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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거부:
정부를 압박할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문재인과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교육 개혁에 기대를 걸도록 유도했지만, 씁쓸한 배신만 줬다 ⓒ이미진

고용노동부 장관 김영주는 지난 1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개혁위) 권고안(해결 방안)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혁위 권고안은 즉시 직권으로 법외노조를 취소하고 (노조 아님 통보의 근거가 되는)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을 삭제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것, 해고자·실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는 악법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그간 국가인권위, ILO 등의 숱한 권고를 무시해 왔다. 이것도 모자라 정부 스스로 만든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조차 부정하다니 정말이지 기가 막힌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권고는 권고일 뿐 강제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며 뻔뻔하게 나왔다. 개혁위가 발표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노동부가 입장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투쟁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듯 보인다.

김영주는 “행정조치를 취소하는 것보다는 법령상 문제가 되는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 재발을 방지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핑계를 댔지만, 결론적으로 법외노조 취소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의 “법 개정, ILO 협약 비준”을 통한 해결 입장은 법외노조 철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변명일 뿐이다.

앞서 6월 20일 청와대는 “전교조 법외노조 일방적 직권 취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그 전날 노동부 장관이 전교조와 면담에서 ‘법적 검토 후 법외노조 직권 취소’를 시사한 것을 무마한 것이다. 7월 3일 민주노총 위원장이 면담을 통해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할 때도 문재인 대통령은 “ILO 협약 비준 추진” 입장만 반복했다. 전교조 법외노조가 재판 거래 결과라는 것도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정부는 적폐 청산이 아니라 적폐 승인과 지속을 선택했음을 거듭 보여 주고 있다.

노동자 통제 수단

많은 조합원들은 ‘왜 문재인 정부가 그 간단한 ‘법외노조 취소’를 이행하지 않을까? 촛불 정부의 초심을 잃은 것일까?’ 하고 의아해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촛불 운동 덕분에 집권했지만, 애초에 촛불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는 정부가 아니었다. 민주당은 (박근혜 퇴진 요구에도 주춤하다가) 촛불에 뒤늦게 참여했고 이후에도 대중운동이 너무 커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민주당은 (비록 자본가 계급의 제 1선호 정당은 아닐지라도) 자본가 정당이기 때문에, 노동자 통제에 이해관계가 있다.

현 정부는 자신의 개혁과 적폐청산이 자칫 노동운동을 강화하고 투쟁을 고무하게 될까 두려워한다. 취임 초기 정부 직권으로 세월호 기간제교사 순직을 인정하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한 것 것과 달리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한사코 거부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박근혜 정부와 근본에서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노조에게는 지난해부터 해직자를 배제하는 규약 개정을 요구해 공무원노조가 규약을 개정하고 노조 간부들 중에 해직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

전국기간제교사노조의 경우 지난달 설립 신고가 최종 반려됐다. 기간제 교사들은 일시적 고용과 실직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도 구직자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규약과 노조위원장이 현직이 있지 않다는 이유를 댔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배제한 데 이어 노조 할 권리조차 부정한 것이다.

올해 초에는 전교조 전임자를 허가한 시도교육청들에 교육부가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전교조 지도부는 법외노조를 지속하는 정부에 항의하면서도 “지방선거 이후 정치적 부담이 적은 시기에 직권취소를 하겠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에 기대를 걸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동안 우파의 눈치를 보느라 법외노조 철회를 거부한 것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정부는 지방선거 압승 이후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우클릭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노동자들에게 1년만 (투쟁을 자제하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온갖 말잔치와 얄팍한 개혁 조처 뒤에서는 구조조정, 최저임금법 개악 등 노동계급에 대해 공격이 진행돼 왔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업주들을 구원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문재인 정부 개혁의 본질이다.

민주당은 교사들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교원노조법’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는 전교조를 최초로 합법화했지만, 동시에 파견법, 기간제법 등의 공격을 한 정부였다.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근혜 정부와 달리 ‘노동존중’을 표방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노동자들을 대화나 협상에 끌어들여 양보를 강요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전교조가 문재인 정부의 선의에 기대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중 투쟁

문재인 정부가 거듭 법외노조 철회를 거부하면서 전교조 조합원들의 실망과 분노가 자라고 있다. 7월 6일 조합원 2000여 명이 연가·조퇴투쟁을 벌였다. 교사 40여 명은 삭발을 하며 분노와 결의를 표현했다. 이후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청와대 앞 단식 농성을 벌였고 27일 만에 쓰려져 병원에 실려 갔다. 그러나 폭염 속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현장에 청와대 관계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그사이 휴가를 다녀온 문재인은 ‘노동존중’은 안중에 없고 ‘혁신성장’과 ‘규제완화’ 추진에 여념이 없다.

법외노조 철회를 지지하는 여론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9일 1299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선언문을 통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즉각 취소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같은 날 18개 청년학생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위한 투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고3 학생은 청와대 게시판에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취소’ 청원을 올리며 “충분히 법외노조 처분 취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뭐가 그리 두려워 우물쭈물대며 망설이고” 있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전교조 지도부는 위원장에 이어 수석부위원장과 지부장단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11일에는 청와대 앞 1박 2일 노숙 투쟁을 진행하고 결의대회도 했다. 전국일꾼연수에 모인 활동가들의 고민은 법외노조를 철회시키기 위해 하반기에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본부는 하반기 연가투쟁을 중심으로 한 총력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일꾼들 사이에서는 ‘2000~3000명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조합원이 연가투쟁에 참여해야 한다’, ‘연가투쟁을 예년 수준으로 살살 해서는 안 된다.’ ‘하루가 아니라 2~3일 하든지, 연가가 아니라 파업에 준하는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이런 주장들처럼 법외노조 철회를 위한 단호한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지도부의 단식 농성만으로는 법외노조를 철회시키기에 역부족이고 정부를 압박하는 집단적인 힘을 보여 줘야 한다.

물론 평범한 조합원들이 당장 행동에 나서는 상황은 아니지만, 실망과 분노는 기층에 누적돼 왔다. 김상곤 교육부의 개혁 후퇴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교원평가와 성과급, 학교비정규직 차별, 입시 경쟁 교육, 산업 수요 맞춤형 교육, 교원정원 감축, 대학 구조조정 등 교육 적폐가 문재인 정부에서 고스란히 지속되고 일부는 더 강화되고 있다. 정부가 법외노조 등 전교조 탄압을 지속하는 것도 이러한 공격에 대한 교사들의 저항이 커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미국 교사들의 파업은 교사들도 얼마든지 전투적으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 줬다. 임금 인상 투쟁이 성과급이나 교원평가를 폐지하고 교육재정을 확대하는 등 교육의 진보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일부 지역의 교사들은 단체교섭권도 없었지만, 전투적으로 싸워 승리할 수 있었다.

지금 병원,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여러 부문과 사업장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이거나 향후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촛불의 염원을 외면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전교조의 투쟁에도 유리한 지형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전교조 내 투사들은 기층 조합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투지를 고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