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가 8월 7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93.1퍼센트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지난 4월부터 진행된 산별 교섭에서 사용자 측은 노조의 요구를 단 한 건도 수용하지 않았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거부했다.

이번 투쟁의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은 임금과 함께 노동시간 단축(주 52시간제 실시), 과당 경쟁 해소, 정년 연장 등이다.

ⓒ출처 금융노조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 6월 금융노조 조합원 1만 80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노동자들의 연간 근무시간은 2724시간이나 됐다. 세계 2위라는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이 2069시간(2016년 기준)인데, 그보다 655시간이나 긴 것이다.

지난 10년간 금융노조 조합원의 업무 중 사망자는 450여 명에 이른다. 5년간 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농협 등 6개 시중은행에서만 유족급여 신청이 31건이다. 이들 중 다수가 업무상 스트레스와 과로로 사망했다. 5월 26일에도 KB국민은행의 한 노동자가 과도한 실적 압박과 업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금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주 52시간제를 즉각 적용하지 않고, 내년 7월 1일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특례업종에서 제외시켜 줬으니 적용은 1년 뒤에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 염원에 재를 뿌리는 것이다. 금융권의 노동시간 단축은 전 산업·기업의 제도 정착에 큰 도움이 되므로, 1년의 적용 유예는 전체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에도 도움이 안 된다.

정부는 말로는 금융계 사용자들에게 올해부터 조기 시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미 정부 방침으로 1년의 적용 유예를 정해 놓고 말로만 호소한다고 강제가 될 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사용자 측은 조기 도입은커녕 IT 부서와 자금관리·탄력점포 등 특별업무 근무자들에게는 주 52시간제 도입을 예외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 산업은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과 과당 경쟁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그 속에서 노동자들만 죽어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노조는 최소 3만여 명을 신규채용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내놓은 답변은 나이든 직원은 내보내고 젊은 사람들을 신규 채용하자는 것이다. 그는 “[장기근속 노동자] 10명이 퇴직하면 젊은 사람 7명을 새로 채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발언에는 철저한 이윤 논리가 담겨 있다. 상대적 고임금인 장기근속 노동자들을 줄이고 상대적 저임금인 노동자들로 대체하겠다는 비용절감 방안이다. 최종구의 발언대로라면 인력 규모는 오히려 줄어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임금·조건 악화 없이 신규채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인력 충원 요구는 정당하다. 금융 기업들은 이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차고 넘친다. 금융계가 인력 충원으로 청년실업 해소에 나서는 것은 최소한의 공공성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