 20일 청와대는 “전교조 법외노조 일방적 직권 취소는 불가능하다”며 “대법원 재심 판결이 나와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박근혜의 국정농단-사법농단 합작품인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승인하는 것과 같다.

문재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해직자의 교사공무원 노조 가입 금지는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한다”고 발언해 전교조 법외노조화 철회를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취임 후, 법외노조 문제를 입법부와 사법부에 넘겼다.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겠다”, “ILO(국제노동기구)핵심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며 “정치적 부담이 가장 적은 시기”나 “지방선거 이후”로 법외노조화 철회를 차일피일 미뤄 왔다.

어찌 보면, 이번 청와대 발표는 이런 일련의 흐름과 떨어져 있지 않고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전교조 조합원들과 많은 노동단체들이 새삼 분노하는 것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박근혜 국정농단과 대법원 사법농단의 합작품임이 만천하에 드러나 원천무효임이 확실한 마당에 청와대가 한사코 직권 취소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부당성을 인정하기는커녕, 대법원과 박근혜 정부의 재판 거래를 두둔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송 중 손을 들어 준 세월호 기간제교사 순직 인정이나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가 정부의 직권 취소로 각하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정부는 이전에 집행된 처분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여겨질 경우 얼마든지 법원 판결 시기와 관계없이 직권 취소할 수 있다. 심지어 국회의 법률 개정 시기와도 관계없이 직권 취소할 수 있다(노동법률단체 성명서 중).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법률적 검토는 핑계일 뿐이다. 이번 발표는 문재인의 정치적 선택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부터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취소하는 것은 정치적 칼끝에 서는 문제”라며 좌우의 눈치를 봤다. 그래서 대통령 공약으로서 직권 취소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박근혜 적폐임이 명백하게 드러난 데다 지방선거 압승을 바탕으로 직권 취소를 할 정치적 명분이 생겼는데도, 직권 취소를 못한다면, 사실상 박근혜의 적폐를 승인해 준 것과 같다.

이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자본가 정당(비록 자본가계급의 제1의 선호 정당은 아닐지라도)으로 노동계급과 교육을 통제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사실 전교조의 노동3권을 제약해 온 교원노조법을 만든 장본인이 민주당 정부였고, 교원평가제를 도입한 것도 민주당 정부였다.

무엇보다 현 정부는 전교조가 공무원노조와 같은 길을 밟기를 원한다. 즉, 해직자를 배척해야 대화 파트너로 삼겠다는 것이다. 결국 전임 정부와 같은 공격을 하는 것이다.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유지는 앞으로 벌일 교사·공무원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과 떨어져 있지 않은 문제이다.

문재인 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중장기 교육수급정책은 학생수 감소를 교육개혁의 기회로 활용하기는커녕, 초·중등 교원 신규채용 규모를 2018년 8500명에서 2030년 6000명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변경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박근혜가 만들어 놓은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그대로 유지한 채, 전교조 지도부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기에 개혁에 불철저하고 더딘 데다 그조차 무위로 만들고 있다. 최저임금 삭감법 통과가 대표 사례이다.

그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점점 박근혜의 적폐를 자신의 적폐로 만들고 있다.

청와대의 전교조 뒤통수치기로, 이제 더는 정부만 믿고 기다릴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그동안 전교조 지도부는 문재인 정부와 독립적으로 개혁을 위한 투쟁에 나서기보다는, 각 지역의 진보교육감과의 교섭으로 법외노조화의 효과를 상쇄하거나 지방선거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생각이 강했던 듯하다. 그러나 이제 그 기다림이 옳지 않았음은 증명됐다.

말로는 ‘노동존중’이라지만 실천에서는 박근혜의 적폐를 이어받으려는 문재인 정부와 싸워야 한다. 전교조 지도부가 연가조퇴 투쟁을 제안한 것은 적절하다. 한 번의 투쟁으로 법외노조 철회가 당장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향후 더 많은 조합원이 투쟁에 나서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은 당장 전교조를 인정하라!

2018년 6월 25일
노동자연대 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