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청년층 주거 빈곤 실태

세상에서 가장 큰 설움 중 하나가 집 없는 설움이다. 요즘 청년들은 사회에 진출하면서부터 이 말을 실감한다.

청년 가구(통계청 기준 19~34세)는 다른 가구 유형보다도 최저주거기준(14제곱미터)에 미달하는 가구가 훨씬 더 많다. 주거비 부담 때문이다. 취업이 돼도 미리 모아 놓은 목돈이 없고, (목돈을 대출받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하기도 쉽지 않다.

2015년 기준 전국 주택의 평균가는 2억 4300만 원 남짓인데, 30살 미만 청년 가구주의 소득은 2016년 기준 3279만 원(2015년 3266만 원)에 불과하다. 7년 4개월을 한 푼도 쓰지 않아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하늘의 별 따기이다. 알아서 전월세를 찾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다. 

사정이 이러니, 만 서른 살도 안 된 가구주의 평균 부채 규모가 2012년 기준 1283만 원에서 2016년에는 2385만 원으로까지 늘어났다.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도 전 연령대에서 청년 세대가 가장 높다. 

특히 서울시는 한국에서 주거비가 가장 많이 드는 곳이다. 서울은 청년실업률도 높다. 서울 청년 실업률은 10퍼센트로 2년 연속 전국 평균율을 상회했다.(서울고용노동청, 2017년)

그래서 서울시 청년 10명 중 4명은 아예 (최저 주거 기준 미달인 곳에서 사는) ‘주거 빈곤층’이다. 서울 청년 가구의 주거빈곤율은 29.6퍼센트로 전국 17.6퍼센트에 견줘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청년 주택 지원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 일단 대상이 적다. 대학생과 신혼부부로 한정된 경우가 많고, 지원 주택 상당수도 청년가구 평균 소득 수준에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지원의 핵심이 저리 대출에 맞추어져 있어, 빚을 더 늘리는 효과를 낳는다. 

정부가 7월 5일 발표한 ‘신혼부부·청년 주거 지원 방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방안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의 연장선이다. 이 중 청년과 신혼부부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맞춤형 주거지원’을 소폭 늘려 163만 가구에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대출 제한·한도를 완화하겠다는 것이 지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신혼부부에 대한 지원 방안도 역시 전세자금 대출을 도와 주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래서 설사 정부의 대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할지라도, 주거빈곤인구가 24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에 비춰 봤을 때 상당히 부족하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6)

그림의 떡

그런데 서울시 주택 지원 정책은 중앙 정부의 대책에도 못 미친다. 서울시의 청년 주거 지원에는 크게 희망하우징,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한지붕세대공감 사업이 있다. 

2012년부터 시행한 희망하우징은 대학생들에게 저렴하게 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지난 5년 동안 1234가구를 공급했다. 1년에 247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그중 올해 군입대, 졸업 등으로 발생한 공실로 576명을 새로 모집했다. 낡은 고시원, 여관·모텔 등을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하는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공급도 290가구에 불과했다. 

‘한지붕 세대공감 사업’은 대학가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이 청년에게 대부분 보증금 없이 주변 시세보다 50퍼센트 정도 저렴한 값에 빈방을 제공하는 것이다. 2013년 이 사업이 시작된 이래 여기에 참여한 대학생은 185명, 독거노인은 146명에 그쳤다(2015년 현재).

그동안 서울시 주거 지원 정책의 약점은 너무 지원 대상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안정적 주거가 필요한 청년들은 넘쳐 나는데 수혜자는 몇백 명밖에 되지 않으니 청년들 사이에서 서울시 주거 지원 혜택은 “로또” 당첨이나 다름 없다고 여겨진다.

이런 한계는 보통 청년층으로 일컬어지는 19~34세 인구 중에서도, 조건에 따라 극히 일부에게 제한해 놓은 것과 맞물려 있다. 제한적인 주택 지원은 주택 정책이 시장원리를 훼손시키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와 연관된 듯하다. 지원 대상의 범위와 폭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현 지원 제도가 청년층 전반의 장기적인 주거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따라서 특정 시기로 제한된 청년층 지원 방식을 넘어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 

수익성 논리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6년부터 시행한 ‘역세권 2030 청년 주택 공급 방안’의 시한을 2019년까지 늘렸다. 이 방안은 개발 이익을 늘려 민간 부분에서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이 방안은 서울시가 2010년 오세훈 시장 때 도입한 ‘역세권 시프트 계획’의 연장선이다. ‘역세권 시프트 계획’은 역세권 반경 250미터 이내 지역의 용적률을 늘려 사업대상지의 개발이익을 늘리고 그 수익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즉,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민간 자본에 수익성을 보장해 주고 공공사업에 투자하게 하는 민자 유치 사업과 비슷한 원리다.

문제는 부동산 투자의 결과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라 필요한 부동산 투자 규제를 강력하게 펼 수 없다는 것이다. 투기성 이익을 노린 재개발·재건축의 남발이 집값을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애초에 ‘역세권 시프트 계획’은 시프트주택 13만 2000호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공급 물량은 2010년 7271호, 2011년 3429호, 2012년 706호, 2013년 5338호, 2014년 842호, 2015년 1709호에 그쳤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부동산 개발 붐이 주춤한 탓일 개연성이 크다. 이 계획의 근본적 약점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서울시 정책의 큰 줄기는 바뀌지 않은 것 같다. 2016년 서울시가 발표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공급방안’은 단지 용적률을 ‘역세권 시프트 계획’보다 대폭 완화해 개발이익의 범위를 확대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임대주택이 공급돼도 가격이 청년세대가 이용하기에 마땅치 않다. 도심 역세권인 삼각지역을 기준으로 1명이 단독으로 거주하는 전용면적 19제곱미터 주택은 3950만 원에 월 38만 원(최대 보증금 9485만 원 기준 월 16만 원)이다. 3인이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전용면적 49제곱미터는 보증금 약 2억 원에, 월 36만 원이다(경실련).(지역 주민 중 소수가 이렇게 비싼 청년 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두고 ‘슬럼화’라고 반대하는 것은 도통 설득력이 없다.)

삼각지역 역세권에서 그 정도면 괜찮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다. 삼각지역은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월세 실제 매물 가격은 전용면적 28제곱미터 주택 기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50만원 수준이다.

가격이 주변 시세에 따라 결정돼 너무 비싸기 때문에, 청년주택은 부모의 도움이나 은행 신용대출 등을 받기 힘든 저소득층 청년들에게 별 도움이 안 된다.

‘역세권 2030 청년주택 공급방안’이 실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기 보다는 용적률을 푸는 명분을 제공해 줘서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을 가져다 주고 정부와 지자체는 재정 지출을 늘리지 않아도 되는 이해관계가 맞물린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 주택 사업의 결과만 보더라도 시장 활성화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주거 문제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청년들을 위해 국가(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지금보다 훨씬 더 저렴하고 질 좋은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