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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유학생 집단폭행이 정당했다는 법무부
인종차별 부추기기 중단하고 책임자 처벌하라

7월 16일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반이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을 집단폭행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8월 1일,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법무부는 되레 단속이 정당했다는 설명자료를 발표해 분노를 키우고 있다.

이번 사건을 31일 처음 알린 경남이주민센터와 경남이주민연대회의에 따르면, 피해자는 방학을 맞아 학비를 벌기 위해 경남 함안군의 상하수도 매설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단속반 두 명이 다가와 다짜고짜 피해자의 팔을 붙잡고 끌고 가려고 했다. 영문을 모른 피해자가 설명을 요구하자 갑자기 폭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사이 다가온 승합차에서 단속반 3명이 더 내리더니 폭행에 가담했다.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는데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단속반원들이 피해자의 얼굴을 수차례 가격하고 다리를 걷어차 넘어뜨리고 발로 밟는 모습은 차마 끝까지 보기 힘들 지경이다.

단속반원들은 폭행 후 피해자를 승합차에 태우더니 ‘불법근로’ 신고를 받고 왔다며 서류에 서명을 강요했다. 그러나 서류에는 불법근로를 했다는 장소와 시간조차 적혀 있지 않았다. 심지어 피해자의 얼굴에 전기봉을 갖다 대며 서명하라고 위협하고 지문을 채취했다고 한다. 이후 피해자는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5일 동안이나 구금됐다.

피해자는 사건이 일어난 지 열흘이 넘도록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렸고 뇌진탕 증세도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여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는 단속반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고,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CCTV 영상이 공개되며 비난 여론이 커지자, 8월 1일 법무부는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사과는커녕 피해자를 비난하며 단속을 정당화했다. “해당 외국인이 위험한 도구(쇠스랑)을 집고 일어서는 등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CCTV 영상을 보면 단속반은 앉아 있던 피해자를 일으키자마자 손에서 어떤 물건을 빼앗았고, 이때까지 별다른 물리적 저항을 하지 않던 그를 마구잡이로 폭행하기 시작한다.

법무부는 피해자가 유학생으로서 체류 허가를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사전 허가 없이 취업해 단속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자리와 노동조건 악화가 마치 이주민들 탓인 것처럼 떠넘기려는 것이다. 심지어 법무부는 피해자가 일한 곳이 “건설업으로 대표적인 저소득 국민 일자리 잠식 분야”라며 인종차별을 부추길 의도를 내놓고 드러냈다.

그러나 고용 불안의 책임은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에 있다. 기업들의 막대한 이윤을 보장해 주는 다단계 하도급은 노동자 사이의 경쟁을 부추겨 고용 불안과 노동조건 악화를 강요해 온 주범이다. 최근 건설 사용자들은 유연근무제 확대까지 동원해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려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작 학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에 나서면서 행정적 절차를 어겼을 뿐인 유학생을 중범죄라도 되는 양 집단폭행까지 가하고 ‘일자리 도둑’으로 몰아 세우는 것이다. 정말이지 비열하다.

단속반이 폭력을 휘두르는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수원의 한 건설현장에서 수원 출입국·외국인청 단속반이 중국 출신 이주노동자를 집단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평상복을 입고 있어 단속반인 줄도 모르고 저항도 하지 않은 그를 단속반은 삼단봉으로 가격하며 폭행했다.

단속반이 이토록 폭력적인 것은 그들이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편견에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나 일자리 도둑으로 취급하며 단속을 강화해 온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얼마 전 난민 반대 청와대 청원에 답하면서도 “마약 검사,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등 엄정한 심사”를 운운해 난민들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퍼뜨리며 난민 인정을 더 어렵게 하고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런 태도를 취하며 이주민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인종차별적 우익의 기를 살려주고 편견을 강화할 것이다. 정부는 야만적 단속과 이주민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들을 중단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를 인권·노동권 침해로 내모는 고용허가제

한편, 경남이주민센터와 경남이주민연대회의는 최근 접수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 부당노동행위 사례들도 함께 발표했다.

밀양시 소재 농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여성노동자 두 명은 고용주에게서 상습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고용주는 친구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음식 준비와 술 시중을 강요하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피해자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손으로 움켜쥐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고 고용주의 친구들이 모두 웃었고 피해자는 심한 성적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

노동조건도 열악했다. 매달 11만 원을 기숙사 비용으로 공제하도록 근로계약을 맺었는데, 이조차 지키지 않고 지난해에는 매달 18만 원을 공제하더니 올해부터는 23만 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제공된 숙소는 폐가나 다름 없는 허름한 농가였다. 커다란 옹기를 땅에 묻어 화장실로 쓰게 하고, 창문이 깨지자 포장박스를 붙여 겨울에는 너무 추웠다.

농장에서 숙소까지 20분이 걸린다는 이유로 식사로 컵라면 1개만 준 적도 많다고 한다.

남해군 소재 철강업체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고용주와 관리자에게서 일상적으로 폭력과 폭언을 당했다.

올해 6월 근로계약서 상의 근무지가 아닌 하수도 청소를 시키자 노동자들은 증거를 남기려고 휴대폰으로 녹음과 촬영을 했다. 이를 알아차린 고용주는 노동자의 다리를 수차례 걷어차 넘어뜨리고 욕설과 폭언을 하며 휴대폰을 빼앗아 삭제했다. 그 이후 작업 시간마다 휴대폰을 빼앗았다. 5월에는 가위를 빨리 찾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향해 가위를 던지기도 했다.

고용주는 노동자들을 자신의 집을 짓는 일에 투입하고, 월 1회 꼴로 부인이 운영하는 음료수 가게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등 근로계약서를 어기며 수시로 사적인 일에 동원했다.

지난해 입사한 후 3개월 동안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11~12시간 일했지만 원래 지급해야 하는 180만 원가량 대신에 첫 2개월은 140만 원, 3개월째는 150만 원만 지급했다. 임금명세서도 주지 않아 노동자들이 노동청에 진정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이런 부당한 일을 당하는 이유는 사업장 이동을 금지해 이주노동자를 고용주에 종속시킨 고용허가제 때문이다.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들이 “자의적으로 이직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자칫 사장에게 밉보여 불법체류자가 될까 봐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따라서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수준의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을 ‘기숙사’랍시고 제공해도 임금의 최대 20퍼센트까지 공제할 수 있게 한 지침, 농·축산·어업을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근로기준법 63조 등 이주노동자들을 옥죄는 정책들도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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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이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