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법무부장관 박상기는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국민 청원에 대해 청와대를 대변해 답을 내놨다. 난민 인정을 더 어렵게 만들고 통제도 강화해 난민(신청자와 인정자 모두)을 더 옥죄겠다는내용이다. 난민법을 폐지하지는 않지만 대신 개악해 개악을 명문화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간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이슬람 혐오를 부추기며 난민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위협한다고 비방해 왔다. 난민법 폐지를 요구하며 서울 등지에서 집회까지 개최했고, 난민법 탓에 세계의 난민 신청자들이 한국으로 몰린다는 엉터리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주장은 처음부터 근거가 없었고, 난민이 연루된 일부 불운한 사건을 침소봉대하거나 가짜 뉴스로 악명 높은 유럽의 인종차별적 극우 세력의 주장을 짜집기한 것이 태반이었다.

따라서 이번 정부 발표는 우파의 인종차별주의적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열악한 처지의 난민들에게 지원책을 강화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말이다.

이주·인권·노동단체들은 난민법 개악 시도에 반대해 왔다. 12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진행한 ‘제주 예멘 난민에게 혐오가 아니라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기자회견 ⓒ이미진

정부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 보호의 책무”를 운운했지만 실제 현실은 말과는 너무나 다르다. 그동안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4퍼센트로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동 불안정 등으로 난민 신청자가 늘자 그 비율은 더 떨어졌다. 그 결과 2013년에 난민법이 시행됐지만 난민 인정률은 되레 더 떨어졌다.(지난해가 2퍼센트)

이처럼 난민들의 입국을 최대한 틀어막은 것도 모자라, 가까스로 입국한 난민에게도 ‘탄압 받는다면서 어떻게 무사히 출국할 수 있었냐’ 하며 난민 불인정을 내려 왔다

인종차별적

아니나다를까, 법무부는 발표 당일 곧바로 이집트, 소말리아, 파키스탄, 미얀마 등 정치적 박해 때문에 난민이 많은 나라들을 대거 무사증 입국 국가에서 제외했다.

이미 가혹한 난민 심사 기준을 더 강화하겠다는 명분을 위해 난민을 잠재적 위협으로 취급하려고 한다. 박상기는 마약, 전염병, 강력범죄 심사 등을 운운하며 난민들이 잠재적으로 범죄자라는 인종차별적 편견을 드러냈다.

진행 중인 난민 심사를 중단하거나 아예 심사에 회부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안도 더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도 한국의 공항·항만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사람 중 대다수는 신청 허가조차 받지 못해 본국으로 송환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2017년 인천공항에서는 고작 10퍼센트만이 난민 ‘신청’을 ‘허가’받았다!

난민 심사 기간 단축을 위해 난민심판원을 신설하겠다는 것도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불인정 받은 난민 신청자들이 심사 결과에 이의 제기할 기회를 더 줄이는 성격이 강하다.(난민심판원에 법원 1심 기능을 부여하려 함) 난민 단체들이 발표 당일 성명을 내 항의한 것이 당연한 이유다.

“난민 절차의 신속성은 그 자체로 절대적인 가치가 될 수 없고 독립성, 전문성, 공정성, 투명성의 가치와 함께 가야 한다.”

법무부는 난민 ‘브로커’ 처벌도 강조했는데, 애초 난민들이 한국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단을 제공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런 조처는 난민들의 이동을 더 위험하고 극단적으로 만들 뿐이다. 실제로 유럽연합이 ‘브로커 근절’을 내세워 지중해에서 난민 유입을 단속하자 더 위험한 항로로 내몰린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적어도 1000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발표한 대책의 전반이 이렇다 보니, 심사 인원을 늘린다거나 심사 결과를 난민 신청인 자신이 알아볼 수 있는 언어로 제시하겠다(너무 당연한 것이다!)는 등의 개선안은 너무 미미해 개선이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선진국 지배자들에게 발맞춤

또한 난민 심사를 인종차별주의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인정된 난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도 이어졌다. 정식 난민으로 인정받아도 불안정한 체류 지위라는 족쇄를 풀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가령, 법무부는 가까스로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들에게 “법질서, 문화, 가치 등을 훼손”, “안보에 위험”이라는 모호한 규정으로 인정취소·국외추방·강제송환까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많은 난민과 이주민들은 불안정한 체류 지위 때문에 고용상 불이익이나 범죄 피해에도 제대로 도움을 호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와서 괜한 혼란만 일으킨다’ 하는 비난이 두려워서다. 법무부의 이번 발표로 난민 인정자들의 처지도 더 나빠질 개연성이 커졌다. “진정한 난민은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말이 위선인 이유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이번 정부 발표는 인종차별적이다. 우익의 눈치를 보며 달래려는 것이다. 서방 제국주의 지배자들의 눈치도 봤을 것이다. 그들은 세계화와 국경없는 세계를 찬양해 왔지만, 자본 이동만 고무했을 뿐, 난민을 배척하고 더 나은 조건을 찾는 노동자들의 이동은 억제해 왔다. 정부가 “서구 사회의 대규모 난민 수용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 반면교사”를 운운한 것이 이런 눈치 보기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선례에서 진정으로 배울 것이 있다면 난민을 마녀사냥하는 인종차별적 우익에 타협할수록 그들의 명분과 기만 더 살려 준다는 것이다. 난민에 대한 편견은 대체로 서방 제국주의자들이 여러 인종의 노동계급을 천대시하며 퍼뜨리는 논리와 이간질 시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난민의 처지를 악화시키고 편견을 부추기는 작태들에 진보적 대중이 반대해야 하는 이유다. 진보와 정의를 바란다면, 우파의 인종차별적 비방을 반박하고, 정부의 개악에 항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