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탈의실 불법촬영 사건’의 철저한 재조사를 촉구하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한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와 피해 간호사들 ⓒ고은이

8월 16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서울대병원 산하 병원의 ‘간호사 탈의실 불법촬영 사건’의 철저한 재조사를 촉구하며 피해 간호사 두 명과 함께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2015년 1월 이 사건이 처음 발견됐을 당시, 피해 간호사들은 병원 측의 요구로 이 사건을 병원에 위임했다. 하지만 병원은 고발장만 접수했을 뿐 경찰청에 간호사들의 피해 증언 자료를 넘기지 않았다. 내부 진상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병원 평판에 영향을 끼칠까 봐 고의적으로 진상 조사를 방해한 것이다.

그해 5월, 이 병원에서 근무했던 의사가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다가 불법촬영 혐의로 체포돼 불법촬영물과 음란물이 2만여 점 적발됐다. 경찰은 이 의사가 찍은 불법촬영물을 139개로 판정했는데, 이 중에는 해당 병원의 간호사 탈의실, 산부인과 진료실, 마취실 등에서 간호사와 환자를 촬영한 것들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무성의하게도 이 의사의 예전 근무지 병원의 불법촬영 건은 조사하지 않았다.

결국 병원의 조사 방해와 경찰의 부실 수사로 이 병원 간호사들은 몇 년 째 불법촬영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오늘 고소·고발장 접수 때 참가한 피해 간호사 한 명은 당시 이 문제로 나서고 싶지 않아서 병원에 조사를 위임했다고 한다. “병원이 우리를 보호해 준다고 생각했다. 수간호사가 가해자가 의사인 것 같다고 말해서 범인이 잡혔으리라 생각했다.”

이 여성은 병원을 믿고 그때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병원과 경찰의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분통

2015년 1월 발견된 영상은 노조의 요구로 삭제됐지만(이조차 병원은 한 달 넘게 꾸물거렸다), 올해 7월 다시 유포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서울대병원 노조는 2015년 1월 발견한 영상 외에 또 다른 영상도 있음을 확인했다.

노조는 불법촬영 피해자 수가 최소 수십 명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피해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올해 8월 6일 JTBC가 2015년 ‘간호사 탈의실 불법촬영 사건’이 부실 처리된 것을 보도하자, 경찰은 이 사건을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말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것은 지당하다. 노조는 간호사 탈의실을 불법촬영하고 게시한 자, 소라넷 등 음란물 사이트에 유포한 자, 이로 인해 이득을 본 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면서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또한 노조는 진상 조사를 회피하며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해 온 서울대병원이 사태의 책임을 질 것과 전 직원 대상 사과와 피해 보상, 불법영상물 삭제 등을 촉구하고 있다.

현 병원장은 2015년 당시 병원장은 아니지만 해당 사건의 처리 결과를 알리라는 노조의 요구를 무시해 왔다. 노조는 2015년 1월 사건 처리 결과를 알리라고 다섯 차례나 공문을 보냈지만 병원 측은 최근 JTBC 보도 뒤에야 “기소 중지로 송치했다”는 단문을 통지했다. “피해자가 직접 정보공개 청구를 하”라며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2015년 당시 병원장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여전히 의사로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 병원장은 병원 측의 책임에 걸맞는 조처를 아직까지 취한 바 없다. 서울대병원은 이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즉각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응해야 한다.

불법촬영 피해 간호사들과 노조를 기만해 온 서울대병원의 행태는 그동안 노동자들의 삶보다 병원의 이윤을 우선시해 온 것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피해 간호사들과 함께 일터에서 ‘불법촬영’에 맞서 투쟁하는 것은 해당 부문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일 뿐 아니라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투쟁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우리 모두 서울대병원 노조와 간호사들의 정당한 투쟁이 승리하도록 응원하고 연대하자.  

ⓒ고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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