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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임금 동결 선언:
단호하게 싸워야 임금·조건을 지킬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전망한 바로는 3분기 제조업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고 한다. 여러 해 부진한 조선업은 물론 자동차 산업도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6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전년 상반기 대비 7.3퍼센트 감소했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의 여파 속에서도 2~3년간 완만하게 증가하던 고용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300인 미만의 중소 부품사들에서 고용 규모는 큰 폭으로 떨어졌고, 완성차에서도 감소폭이 커졌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 발 고율 관세도 커다란 골칫거리다.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미국으로 수출한 차량은 60만여 대다. 르노삼성의 경우, 국내 생산 물량이 절반가량 위탁 생산이고 미국으로 보낸다. 만약 미국 정부가 실제로 수입차·부품에 25퍼센트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도 타격을 입게 된다.

이 속에서 사용자들은 어떻게든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이윤몫을 지키려 한다.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노동강도를 높이고, 외주화 등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현대차 사측은 “임금 인상은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그것이 올해 임금 협상의 최우선 목표라고 제시했다.

사측은 또, 노동시간을 단축(주야 8+8 교대제)하려면 노동강도를 높이고 휴일·휴게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부서에서는 임금 삭감, 외주화, 탄력근무제 확대 등을 밀어붙이려 한다.(얼마 전 기아차 화성공장 도장부 노동자들은 나흘간의 현장 파업으로 사측의 공격에 제동을 걸었다.)

현대차만이 아니다.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 전반에서 임금 동결, 단체협약 개악, 구조조정과 외주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선거 이후 노동 유연화, 호봉제 폐지, 노동시간 단축 시행 유예와 유연근무제 확대 등을 추진하며 이런 사용자들의 공격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사용자들은 “회사가 어렵다”,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그동안 피땀 흘려 일하며 엄청난 부를 만들어 온 노동자들은 충분히 임금 인상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 더구나 현대차그룹은 지난 2년새 사내유보금이 14조 원 이상 늘어, 무려 135조 8870억 원이나 된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억제되는 동안 정몽구는 주식 배당금을 계속 늘려 지난해에만 887억 원(계열사 포함)을 챙겼다.

노동자들이 임금·조건 개선 요구를 자제해야 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금속노조는 제조업 생산에 타격을 가할 강력한 힘이 있다. 대중 행동, 특히 파업으로 요구를 따낼 수 있고, 이에 고무받아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는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정규직 전환 등 성과를 낼 수 있다.

6월 30일 민주노총 조합원 8만 명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항의하고, 이어 7월 13일 금속노조 파업 집회에도 2만 명이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을 가득 메웠다. 기층 노동자들의 불만이 켜켜이 쌓여 있다. 금속노조의 조직 노동자들이 이런 기회를 이용해 단호하게 투쟁을 해 나가야 한다.

2018년 7월 13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 그룹 사옥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집회에 수만 명이 참가했다 ⓒ출처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양보론의 다른 이름이 연대임금이다

금속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로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주요하게 내세우고 있다. 완성차 정규직의 임금 요구를 낮추는 대신 현대차 사측에 부품사·비정규직의 임금 지원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원래 하후상박은 임금·조건의 상향평준화를 위한 연대를 뜻하는 훌륭한 전통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하게 투쟁해 사용자들에 맞서야 한다.

그런데 금속노조 지도부가 추진하는 ‘연대임금’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출발한다. 사용자들에게 우리 몫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대공장 정규직의 임금 인상 요구 수준을 낮추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지부 하부영 지부장은 대공장의 임금 투쟁이 부품사·하청 노동자들과의 임금 격차만 늘려 왔다고 폄훼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대공장 정규직이 잘 싸워 임금 인상을 쟁취하고 조건을 방어하면, 부품사·하청 노동자들에게도 싸울 자신감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대공장에서 임금이 억제되면 다른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대차의 임금 수준은 자동차 산업 전반에 기준 설정자 구실을 해 왔다.

그런 점에서 연대임금론(양보론)은 부품사·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만 끼칠 위험이 크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현대차지부 지도부가 투쟁을 발전시키지 않고 불필요한 타협을 한 결과, 부품사·하청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도 더 어려워졌다.

진정한 하후상박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대공장 정규직의 임금 자제가 아니라, 단호한 투쟁을 통해 사용자들을 강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