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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하는 무역 전쟁과 문재인의 친기업 행보

트럼프발 무역 전쟁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유럽연합·캐나다·멕시코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 각국이 보복 공격을 한 데 이어, 미국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세계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다.

이를 피하려고 독일 총리 메르켈은 미국산 자동차의 관세를 인하하겠다며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이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유리한 무역 조건을 얻어 내는 식으로 일단락될지, 아니면 유럽과의 자동차 관세 전쟁으로 확대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같은 방식으로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도 “탈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더 심각한 패권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예고했던 1차 관세 부과 대상 500억 달러(56조 원) 제품 중 일단 340억 달러(약 38조 원) 규모의 제품에 대해 7월 6일 25퍼센트 관세를 부가했다. 나머지 160억 달러의 상품에 대해서는 2주 내에 관세를 매길 계획이다.

중국도 같은 날 미국산 제품 340억 달러어치에 관세 25퍼센트를 부과하며 반격했다.

트럼프는 계속 강공을 펼치고 있다. 7월 10일에는 추가로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어치에 10퍼센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다음은 3000억 달러 규모로 관세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 하고도 경고했다. 2017년 중국의 대미 수출이 5055억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말이다.

무역을 넘어 미국은 중국 유학생의 비자 기간도 제한했고,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투자에 대한 심사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무역 전쟁 관련 언론 보도 자제를 지시하는 등 미국을 더 자극하지는 않으려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미국의 공격에 대해서는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는 생산과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오토바이 기업 할리 데이비슨은 유럽연합의 관세 인상으로 한 대당 추가 비용이 2200달러에 이른다며 일부 공장을 미국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철못 생산업체 ‘미드콘티넌트 스틸 앤 와이어’는 미국이 멕시코 철강에 25퍼세트 관세를 부과한 것 때문에 제품 가격이 인상돼, 매출이 30퍼센트 감소했다며 노동자 60명을 해고했다.

그럼에도 더 위태로워 보이는 쪽은 중국이다. 중국은 성장률 둔화와 막대한 부채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중국 기업의 총부채는 GDP의 170퍼센트에 달해, 100퍼센트 안팎인 한국, 미국, 일본 등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다.

현재 미국의 압박 때문에 중국의 주식시장은 올해 초 고점 대비 20퍼센트가량이 빠진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기업 회사채 디폴트가 지난해의 3배로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무역 전쟁이 전면적으로 확대될 경우 관세가 30~60퍼센트까지 상승할 수 있고, 이것이 세계 무역을 70퍼센트가량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2~3퍼센트포인트 감소한다. 최근 세계경제 성장률이 3~4퍼센트인 것을 비춰 보면 절반 이상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분노 발작?

그래서 폴 크루그먼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분노 발작”에 의한 “멍청이” 같은 짓이라고 비난한다.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생각은 진보·좌파 진영에서도 심심찮게 보인다. 세계화가 진전됐기 때문에 자본주의 국가들이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충돌하기보다 협력을 택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무역전쟁이 실질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고, 트럼프의 행동을 설명하기 힘든 일로 취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노동자 연대〉는 고전 마르크스주의 제국주의론에 기반해, 세계화가 진전된다 하더라도 국가 간의 갈등이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오히려 자본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의 뒷받침이 더욱 필요하고, 경제적 경쟁은 국가 간의 정치적·지정학적 갈등을 낳는 배경이 돼 왔다.

특히 지금처럼 세계경제가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간 갈등은 커져 왔다. 저마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타국에 전가하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행동은 장기 침체 시기에 미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의 일종이다. 세계 무역 체제를 미국에게 더욱 유리하게 재편하고, 성장하는 도전 상대인 중국을 제압해 세계에서 경쟁력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점증하는 제국주의 간 갈등 대만 해협을 통과하는 미 군함 ⓒ출처 미 해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군사적 대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시작한 바로 다음 날인 7월 7일, 미국 이지스구축함 2척이 대만해협을 가로질렀다. 미 군함이 대만해협에 진입한 건 11년 만이다.

미·중, 두 제국주의 국가들 간 경제적 경쟁과 군사적 경쟁이 갈마들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무역 전쟁과 한국 경제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무역 전쟁을 보며 한국 자본가들은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동시에 이 상황을 경제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윤 경쟁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무역 전쟁으로 세계 무역이 위축될 경우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2016년 기준으로 무역의존도(GDP 대비 무역액)는 미국이 20퍼센트, 중국이 33.3퍼센트이지만, 한국은 63.9퍼센트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래서 경제분석기관인 픽셋애셋매니지먼트는 전면적 무역 전쟁이 벌어졌을 때 타격을 입게 될 국가들(미국, 중국 제외)로 룩셈부르크, 대만,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에 이어 한국을 여섯 번째로 꼽았다.

특히 중국은 한국 수출품의 4분의 1을 구입하는 국가이다. 중국은 한국산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기계류 등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품 중 중간재 비중은 78.9퍼센트였다. 따라서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우리 기업도 연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번에 미국이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타격을 준다.

게다가 미국은 자동차에 관세 25퍼센트를 부과하려 하는데, 실제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되면 그 파장은 훨씬 클 것이다. 한국은 자동차 수출의 33퍼센트(약 85만 대)를 미국에 판매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산업 생산 둔화와 무역 전쟁의 여파로 올해 2분기에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LG디스플레이, 아모레퍼시픽 등 수출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은 대부분 나빠졌다.

한편, 한국 지배자들은 무역 전쟁을 계기로 한국 경제의 경쟁력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미·중 무역 전쟁을 계기로 “한국 산업에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중국과의 신기술 경쟁에서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한국산업연구원,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경제의 대변화, 한국산업에 위기인가·기회인가’)

미국 정부처럼 한국 정부도 중국의 첨단 산업이 성장하는 것에 압박감을 느껴 왔다. 실제로 독일의 메릭스(MERICS) 연구소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그래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조처를 취하면서 중국의 산업 발전이 지체되는 시간에 한국의 자본가들은 고기술 산업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벌여 놔야 한다고도 본다. 한국 정부와 자본가들도 국제적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열심히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삼성이 큰 역할을 해 줘서 고맙다" 문재인이 아직도 재판중인 이재용을 만나 친 기업적 메시지를 분명히 던졌다 ⓒ출처 청와대

이와 같이 기업 이윤을 위한 경쟁력 강화 논리는 필연적으로 노동자들의 착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문재인은 아직 재판도 끝나지 않은 삼성의 이재용을 만나며 친 기업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보수 언론들은 “무역 전쟁 중에 웬 파업”이냐며 노동자 투쟁에 대한 공격을 강화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지배자들은 민족주의적 선동을 강화하며 노동계급에게 자국 지배자들을 편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세계적으로 이주민을 배격하는 등의 우익 포퓰리즘이 성장하며 노동계급을 이간질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배자들의 이윤을 위한 경쟁은 노동자 착취를 위한 경쟁의 다른 말일 뿐이다.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노동계급의 단결과 연대 투쟁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