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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정치 양극화, 극우의 준동, 그에 맞선 반격

8월 27일 독일 동부 도시 켐니츠에서 무려 5000여 명의 극우와 나치가 시위를 벌이고 난동을 부렸다. 이민자와 좌파들에게 물리적 공격도 가했다. 독일을위한대안당(AfD), ‘서방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이라는 뜻의 극우 거리 운동 조직 페기다 등이 주축이었다.

26일 켐니츠에서 열린 거리 축제에서 참가자 간 다툼이 벌어져 35세 남성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고 두 명이 중상을 입었다. 용의자로 시리아 출신의 23세 남성과 이라크 출신의 22세 남성이 체포된 것이 계기였다.

난동을 부린 극우들은 1930년대 나치당의 구호를 외치고 나치식 경례를 했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독일을위한대안당이 3위를 차지해,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처음으로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의석을 차지한 뒤 독일 극우는 자신감이 올랐다. 독일을위한대안당 내의 나치 분파는 점점 당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27일 켐니츠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9월 1일 독일 켐니츠에서 열린 극우 반대 집회 ⓒ출처 Tim Lüddemann(플리커)

다행히도 곧장 극우의 난동에 맞서는 대항 움직임이 있었다. 연대체 ‘인종차별에 맞서자’가 중심이 돼 반격을 벌였다.

켐니츠 사건 사흘 뒤인 8월 30일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1만 명이 모여 극우 반대 시위를 벌였다. 9월 1일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종차별에 맞서자’의 연례 총회가 열렸다. 총회에 참석한 활동가들은 켐니츠의 반나치 활동가들에게 연대를 표명했다. 그날 저녁에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로크롤’ 콘서트가 1만 5000명이 참가해 성황리에 개최됐다.

켐니츠에서도 중요한 승리가 있었다. 9월 1일 극우 반대 시위에 5000명이 모인 것이다. ‘인종차별에 맞서자’, 좌파당(디링케), 사민당, 녹색당이 지지한 이 시위에는 난민, 이민자, 무슬림도 참가했다. 극우파들도 시위를 조직했지만 좌파 측 시위대 규모가 훨씬 더 컸다. 좌파 측은 극우 시위대의 행진 경로를 가로막아 버렸다. 이틀 뒤 켐니츠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콘서트에는 무려 7만 명이 참가했다.

좌파당 소속 국회의원이고 좌파당 내 반자본주의적 의견그룹인 ‘마르크스21’의 활동가 크리스티네 부흐홀츠는 ‘인종차별에 맞서자’ 연대체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녀는 극우의 성장과 준동이 우려스럽지만 희망도 있다며, 인종차별과 나치에 반대하는 운동을 전국적으로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요새화된 유럽”의 난민 배척

극우와 나치의 성장은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몇몇 나라에서는 극우가 정부에도 입각했다. 그런 우익들은 난민 배척하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

8월 2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 마테오 살비니(인종차별적 우익인 ‘동맹’ 소속)와 헝가리의 우파 총리 빅토르 오르반이 만나, 난민에 대한 더한층 강경한 노선을 함께 추구하기로 약속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지중해를 통해 유입되는 난민의 하선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해상 봉쇄’를 하고 있고, 헝가리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면서 ‘육상 봉쇄’를 하고 있다.

살비니와 오르반의 회동에 항의해 밀라노에서 2만 명 규모의 인종차별 반대 집회가 열렸다. 시위대는 “유럽에 장벽은 필요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편, 유럽연합은 9월 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난민 대책 회의를 열어 아프리카 난민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 6월 말에도 유럽연합은 논란 끝에 난민 관련 합의를 했다. 합동난민심사센터를 세우고, 유럽연합 회원국 내에서 난민의 이동을 제한하고, 외부 장벽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강경 우익들의 요구가 그전보다 많이 반영된 합의였다.

이때 유럽연합 회원국들 사이의 진정한 쟁점은 난민을 어떻게 분산시킬 것이냐였다. 쉽게 말해, 난민 유입의 주된 루트인 이탈리아가 ‘나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된다. 프랑스와 독일이 가져가라’ 하는데,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이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기 나라로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부총리 살비니와 헝가리 총리 오르반은 회동 중에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을 맹비난하고 이에 마크롱도 발끈했는데, 바로 이런 논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살비니와 오르반은 “마크롱은 난민 지지 세력의 지도자”라고 했고, 마크롱은 “국수주의자들과 증오의 언사를 퍼뜨리는 세력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마크롱도 난민 배척 실천에서는 만만찮다. 이탈리아 서부에서 프랑스 남부로 넘어가는 길목에 벤티밀리아라는 국경 도시가 있는데, 프랑스가 2년 전부터 이곳의 경계를 강화해서 서유럽으로 가려는 난민 수천명의 발이 묶여 있다. 이처럼 마크롱 같은 중도계 정치인들의 위선은 유럽에서 인종차별적 우익과 나치가 성장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9월 20일 유럽연합 난민 대책 회의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되면서, 난민을 더 차단하는 조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좌파들은 9월 15일 독일-오스트리아 국경 지역에서 유럽연합을 규탄하고 난민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