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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기업의 여성환경연대 손해배상 소송:
독성 생리대 파동의 책임을 전가하는 적반하장

지난해 독성 생리대 파동 때 논란이 됐던 생리대 ‘릴리안’의 제조판매사 깨끗한나라가 여성환경연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첫 재판이 6월 27일에 열렸다.

깨끗한나라는 여성환경연대가 “국민적 공포감을 조성해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고, 수백억 원의 “매출 하락과 영업 손실”을 초래했다며 3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 앞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는 “기업은 소송이 아니라 안전한 제품 생산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기업의 이윤과 맞바꾸지 말라’며 깨끗한나라의 소송을 규탄하고 정부의 안전 대책을 촉구했다.

ⓒ출처 여성환경연대

깨끗한나라가 독성 생리대 파동을 여성환경연대의 “공포감” 조성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여성환경연대가 작년에 생리대 안전 문제를 공론화하기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경험담이 회자돼 왔다.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실험은 몸에 이상을 느낀 여성들의 정당한 의구심에 증거를 제공해 준 것이다. 현재 ‘릴리안’ 생리대 피해를 호소한 여성들 299명은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중이다.

적반하장

생리대 제조 기업들이 오랫동안 독성 물질로 만든 생리대를 팔고 어마어마한 수익을 챙겨왔으면서 “손실과 피해” 운운하는 것은 파렴치하다.

일회용 생리대의 화학 물질은 여성의 생식기로 직접 흡수된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영업비밀’이라며 생리대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쓰이는지 공개한 적이 없다.

깨끗한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실험과 발표를 근거로 자사의 생리대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작년 독성 생리대 파동 때 식약처는 2차례 실험 결과를 발표하며 일회용 생리대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식약처 실험방법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검출과정에서 쉽게 날아갈 수 있음에도 식약처는 생리대를 작게 자른 후 분석했다. 무엇보다 인체 위해성 여부는 실험한 적도 없다.

5월 16일 ‘KBS 9시 뉴스’는 식약처의 내부 문건을 폭로하며 생리대가 안전하다는 식약처의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식약처는 헥산이나 벤젠 등 유해물질이 다수 검출된 시험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0.5그램의 시료로 실험한 결과가 있음에도 0.1그램의 시료 검사 결과만 발표했다. 시료 양이 충분하지 않으면 유해물질 검출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여성들이 식약처의 실험은 ‘기업 이윤 보호’를 위한 ‘위장쇼’라며 분통을 터뜨린 게 정당했음이 다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여전히 여성들의 건강보다 기업의 이윤 보호를 우선시하고 있다. 올해 10월에 생리대 전성분표시제가 시행될 예정이지만 식약처는 기술상의 어려움과 영업 비밀을 핑계로 고분자흡수체나 향료 등 발암성, 생식독성, 알레르기 유발물질 등이 포함된 성분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전성분표시제’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깨끗한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생리대 안전성 논란의 본질을 흐리고, 비판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 깨끗한나라는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의 유착관계를 들춰내며 경쟁사의 음해로 몰아가려는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독성 생리대 논란에서 핵심이 아니다.

생리대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유한킴벌리도 독성 성분 사용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성환경연대 생리대 유해물질 실험결과에서 1·2군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된 중형 생리대는 유한킴벌리 제조품이었다.

여성에게 생리대는 필수품이다. 많은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독성 성분이 들어간 일회용 생리대를 불안해하며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구멍 뚫린 규제책으로 생색내기할 게 아니라 모든 생리대 제품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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