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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없고 직업도 없으면 살 수가 없다!”:
국내 이집트 난민 신청자들, 열악한 지원과 험난한 심사에 항의하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전쟁과 정치적, 경제적 위기 심화로 난민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굉장히 인색하다. 2017년 한 해의 난민 인정률은 고작 2퍼센트에 불과했다.

전쟁으로 찢겨진 고향을 떠나 머나먼 제주를 찾은 예멘인 500여 명을 섬에 가둬둔 채 법무부는 ‘가짜 난민’을 막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난민의 고난을 배가시키고 있다.

"돈도 직업도 없으면 삶도 없다" ⓒ사진 제공 자이드

7월 2일에는 서울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이집트 난민들의 집회가 열렸다. 10여 명이 법무부와 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항의했다. 이집트에서 ‘아랍의 봄’ 혁명에 참가했던 이 난민들은 관련 정치 활동 때문에 모두 실형을 선고 받았고, 탄압을 피해 한국으로 왔다.

페이스북을 통해 게시된 집회 호소문에서 이들은, 한국의 출입국·외국인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난민 인정을 거부하고, 심사 기간 또한 너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또한 출입국·외국인청이 신규 난민 신청자들의 생계를 옥죄면서 노동권도 보장하지 않아,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지원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당국을 비판했다.

집회에서는 난민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최대 1년을 넘기지 말 것, 이 기간 동안에 안정적으로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비자 갱신 주기를 3개월이 아니라 최소 6개월로 연장할 것,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 받도록 생계비 인상을 요구했다. 그들은 이렇게 외쳤다. “돈도 없고 직업도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 출신 난민 신청자의 은행 계좌 개설을 금지하는 결정을 취소하라고도 요구했다. 은행 계좌조차 만들지 못해 해당 국가 출신 난민 신청자들은 더 큰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

한편, 이날 집회를 조직한 자이드 씨는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집회 참가를 막으려 한 정황도 있다고 전했다. 영종도의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입소해 있는 난민 신청자들도 이 날 집회에 참가했는데, 지원센터 관리자들이 ‘정치활동 금지’ 관련 법 조항을 들먹이며 외출을 허가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벌점 10점을 주겠다느니, 생계지원금을 끊겠다느니 하며 센터 퇴소 협박까지 불사했다고 한다.

이집트 난민들은 난민이라도 권리를 요구할 자유가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관리자들은 청와대 난민 반대 청원 논란을 거론하며 난민들의 안전을 우려해 그랬던 것이라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 놓았다. 난민 인정도 신속하게 해주지 않으면서 항의의 목소리는 막으려 했던 것이다.

험난한 난민 인정 과정

대개 난민 신청자들은 법적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 받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친다. 출입국·외국인청은 온갖 이유를 들며 심사를 지연시키기 일쑤다. 그 때문에 심사 과정은 1년 이상 소요되기 십상이고, 불인정 결정을 받으면 재판까지 가야 하므로 그 기간은 더욱 길어진다.

이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난민 신청자들은 난민 신청 후 최초 6개월 동안은 취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6개월이 지나도 난민 인정 전까지는 사실상 단순노무 업종에만 취업이 가능하다. 더구나 6개월이 지나서는 난민 인정을 받을 때까지 길어야 6개월, 대부분 3개월마다 비자를 갱신해야 한다. (난민 심사에서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도 여전히 1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난민 신청자들은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취직에 어려움을 겪고, 이는 곧 경제적 어려움(생계 곤란)으로 이어진다. 처우는 열악한데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을 참고 견디라는 것과 다름 없다.

많은 난민 신청자들은 2~3개월 마다 비자를 새로 발급받아야 해 구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듯 난민 신청자들은 구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 쉽게 돈을 벌러 온 ‘가짜 난민’이라는 우익의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고 인종차별적 편견을 부추기기 위한 것뿐이다. 반(反)우파 정서를 약화시키고 내국인 노동자들의 불만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효과도 노리면서 말이다.

정부는 인종차별적인 난민 반대 여론의 눈치를 살필 것이 아니라 난민 협약의 취지에 맞게 난민을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난민에게 불리한 심사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난민 인정률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져야 한다.

난민들은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를 적극 호소하고 있다. 난민들과 연대하자.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들이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열악한 처우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었다 ⓒ사진 제공 자이드
"난민 인정 받기까지 왜 이리도 오래 걸리는가?" 난민 신청자들은 열악한 지원 속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심사 기간을 참고 견뎌야 한다 ⓒ사진 제공 자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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