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8월 22~23일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오히려 7월 6일에 이어 8월 23일에도 양국은 상대국 제품 160억 달러어치에 관세 25퍼센트를 부과했다.

트럼프는 중국 수입품 2000억 달러어치에 25퍼센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큰소리친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해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고 분석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를 만난 한 하원의원이 “그[트럼프-인용자]는 세계무역 시스템을 바꾸려 하고 약간의 고통은 기꺼이 감수하려 한다”고 한 말을 인용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우쭐대고 있다.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벌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높였다. 또한 미국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논의에서 탈퇴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추진 중이다. 미국에 대해 무역흑자를 누리고 있는 국가들로는 EU(특히 독일), 일본 등이 있지만 단연 선두는 중국이다. 2007년 미국 무역적자 중 32퍼센트가 중국이었는데, 지난해에는 대중국 적자액이 3700억 달러로, 전체 무역적자의 47퍼센트로 늘어났다.

둘째는 미국이 세계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물론 현재 중국의 기술, 품질 등 경쟁력은 미국에 열세이고 노동생산성도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중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하이테크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해 왔고, 그래서 기술 발전 속도가 급속히 빨라졌다.

2015년 중국 국무부는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한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2025를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30년 동안 정보통신, 로봇, 항공우주, 바이오, 전기차, 전력, 반도체 등에 집중 투자해 제조업 강국이 되고자 한다. 트럼프의 대중 무역전쟁은 바로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세계시장 쟁탈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경제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지고 있고 이것은 무역전쟁에서 승리한 덕분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 경제가 좋아졌다면 얼마나 좋아졌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분기 미국 경제의 성장은 4.1퍼센트로 분기별 성장으로는 돋보이는 기록이었다. 그래서 미국 경제가 올해 3퍼센트 성장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하지만 지난해만 해도 미국은 2.3퍼센트 성장으로 선진국 평균(2.4퍼센트)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퍼센트라 하더라도 미국의 장기성장률 수준인 3.3퍼센트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는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이윤율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경제연구소들은 2019년과 2020년 미국 경제가 약간 하락해 2.5~2.7퍼센트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킨 게임

그런데 미국 경제의 부분적 회복조차 무역전쟁의 승리가 아니라 트럼프의 경기부양책과 규제완화 때문이다. 2017년 12월 트럼프는 향후 10년 동안 법인세를 33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감면했는데, 이는 31년 만의 최대 감면이었다. 이 때문에 10년 동안 1조 5000억 달러어치의 세수가 줄어들고 이는 국가 부채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양적완화와 부분적 경기 회복으로 생긴 자산 거품과 인플레 때문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는 지금까지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하고도 올 하반기에 2~3차례 더 인상할 계획이다. 트럼프는 경기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연준의 금리 인상 계획을 비난하는데, 그만큼 미국 경제의 회복이 견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양적완화로 신흥국으로 흘러간 달러 자금을 다시 미국으로 환류하게 만든다. 그 결과 달러 가치는 높아지고 신흥국 화폐 가치는 하락하는데, 이때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남아공 등 취약한 신흥국들이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신흥국 위기는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돈으로 내몰 수 있고, 이런 혼돈이 다시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터키가 위기에 빠졌을 때 남아공 네드뱅크의 하이네크와 다야 분석가는 “터키는 잊어라. 방 안의 코끼리는 아시아다” 하고 주장했다. 2009년 이후 아시아의 달러 부채가 2조 달러가 넘는 데 비해 터키는 1900억 달러, 아르헨티나는 1200억 달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지금 미국이 우세한 것으로 보이지만, 무역전쟁이 미국의 판정승으로 끝난 게임은 결코 아니다. 미국이 중국한테 수입하는 규모가 중국의 대미 수입 규모보다 크기 때문에 관세라는 수단에서는 미국의 우세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도 다양한 비관세 장벽들을 동원해 미국 기업들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의 네덜란드 회사 인수를 중국이 반대한 일이다. 중국이 미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40퍼센트로 인상하자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는 상하이에 50만 대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중국 현지 생산으로 판매하는 규모가 2230억 달러가 되기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은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를 겨루는 치킨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이제 미·중 무역전쟁은 환율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연일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고 비난한다. 4월에 비해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10퍼센트 정도 평가절하됐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트럼프의 관세 인상 효과를 누그러뜨리며 중국산 제품의 수출을 늘리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위안화 평가절하도 시진핑에겐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2015년에 경험한 바처럼,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외국(뿐 아니라 중국인) 자금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고 그 때문에 외환시장의 혼란과 주식시장·채권시장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이전부터 경기둔화를 경험하고 있는데, 무역전쟁은 중국 경제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들을 더 두드러지게 만들 것이다.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은 기업부채(부실채권)의 증대,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세 가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 부실채권이 165억 위안으로 지난해의 80퍼센트 수준에 이른다. 국유기업의 잠재된 부실을 고려하면 부실채권의 규모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크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기업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8퍼센트로 미국(72퍼센트)이나 유럽연합(105퍼센트)보다 더 높다. 시진핑은 몇 년 전부터 기업부채를 줄이려는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최근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둔화를 우려해 시중 은행들에게 인프라 투자와 수출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베이징·상하이·선전 등을 제외한 대다수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이는 중국 경제의 둔화를 반영한 것이다. 그 때문에 부동산 상품의 재고 소진에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림자 금융도 최근 대폭 증대했는데, 2011년 GDP 대비 29.6퍼센트에서 2016년 62퍼센트로 급증했다. 

시진핑은 무역전쟁에서 미국에 쉽사리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지니고 있는 이런 문제점들이 무역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점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중국 지도자들은 더 어려운 처지에 내몰릴 것이다.


위기의 한국 경제

8월 19일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 중국 그림자의 공포”라는 기사에서 “한국이 경쟁력이 있었던 조선, 자동차, 전자 등의 산업은 이제 침식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던 한국식 경제성장 모델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친기업가 신문답게 〈파이낸셜 타임스〉는 소득주도성장 같은 정책은 포기하고 규제 완화와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으로 마무리했다.

최근 한국 경제는 경기선행지수가 15개월 연속 하락했고, 제조업 가동률이 7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투자의 지표로 볼 수 있는 국내 기계 수주액이나 자본재 수입액 모두 하락하고 있다. 심지어 건설 수주액도 민간과 공공부문 모두에서 큰 폭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경기후퇴 국면에서 경기침체 국면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사정은 통계수치로도 확인된다. 641개 상장기업의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그리고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삼성전자를 뺀 상반기 순이익은 오히려 6.6퍼센트 감소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이윤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무역전쟁은 한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대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퍼센트나 되는데, 그중 70퍼센트 정도는 중간재 수출이다. 즉, 중간재가 중국에서 완제품으로 바뀌어 대부분 미국으로 수출된다. 그래서 무역전쟁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을 3퍼센트에서 2퍼센트 후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역전쟁의 영향

미·중 무역전쟁은 두 제국주의 국가가 벌이는 경쟁과 갈등이기 때문에 세계적 차원에서 제국주의 간 경쟁과 갈등이 강화될 것이다.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견제나 남중국해와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적 위협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1930년대 무역전쟁이 제2차세계대전으로 이어진 제국주의 간 경쟁의 일부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설사 지금의 무역전쟁이 1930년대 수준은 아니더라도, 사태가 위험한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또한 무역전쟁은 국가 간 갈등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민족주의를 강화한다. 유럽에서는 우익 포퓰리즘의 득세로 나타나지만,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 위기에 직면해 우향우를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민족주의는 중간계급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심지어 중간계급이 앞장서서 민족주의를 부추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노동계급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이데올로기가 그것이다.

혁명적 좌파는 노동계급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이런 이데올로기에 대항하고 노동계급이 단결하고 전진할 수 있는 혁명적 정치를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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