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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린 데 또 때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7월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2019년 최저임금을 10.9퍼센트 인상해 8350원으로 결정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업종별 차등 적용할 것을 요구했고, 한국노총 위원들은 올해보다 3260원(43.3퍼센트) 올린 1만 790원을 제시했다. 그리고 결국 사용자위원들이 불참한 상황에서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8350원으로 확정된 것이다.

이로써 정부의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사실상 폐기됐다. 문재인도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폐기를 시인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삭감법에 이어 형편없는 인상률로 연거푸 주먹질을 해 놓고 내미는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노동자들은 많지 않다.

문재인 ‘노동존중’ 파탄에 분개한 8만여 노동자들 6월 30일 민주노총 주최 전국노동자대회 ⓒ조승진

보수 언론들은 ‘연속 두 자리수’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존폐 기로’라며 호들갑을 떤다. 그동안 하청업체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프랜차이즈 본사와 카드 회사의 높은 수수료, 높은 임대료 등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자들이 말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도 최저임금 삭감법 통과,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하면서 중소상공인 핑계를 댔다.

그러나 고려대 김성희 교수의 분석을 보면, 최저임금 삭감법 때문에 최저임금은 2.74~7.7퍼센트 삭감됐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도 최저임금의 실제 인상률은 박근혜 정권 4년 동안의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인 7.4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인상률’인 셈이다.(민주노총)

예를 들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현재 1년차 연봉기준 2350만 원, 방학중 비근무자의 경우 연봉 1900만 원”을 받고 있는데, 최저임금 삭감법으로 복지비 19만 원(교통비 6만 원, 급식비 13만 원) 중 6만 7840원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된다. 따라서 내년 최저임금이 10.9퍼센트 인상되더라도, 실제 인상률은 월 3만 4600원(2.1퍼센트)에 불과할 수 있다.(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이처럼 형편없는 인상률에 대해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고용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부총리 김동연은 한술 더 떠서 7월 16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영향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사용자와 보수 언론의 주장을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고용 악화의 책임은 저임금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있다. 사용자들은 조선업, 한국GM 등에서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았고, 주52시간 도입으로 인한 인력부족을 고용확대가 아니라 노동강도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주52시간 위반 단속 유예, 탄력근로제 활용 권장 등으로 기업 편을 들어왔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도 정부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내 준다.

최근 ‘무역 전쟁’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자 문재인 정부는 사용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최근 정부가 ‘혁신 성장’을 내세우며 신자유주의 규제 완화와 노동유연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용자들도 위기를 노동자에게 떠넘기기 위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 현대차그룹이 임금동결을 선언한 것이나,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차등적용을 강하게 압박한 것도 이를 보여 준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는 노동자들의 기대를 충족하기는커녕 오히려 양보를 강요받는 통로 구실을 한다는 점도 다시 한번 입증됐다. 한국노총 측 위원들은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1만 790원을 제시했지만,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들의 압력에 8680원까지 후퇴했고,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재인이 7월 3일 양대노총 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하고, 이후 민주노총이 고용노동부와 후속 정책 협의도 했지만 결과는 형편없는 최저임금 인상률로 돌아왔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랬다면 한국노총처럼 최저임금 삭감법의 피해를 벌충할 수도 없는 후퇴안을 내도록 강요받았을 것이고, 그마저도 사용자측의 방해로 좌절됐을 공산이 크다. 그러면 이후 투쟁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6월 30일 노동자 8만 명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최저임금 삭감법을 규탄한 데 이어, 7월 12일과 13일에도 건설, 금속 노동자 수만 명이 상경 투쟁을 벌였다. 다음 주에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전면 파업이 예고되고 있다.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이런 투쟁들이 더욱 확대 강화돼야 기업과 정부의 공세로부터 노동자들의 조건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