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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무역 전쟁과 불안한 중국 경제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이미 중국 경제의 둔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7월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2사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동기 대비 6.7퍼센트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사분기의 6.8퍼센트에서 0.1퍼센트포인트 하락한 수치이고, 2008년 이래 가장 낮았던 2016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6.7퍼센트라는 수치는 시진핑이 ‘신창타이(新常態, 신상태)‘라고 언급한 중속 성장의 범위 내에 있다. 또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로 내세운 6.5퍼센트보다는 높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2017년 1분기(6.9퍼센트)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 추세에 있는 데다 앞으로도 무역 전쟁 등으로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위안화 하락, 부채 증가, 자산 거품, 투자 위축 등으로 곳곳에 위험이 도사린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는 중국 경제

여러 경제지표 중에서 수출은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증가율이 12.8퍼센트로 지난해 동기의 8.5퍼센트를 웃돌았다. 특히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동기보다 13.8퍼센트 늘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중국 제품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한 선매수라는 일회성 효과 때문인 듯하다. 따라서 상반기 수출 증가를 의미 있는 지표로 보기는 힘들다.

경제 성장을 이끄는 투자, 생산, 소비가 모두 부진하다.

특히,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2013년 19.6퍼센트에서 2015년 10퍼센트, 2018년 상반기 6퍼센트로 계속 추락해, 2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2008년 이래로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공공부문 투자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직후에는 중국 정부가 공공부문 투자를 확대하고 국유상업은행을 통해 대출을 장려해 민간부문의 투자와 소비 위축을 만회했다. 그러나 최근 국가 부채를 감축해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정부 투자가 민간부문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디레버리징에서 경기부양으로

중국 경제가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7월 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퍼센트포인트 인하해 대략 7000억 위안(117조 원)을 공급했다.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 지배층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최근까지 중국 정부는 부채를 줄이려고 약한 긴축 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투자·생산·소비 지표가 모두 악화하자 다시 경기 부양 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검토하는 것이다. 그럼 또다시 중국의 부채 위험성은커질 것이다.

2008년 중국의 총부채는 GDP 대비 160퍼센트였지만 2017년에는 260퍼센트(일부 추정치는 300퍼센트가 넘는다)를 기록했다.

중국의 가계부채는 2007년 이래 두 배로 치솟았다. 국제결제은행은 올해부터 중국을 ‘가계부채 위험국’으로 지목했다. 주로 가계들이 부동산 매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가계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기업 부채다. 2008년 이후 중국 국유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투자를 늘렸고 그 때문에 부채 비율도 증가했다. 그런데 이윤율 저하와 수출 부진 그리고 경제 성장 둔화로 파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발생한 채무불이행(디폴트) 규모가 이미 25억 달러(165억 위안)다. 역대 최고치였던 2016년(207억 위안)의 80퍼센트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민간기업들의 디폴트에 크게 개입하지 않았지만, 대규모 디폴트나 연쇄 디폴트가 나타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리고 지방정부 부채와 그림자 금융도 중국 경제에 상당한 압박이다.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주석이자 중국인민은행 당서기인 궈슈칭(郭樹淸)은 중국 경제는 무역 전쟁을 견뎌 낼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은 비공개문건에서 “미·중 무역마찰로 양측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을 경우 중국 증시는 물론 위안화 가치가 급락할 수 있고 중국 금융 시장과 경제가 큰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역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7월 초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7위안을 넘어서는 등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4월 11일 달러당 6.2699위안과 비교하면 대폭 오른 것이다.

위안화 환율 상승(가치 하락)은 중국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져 주식시장 붕괴와 기업 파산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2015년 7월에도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금 유출과 위안화 가치 하락이 벌어진 바 있다(본지 153호 기사 ‘‘시진핑 아저씨’의 상승 장세가 붕괴하다’를 참조).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이 달러당 6.7위안을 넘지 않도록 외환시장에 긴급히 개입해야 했다.

이미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 전쟁은 중국 경제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대미 무역흑자가 줄어드는 만큼 중국 경제는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공세에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유럽연합 국가들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성사될 가능성이 적은 듯 보인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강화되면 기존의 국제 질서는 새로운 합종연횡의 가능성을 이전보다 높일 것이다.

중국 경제 성장세의 둔화 속에서 노동자들의 저항이 자라고 있다 올해 6월 쓰촨성 트럭 운전사들의 파업 ⓒ출처 CHINA LABOUR BULLETIN

중국 지배층은 소수민족의 독립 움직임, 홍콩의 민주주의 열망 그리고 본토 내에서의 정치적·시민적 권리 요구를 모질게 억압했다. 대신 경제 발전과 ‘대국굴기’로 표현되는 중국의 위상 강화로 버틸 수 있었다. 이제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그 고통이 대중에게 전가된다면 자생적으로 벌어지는 노동자 투쟁이 급속히 정치화할 수 있다.

중국 지배층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런 시나리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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