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터키의 화폐 가치 폭락은 터키와 미국 사이의 [대외적] 갈등이 고조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하지만 이번 폭락은 더 많은 나라들에 타격을 입히고 수백만 명의 삶을 파탄낼 수 있는 경제적 태풍을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주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가 5분의 1 하락했는데 이는 올 초보다 40퍼센트 낮아진 수치다.

터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한다발 실시하는 것으로 화폐 가치를 안정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 ⓒ러시아 정부(플리커)

달러 표시 부채를 짊어진 터키의 은행·기업들이 같은 금액의 부채를 상환하려면 이제 훨씬 더 많은 액수를 리라로 지불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이는 달러화로 상환돼야 할 터키의 국가채무도 리라화 기준으로 하면 대폭 커진다는 뜻이다.

리라화 붕괴를 야기한 직접적 쟁점으로는 미국 정부가 터키 측에 부과한 관세 그리고 양측 정부 사이에 점증하고 있는 외교 갈등을 들 수 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터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두 배로 올리라고 지시했다.

트럼프는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이 정적을 수감시키거나 쿠르드족을 학살하는 일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허나 터키가 미국의 요구를 듣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양자 사이의 갈등은 미국이 아이시스(ISIS)를 격퇴시키기 위해 시리아 북부에 주둔 중인 쿠르드 민병대와 제휴한 이래로 고조돼 왔다. 터키는 이들 쿠르드 민병대를 자신의 숙적으로 여기고 그동안 [미국과 갈등 관계인] 러시아·중국과 갈수록 가까워져 왔다.

지난 주 에르도안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미국과의 언쟁 수위를 높였다. “잊지 말라, 그들에게 달러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우리의 국민과 우리의 신이 있다.” 그는 “경제 전쟁”을 다짐했다.

트럼프의 화를 자극하고 있는 또 다른 쟁점은 터키 정부가 미국인 복음주의 목사 앤드류 브런슨을 구금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에르도안에 맞선 2016년의 쿠데타를 지원했다는 혐의를 쓰고 있으며 징역을 최고 35년까지 살 수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터키는 나토의 다른 동맹들과 한층 더 멀어질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국제기사 편집자는 최근의 갈등에 대해서 “썩어가는 케이크 위에 독성 체리를 얹은 것과 같다”고 논평했다. 또한 그는 터키가 “중동에 등장한 권력의 새로운 삼각대를 러시아·이란과 함께 지탱하는 셋째 다리 구실을 이미 하고 있다”고 덧붙었다.

금융

그러나 터키 정권은 미국·유럽연합과 관계를 재형성하기 위한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기도 하다. 에르도안의 사위이기도 한 터키 재무부 장관은 13일에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신자유주의적 조처들을 한 다발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더 중요할지도 모르는 더욱 광범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유럽계 은행들이 터키의 금융기관·기업·정부에 대규모 융자를 해줬다는 것이 그중 하나다.

스페인 은행들은 터키에 약 650억 파운드[한화 약 93조 8000억 원] 가량을 융자해 줬다. 만일 터키가 파산해 버린다면 이들 은행들 역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더 일반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2015년 이래 미국 중앙은행의 점진적 금리 인상 결정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권들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만약 수익률이 더 높고 강대국의 [투자]안전성도 누릴 수도 있다면, 쉽게 수익을 올리길 바라는 투자자들이 터키 같은 나라들에서 미국으로 자금을 옮길 것이다.

이런 상황이 무역전쟁이나 미국과의 알력 등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조건과 겹치면, 공황상태가 벌어지고 해외로 돈을 빼려는 흐름을 촉발할 수 있다.

남아공, 인도, 인도네시아 모두 이번 주 초 들어서 통화 가치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리라화 폭락이 20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를 연상시킨다고 논평했다.

크루그먼은 이렇게 썼다. “[경제에] 신뢰가 떨어지면 통화가치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외화로 빌린 빚을 상환하기가 더욱 곤란해진다. 이로 인해서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고 다시금 신뢰가 더 떨어지고, 그로 인해서 다시금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다.

“만일 정책 대응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파산할 수 있는 것이 모두 파산할 때까지 통화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국내통화 기준으로 채무는 계속 부풀 것이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에 미국은 곤경에 처한 은행가·기업주들 그리고 친미 정부들에게 있어서 위기 구제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다.

터키의 통화 가치 폭락은 경제 위기 하 이뤄진 회복이란 것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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