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대법원은 KT노조가 2014년 사측의 구조조정을 조합원 찬반투표도 없이 밀실 합의해 준 것은 위법하고, 피해 조합원에게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1, 2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당시 이 합의로 8304명이 퇴직해야 했고,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이 폐지되고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는 등 임금과 복지가 크게 나빠졌다. 개통·수리와 매스영업 분야가 외주화되면서 정규직 일자리도 축소됐다. 이에 KT전국민주동지회(이하 KT민주동지회)는 분노한 조합원들을 모아 KT노조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2심 재판부는 KT노조, 정윤모 당시 위원장, 한호섭 당시 사업지원실장이 원고 226명에게 손해배상액(재직자 30만원, 퇴직자는 2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KT노조가 조합원 총회 의결 등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조합원의 중요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해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며 이는 “규약을 위반해 노조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1차 소송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2심 승소 직후 손해배상액을 지급받았다. 2차, 3차 소송에 참여한 조합원 1194명도 조만간 승소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정윤모, 한호섭 즉각 징계하라" 6월 15일 KT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 피해자 집단소송 승리보고대회 및 치유문화제 ⓒ출처 KT민주동지회

8월 20일 KT노조는 김해관 위원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기에 책임자 징계 등 실질적 조치들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법적 소송에 따른 “막대한 조합비 소요”와 “조합의 역량 낭비”를 운운하며, “과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매를 들지” 말아 달라고 했다. 조합원들의 추가 소송 참여를 막으려는 의도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반면 정윤모, 한호섭을 징계하라는 KT민주동지회의 요구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현재 정윤모는 KT노조가 속한 한국노총 IT사무서비스연맹의 위원장이고, 한호섭은 KT노조의 현 집행부에서도 사업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불법 행위의 장본인들이 징계는커녕 위세를 떨치고 있는데 어떻게 “노동조합이 새롭게 거듭나고 미래를 위해 나아갈”수 있겠는가? KT노조의 사과문이 공허할 따름이다.  

배상금을 조합비로 지급?

더구나 KT노조가 조합비를 유용해 개인이 내야 할 손해배상액을 대신 낸 것도 드러났다. KT민주동지회 소속 임희찬 대의원이 KT노조에 요구해 회계 자료를 열람한 결과, 정윤모와 한호섭이 내야 할 배상금이 KT노조의 ‘조사연구비’ 항목으로 지출됐다. 재벌 회장 변호로 유명한 법무법인 태평양 등에 변호사 비용으로 2억 200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KT노조는 이 부당한 지출을 즉시 환수하고 정윤모, 한호섭에게 구상권도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KT노조는 지부장들에게 배포한 ‘조합원 설명 자료’에서 배상금을 대신 내준 것이 정당하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손해배상 금액을 당사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위해 조합간부로서 희생했던 부분이므로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무슨 헛소리인가? 8000여 명을 일터에서 쫓겨나게 만들고 임금, 복지를 후퇴시킨 것이 어떻게 ‘조합원 전체의 이익’이란 말인가? 이들이 ‘조합간부로서의 희생’을 운운할 자격이나 있단 말인가? 이런 궤변을 늘어놓는 김해관 집행부는 더는 ‘노조를 노조답게’라는 슬로건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

알맹이 없는 사과문을 보건대, KT노조 현 집행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할 순 없다. 따라서 조합원의 힘으로 KT노조를 바로 세우려는 투쟁이 필요하다.

이 투쟁의 일환으로 KT민주동지회는 2014년 구조조정 밀실 합의로 피해를 입은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추가 소송인단을 모집하기로 했다. 8월 30일 KT광화문 사옥 앞에서 추가 소송 돌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 저녁부터 KT노조에게 정윤모, 한호섭 즉각 징계, 조합비 유용 환수, 자발적 보상 실시를 요구하며 사옥 앞 농성도 돌입한다. KT민주동지회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 달라.

‘부진인력(CP) 퇴출프로그램’ 피해자 전원에 대한 보상이 결정되다

KT 노동자들에게 의미 있는 전진이 또 있었다. KT가 민영화 이후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불법적으로 진행했던 ‘CP(이른바 ‘부진인력’)퇴출프로그램’(이하 CP)의 전체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6월 15일 사측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CP 피해자 103명에게 각각 위로금 515만 원을 지급한 바 있다.

KT민주동지회는 사측이 작성한 CP 명단에 속한 피해자 1002명 중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899명에게도 동일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요구했고, KT노동인권센터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사측이 899명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된 것이다.  

CP 피해자들의 피해가 세상에 알려지고 법원의 결정에 힘입어 사측으로부터 보상을 받아 내기까지 KT민주동지회의 지난한 투쟁이 있었다.

CP퇴출프로그램은 2006년 무렵 비밀리에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민주노조 활동가와 명예퇴직 거부자 위주로 선정됐다. CP 대상자 1002명은 자신에게 생소한 업무분야로 내몰려 온갖 괴롭힘을 당해야 했다. 퇴직을 유도하려고 여직원에게 전봇대를 타게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식 사과와 책임자 처벌 이뤄져야

KT민주동지회가 나서서 CP 피해자들을 모아 회사에 맞선 소송을 벌인 결과, CP명단이 폭로됐고 관리자들의 양심선언도 이어졌다. 결국 대법원은 2013년과 2015년에 퇴출프로그램에 불법성이 있다고 최종 판결했고, 올해는 위로금 지급 판결까지 나오게 됐다.

이것은 KT민주동지회가 그간 진행해 온 투쟁의 성과이다. 박근혜 비리에 협력했고 최근에는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까지 드러나면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황창규 회장의 처지도 KT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일 듯 하다.

하지만 CP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직 사측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사측은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한다. 피해자들의 가슴에 또 다시 상처를 주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KT는 위로금 지급을 알리는 신문 공고에서 “과거 소모적 논란을 종식시키고 미래를 위해 한발 더 나아가는 기업이 되고자” 합의금을 지급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말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CP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 또한 CP퇴출프로그램의 작성과 실행에 가담한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 KT민주동지회는 KT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 완전한 CP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