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 난민 인터뷰:
“일자리가 많은 도시로의 이주를 한국 정부가 허가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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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출도 제한 조치 때문에 아직도 제주도에 갇혀서 생활하고 있는 예멘 난민들 중 한 명인 후세인 씨(30세, 가명)를 인터뷰했다.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달리, 그는 예멘인을 실제로 만나고 대하는 한국인들이 친절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 ] 안의 내용은 이해를 돕고자 〈노동자 연대〉 편집부가 넣은 것이다.
어떻게 예멘에서 한국으로 오게 됐습니까?
지금 예멘은 국민들이 살 수 없는 나라가 돼 버렸습니다. 외세의 침략과 내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병대와 무장단체들이 활보하고, 약탈과 납치가 횡행합니다. 질병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광적인 학살이 만연합니다. 예멘 전역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예멘인의 90퍼센트는 인류 역사에 전례가 없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멘에서 탈출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버리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존엄성 있는 삶을 찾아 떠난 겁니다.
그러다가 한국이 난민을 수용하고 반겨 주고, 유엔의 책임 하에 있는 나라라고 들어서 제주로 오게 됐습니다. 저는 고국을 떠난 이후 매 순간 난민이었습니다.
부모님도 2주 전에 예멘을 떠나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계십니다. 다행스럽게도 거의 매일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예멘에 남아있는 나머지 가족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연락을 합니다. 제 고향이기도 한 아버지 집은
현재 제주도에서는 어떻게 생활하고 계십니까?
생계를 위해 돈을 쪼개서 쓰다 보니, 하루나 이틀에 밥을 한 끼밖에 못 먹었습니다. 제주도에 오기 위해 돈을 많이 써서 도착한 초기에는 상황이 그랬습니다.
빈털터리가 되고 나서 현재 있는 곳으로 옮겼습니다. 옮기고 보니 이 근방에 난민들이 많이 있었고 적십자도 있었습니다. 구호물자가 많이 쌓여 있었는데 음식, 옷, 세면도구 등이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음식은 지금 충분한 상태입니다. 근데 종류가 좀 부족하긴 합니다
천주교 쪽에서도 의료 봉사를 나오십니다. 많이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건강한데, 건강에 이상이 있는 주변 동료들의 이름을 적어 천주교 센터에 제출한 적이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픈 동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으실 텐데요?
제주도 안에 난민이
제가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주거용 공간이 아니라 마치 양 떼처럼 목초지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생활도 없고 휴식을 취할 수도 없습니다. 수도꼭지도 없습니다. 재앙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이 장소라도 내주신 자원봉사자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분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아요. 장소를 내주시고 애써 주셨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기관들, 단체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겁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 하고 있는 역할이 대체 무엇입니까? 인도주의적 역할은 어디 갔습니까?
일자리는 어떻습니까?
일단 한국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해 준 것은 난민들에게, 그리고 저 개인에게도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요, 한국 정부는 우리가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업종을 배정해 줬습니다. 저는 어선에서 일하도록 배정받았습니다. 그래서 출근을 했고, 업주도 좋은 분이셨습니다. 거기 계시던 다른 분들도 저를 난민이 아니라 사람으로, 자식처럼 대해 주셨고 다들 친절하고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깝게도 저는 어선을 타 본 경험이 없습니다. 배를 타고 항구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바다 한가운데로 나갔습니다. 그러고는 고기를 잡기 위해 배가 멈췄습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저는 두 발로 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멀미가 나서 구토를 시작했는데,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앉아 있는데도 구토가 났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토를 하지 않을 때까지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업주가 걱정이 됐는지 저더러 선실에서 쉬라고 했습니다. 일단 쉬러 들어가긴 했는데, 그 분은 일하고 저는 침대에 누워있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웠고 창피했습니다.
그날 새벽 3시경에 항구로 돌아 왔는데 업주가 저한테 미안하다면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좋아서 계속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아프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나서 저를 태워서 다시 출입국관리소로 데려다 줬습니다. 거기서 한국어로 제 상태에 대해 설명을 하니까 출입국에서는 저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다른 직업을 알아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안전하게 살기 위해 왔습니다. 우리는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자력으로 먹고 살기를 원합니다.
정말이지, 우리가 섬 바깥의 다른 도시에서 살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허락해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아름답고 안전하긴 합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너무 없습니다.
무슬림이신가요? 그것 때문에 겪고 있는 어려움은 없으신지?
네. 무슬림이긴 한데 독실하진 않아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무슬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일각에서 무슬림에 대해 테러, 여성 차별 등의 이미지를 퍼트리는데요?
사실 예멘에서 어느 누구도 여성을 감히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만약 누군가 여성에게 성희롱을 시도한다면 주변의 사람들 중 누구라도 혼쭐을 내 줄 겁니다. 그뿐 아니라, 여성은 우리에게 어머니이자 누이이자 친구입니다.
그런데 이슬람 법에 그런 부분이 있긴 합니다. 종교법정 관련 내용에 여성은 남성의 절반이라고 나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법정에서 여성 증인 두 명은 남성 증인 한 명과 동등합니다. 이것이 이슬람의 샤리아입니다.
하지만 예멘이 이웃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 수준은 절대 아닙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은 정부에서든 민간기업에서든, 정치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아무 구실을 맡지 못하고 배제돼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들의 운전도 최근에야 허용됐습니다.
이에 반해 예멘 여성들은 심지어 도시가 아니라 시골에서도 운전을 합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골에서 보던 풍경인데,
테러는 주로 남예멘 지역에서 벌어졌습니다.
제가 살았던 북부 지역인 수도 사나에서는 이런 단체들을 따르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예멘에 ISIS와 알카에다를 추종하는 단체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 테러 단체들은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탈을 쓰고 있습니다.
바라는 점은 무엇입니까?
난민만이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해 바라는 점은 바로 평화입니다. 평화 속에서 안전하게,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살아가길 바랍니다.
제가 제주에 도착했을 때 많은 현지 주민들과 여기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난민 문제를 집중해서 다뤄 주셨습니다. 그리고 인도주의적인 태도로 다가와 주신 자원봉사자 분들한테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전쟁의 피해자들을 도와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우리들의 처지도 시급하게 개선돼야 합니다. 엊그제인가 한 난민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신과 다른 7명이 지금 돈도 없고 숙소도 없다고 했습니다. 어제는 5명이 숙소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론에 이런 문제를 알리고, 인도주의 단체들이 난민들을 돕도록 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큰 꿈이 있습니다. 비록 제가 가족으로부터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지만 저는 제 가족을 돕고 싶습니다. 가족이 많이 그립습니다. 제 가족이 기뻐하고 절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일부터 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제가 이루고 싶은 가장 큰 포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