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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이렇게 생각한다:
올여름 폭염은 인류가 큰 위기에 놓여 있음을 보여 준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이 폭염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출처 Climate Change Institute (University of Miane)

여름 내내 계속되는 폭염은 기후변화를 방치하면 장차 어떤 미래가 도래할 것인지 힐끗 보여 주고 있다.

권원태 전 국립기상연구소장은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폭염이 5월과 9월에도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실상 1년 중 절반이 여름이 되는 셈이다. 그는 “기후 현상은 자연적인 변동이 있어 매년 다르긴 하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분명한 점은 폭염이 한반도에 점차 자주 일어나고 있고, 그 원인은 분명히 온난화”라고 못박았다.

실제로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910년부터 2017년까지 여름(일 평균기온 20도 이상)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간이 꾸준히 늘었다. 최근의 폭염은 이처럼 기온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과 맞물린 것이다.

이전까지 기후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심지어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갈수록 그러기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유럽·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중동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상이변이 늘어 왔다. 올여름 한국이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래 최고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웠듯, 아프리카에서도 7월에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이 깨졌다. 유럽의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44도까지 올라 40여 년 만에 최고 폭염이었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는 장차 강수량이 크게 줄고 그 결과 토양 질이 저하돼 2050년까지 5000만~7억 명이 고향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남아시아, 이라크 남부, 아프가니스탄,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이 특히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보고서는 ‘아프리카의 뿔’(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지역에서는 “날씨가 가면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뭄이 계속 이어지고, 그 때문에 이미 가난한 지역사회들이 그나마 가진 것도 잃고 그래서 더욱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한 “세계적으로 자연재해의 빈도는 40년 전의 다섯 갑절로 늘었다”고도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다른 요인들과 맞물린다.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한 아프리카는 제국주의 약탈에 시달렸고, 독립을 이룬 뒤에도 세계적 부자들과 현지 부자들을 위한 개발 탓에 환경 파괴를 겪었다.

그리스에서는 외채를 갚기 위한 가혹한 긴축 정책으로 삼림 관리(건조한 날씨 탓에 저절로 화재가 나기도 한다), 소방서, 병원과 응급실 예산을 크게 삭감한 결과 올해 대형 산불로 80명 이상이 숨졌다.

온열질환

한국 질병관리본부도 5일까지 폭염 때문에 올해 적어도 40명 가까이 숨졌고, 전체 온열질환자는 3300여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야외나 고온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체 온열질환자 셋 중 한 명이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7월 한 달 동안 언론보도로 알려진 폭염 산재 사망자만도 4명이나 된다.

일각에서는 공중보건의 위기 상황이라고도 지적한다. 폭염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전력계량기 눈금에 마음을 졸여야 하는 처지가 이런 상황을 악화시켰을 것이다. 정부는 누진제 완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너무 늦었고, 그마저도 알량한 수준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주거용 전기요금은 대폭 인하돼야 한다.

주거용 전기에 대한 누진제 완화가 무분별한 전기사용을 부추겨 기후변화를 가속시킬 것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근거가 희박하다. 대부분의 전기는 산업에서 이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생산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배제돼 있다.

따라서 국가가 나서 기업들이 부담을 늘려 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에 대폭 투자해야 한다. 애먼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기요금도 그 일환이다. 야외나 고온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 보호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투쟁은 이윤보다 인간을 우선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투쟁과 연결돼야 한다.

주제
기후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