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김동연 기재부장관은 공공기관의 호봉제를 “직무급 중심의 보수체계”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호봉제를 최대한 약화시켜 근속에 따른 임금 상승을 억제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기재부는 조만간 ‘공공기관 보수체계 운용 방향’을 담은 ‘공공기관 혁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문재인은 대선 때부터 근속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는 ‘공정’하지 않고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임금체계를 손볼 것을 밝혀 왔다.

이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은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으로 제시하는 ‘혁신형 고용안정모델’의 핵심 내용으로 거론되고 있다. ‘혁신형 고용안정모델’은 심화되는 경제 위기와 저성장에 대응해 고용을 유연하게 하고 임금을 억제하기 위한 문재인판 노동 개악 방안이다.(‘혁신성장’에 대한 자세한 비판은 4면을 보시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를 공공기관에서 ‘선도’해 민간에 확산하려는 계획이다. 민간 부문의 사용자들도 올해 임금 교섭에서 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유연근무 확대, 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해 임금을 줄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공정임금?

정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정 임금’을 명분으로 직무급제를 내세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 기업별(공공기관 간) 격차, 근속에 따른 격차를 이용해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문제 삼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저임금 비정규직을 늘려 온 것은 정부와 사용자들이다. 호봉제도 노동자들이 젊었을 때 ‘미래 임금’을 약속하며 저임금으로 부려 먹기 위한 제도였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공정성 운운하는 것은 파렴치하다.

직무 가치를 사용자들이 주도해 결정하기 때문에 직무급제는 진정한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거리가 멀다 ⓒ출처 <노동과세계>

진정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은 밑바닥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끌어올려 임금을 상향평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직무급제는 이와는 정반대다. 

직무급제 도입 효과를 연구한 보고서들을 보면, 대부분이 임금이 삭감되는 가운데, 남성, 중장년층, 대졸 노동자의 임금 삭감이 두드러지는 결과를 보여 준다. 즉 임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되는 것이다. 직무 등급을 높인 소수에게만 승진과 임금 상승의 기회가 주어진다.

직무급제 도입에 필수적인 직무 가치 평가 역시 사용자 편향적이라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직무 평가에 따른 차별을 정당화해 진정한 동일노동 동일임금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직무급제는 남녀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지도 못한다. 

대기업·정규직·장기근속자들만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비정규직인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저임금 고착화 방안인 ‘표준임금모델’(직무급제)을 확산하려 한다. 심지어 정부는 최저임금 삭감법을 통과시켜 최저임금 인상조차 무력화하고 나섰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의 임금 정책은 ‘바닥’은 찔끔 올리는 둥 마는 둥 하고 대다수 노동자들의 임금은 억제해 사용자들의 부담을 완화해 주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직무급제의 다양한 형태로 언급한 직능급제, 역할급제 등은 자동승급을 막고 성과 평가가 강화되는 특징이 있다. 이는 정부가 성과주의 강화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3월에 기재부가 내놓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에는 성과급 비중을 높이고 개인별 차등지급 수준을 확대하라는 내용이 버젓이 포함돼 있다. 아예 성과연봉제 지침을 포함하려고까지 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이런 방침에 반발하며 정부가 노조와 협의 없이 사실상 일방 강행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노동 정책이 후퇴하는 상황이라 이런 우려가 들만도 하다. 그동안 임금체계 개편은 노동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정부나 사용자들이 원하는 대로 밀어붙일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깊어 가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에게 양보할 여지가 더 없다고 여기고 있다. 정부 내 강경파인 기재부가 문재인에 어깃장을 놓는 것뿐이라고 안이하게 봐서는 안 된다.

노동자 운동은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공정임금”의 위선을 폭로하며, 임금 억제 시도에 맞서 투쟁할 태세를 갖춰 나가야 한다.

외주화, 비정규직 확대할 상시 구조조정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방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로, 공공기관의 ‘비핵심 업무, 부실 사업’에 대한 상시적 조직·기능조정(구조조정)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때 추진된 ‘공공기관 정상화’와 거의 같은 내용이다. 당시의 기능조정으로 여러 공공기관 통폐합이 이어졌고, 가스와 전기 민영화 논란이 계속됐다.

부실 사업 구조조정은 외주화를 확대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공공기관 핵심 업무 중에도 적자를 내는 ‘부실 사업’은 수두룩하다. 노무현 정부 때도 주변업무를 구분해 외주화를 허용하고 핵심 업무는 예외적으로만 가능하게 했지만, 이는 핵심·주변업무를 가리지 않고 외주화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고 비정규직을 늘렸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공공기관 상시 구조조정은 통폐합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낳고, 외주화 확대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계속 양산하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