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8월 21일 기자 간담회를 자처해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수정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 김동연은 최저임금 인상의 “적응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던 우파와 사용자들에 타협해, 한 걸음 더 오른쪽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19년도 최저임금은 월 174만 원 수준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비혼 단신 노동자 월평균 생계비 193만 원에도 못 미친다. 노동자들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반발했지만, 우파와 사용자들은 이마저도 많다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해 왔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란 업종, 규모, 지역, 연령, 국적 등을 근거로 최저임금을 더 낮게 책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숙박음식업, 5인 미만 사업장, 저임금 지역, 19세 미만이나 고령자, 이주노동자 등에 상대적으로 더 낮은 최저임금을 책정해 사용자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것이다.

어떤 부문의 최저임금을 특별히 더 낮출 수 있게 하는 것은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조승진

8월 들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6개나 제출됐다. 특히 새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된 자유한국당 김학용은 온갖 개악을 망라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업종, 규모, 지역, 연령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해 전체 최저임금을 깎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법을 “최악임금법”으로 만드는 개악 입법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저임금의 굴레

그런데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겠다는 분야들은 이미 대표적인 저임금 영역이다. 시간당 임금으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 비율(최저임금 미만율)이 상당히 높다(숙박음식업 34.4퍼센트, 5인 미만 사업장 31.8퍼센트, 19세 이하 48.5퍼센트, 60세 이상 41.9퍼센트). 차등 적용은 저임금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2018년 3월에 발표한 OECD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23.7퍼센트로 OECD 국가 중 셋째로 높다.

사실 현행 최저임금법에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법 시행 첫해인 1988년을 제외하고는 적용된 바 없는 사문화된 조항이다. 연령(18세 미만 노동자) 또는 업종(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따라 감액이나 적용 제외를 두는 조항도 제도 초기에 폐지됐다.

지난해 최저임금 제도개선 TF에서도 업종별 차등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만큼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허물어뜨리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민주당은 차등 적용 요구를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대화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문을 열어 줬다. 타협의 여지를 둔 것이다. 최근 청와대의 “소득 주도 성장 수정” 발언, 김동연의 최저임금 ‘보완’ 의지 표명 등은 후퇴 위험이 실질적임을 보여 준다.

민주당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을 배제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상반기 최저임금 ‘삭감’법처럼 노동자들의 뒷통수를 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를 경계하고, 항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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