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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소수가 단호하게 뭉쳐 근무 환경을 바꿨다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한 올해, 열악한 노동조건에 항의한 작은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나는 약 40명이 고용된 광고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인원수에 비해 사무실이 너무 좁아 기본적으로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에어컨은 너무 작아서 제 기능을 못 한다. 그래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40도에 가깝던 날 회사의 실내 온도는 30도가 넘었다. 너무 더워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현기증이 나고 땀띠가 나는 등 노동조건은 날이 갈수록 열악해졌다. 이런 상황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었다.

동료들은 회사 전체 메신저에 회사가 너무 덥다고 불만을 터트렸는데 대표와 관리자들은 그것을 한낱 짜증으로 치부했다.

그러다 더위가 극심해진 어느 날, 한 동료가 용감하게 대표에게 가서 직접 항의를 했는데, 그에 기분이 상한 대표는 즉각 해고 협박을 했다.

이것에 분노한 동료는 전체 메신저에 “더위에 대해 건의했다가 해고 통보[1]를 받았다”고 알렸고, 이에 다른 동료들은 “더운 걸 덥다고 하지 뭐라고 하냐”며 해고는 부당하다는 메시지를 올리기 시작했다. 메시지 올리기를 머뭇거리는 동료들에게 나는 따로 메시지를 보내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힘을 합쳐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독려했다.

분노한 직원들의 메시지를 보고 놀란 대표는 전체 회의실로 직원들을 모두 모이도록 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나를 포함한 6명의 직원들은 “대표님 기분 봐 가면서 얘기해야 하는 거면 우리가 어떤 얘기를 할 수 있겠냐”며 “항의 행동을 한 동료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를 대표한 이야기”라고 항의했다. 또, “더위 문제를 얘기했다고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결국 대표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항의에 “이런 상황을 만들어서 미안하고, 더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그리고 해고 협박을 당한 동료에게도 “계속 다니고 싶다면 아무 불이익 없이 다니게 해 주겠다”고 했다.

항의 행동이 있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즉각적으로 더위 문제가 해결됐다. 그 전에는 얼린 생수병을 옆구리에 끼고 부채질하며 일했는데 이제는 에어컨 바람이 너무 세 가디건을 입고 일해야 하는 지경이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싸움의 경험이 없고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여도 싸울 수 있고, 적은 수라도 노동자들이 모여 집단적으로 항의한다면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사실 나는 애사심도 없고 ‘이런 회사, 더는 다니지 않아도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항의 행동에 나서는 것이 조금 두려웠다.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었을 때 선뜻 손을 잡아 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노동자연대 동지들의 여러 조언들이 큰 힘과 도움이 됐다.

우리에게는 더 나은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아 지금보다 더 나은 노동조건을 위해 싸우고 싶다.



[1] 구두 해고 통보라 효력이 없기 때문에 ‘해고 협박’이 더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